창조주에 도전한 인간의 결말은 ‘스플라이스’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스플라이스’는 익숙한 할리우드식 SF가 아니다. 1990년대 말 호러SF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큐브’를 연출한 빈센조 나탈리는 캐나다와 유럽의 자본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으며, 이는 매끄럽고 예측 가능한 결말의 SF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쾌와 불쾌를 넘나드는 B급 영화의 도발적인 정서로 가득하다.

야심만만한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 그들은 인간 여성의 DNA와 조류, 어류, 파충류, 갑각류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실험을 강행해 신생명체 드렌(델핀 샤네크)을 탄생시킨다.

파충류의 유전자 때문에 빠른 세포 분열을 일으키며 성장한 드렌은 각 종(種)의 특징을 드러내며 기이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드렌에게 본능적인 모성을 느낀 엘사는 클라이브의 만류에도 그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 마침내 드렌이 인간의 감정까지 갖추고, 본능적으로 이성인 클라이브와 교감을 시도하면서 예상치 못한 재난이 시작된다.
예상할 수 있다시피 생명공학의 윤리는 ‘스플라이스’를 둘러싼 주요 논점이다. 하지만 ‘스플라이스’는 신생명체 드렌을 사이에 두고 두 과학자의 개인적인 정서에 집중함으로써 논점의 수위를 다소 낮춘다.

어머니와 얽힌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엘사, 윤리의 경계선 위에서 두려움을 느끼다가 결국 혼란에 빠져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는 클라이브. 그럼으로써 ‘스플라이스’의 최종적인 결말은 타인에게 감춰진 채 개개인의 최후 선택에 맡긴다. 그 결과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배치된 충격과 스릴의 강도가 현저하게 달라진다는 건 아쉽다.

SF를 ‘공상 과학물’이라고 번역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SF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치밀한 구성과 방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단히 지적인 장르다.

그동안 우리는 복제 양, 복제 소, 복제 개 등을 보아왔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인공 합성 세포 성공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이는 인간이 유전 정보를 조합해 인공생명체를 제조해낸 최초의 사례다.

어쩌면 우리는 ‘스플라이스’를 통해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 건지도 모른다.


하얀 리본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크리스티안 프리에델, 에른스트 야코비
1913년, 독일의 작은 마을에 기이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마을 의사는 누군가 설치해놓은 줄에 걸려 낙마하고, 마을을 지배하는 남작의 어린 아들이 끔찍하게 고문당한 채 발견되며, 헛간이 불타오르고 장애아의 눈이 도려진다.

20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파시즘과 맹신의 덫을 한 편의 우화 속에 치밀하게 담았다. 2009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필립 모리스

감독 글렌 피카라, 존 레쿼 출연 짐 캐리, 이완 맥그리거
자상한 가장이자 성실한 경찰이던 스티븐 러셀(짐 캐리).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그는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욕망을 모두 채우면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해 보험 사기, 카드 사기 등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결국 감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랑,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 스티븐은 이제 필립과 함께하기 위해 7전8기 탈옥 사기에 도전한다. 1990년대 미국을 발칵 뒤집은 실화를 영화화했다.


이클립스

감독 데이비드 슬레이드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테일러 로트너
‘트와일라잇’ 시리즈 3편.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행복하게 재회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 자신을 지켜준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에게 계속 마음이 쓰인다.

한편 신생 뱀파이어 군대의 위협에 맞서 뱀파이어 컬렌 가문과 늑대인간 퀼렛족은 연합군을 결성하기로 결정한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그리고 인간 소녀를 둘러싼 삼각관계와 액션의 규모가 더욱더 커졌다.


김용언 씨네21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