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꿈과 경제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 경쟁이 없는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의 레드 오션(Red Ocean)과 대응하는 개념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이니 얼마나 좋은가. 기업마다 사람마다 모두 블루오션을 찾겠다고 야단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찾아 나서서 블루오션을 찾았다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있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 기회가 어딘가에 숨어 있었다면 누군가 이미 찾아내서 돈을 벌고 있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공이 쌓이고 실력이 늘어야 나타나는 것이 블루오션이다.

이것은 필자가 직접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필자는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논문을 쓸 때가 되었는데 도무지 뭘 써야 할지 막막했다. 아무리 찾아도 쓸 만한 주제가 없었다. 고르는 주제마다 누군가 이미 다루어 놓았으니 말이다. 당시 필자에게 논문 시장은 완전한 레드오션이었던 것이다. 결국 석사 학위 논문을 못 쓴 채 미국 유학을 떠났다.
[경제학 특강] 블루오션은 ‘실력’에 달려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쓸 때는 사정이 달랐다. 3년간 지독하게 공부하고 났더니 뭔가 세상이 열리는 듯했다. 내 분야에서 누가 무엇을 썼는지, 강점이 뭐고 약점이 뭔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논문 쓸 주제도 많아졌다.

아니 논문 주제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는 말이 더 맞다. 3년간의 지독한 노력이 레드오션이던 논문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꾸어준 것이다. 그 덕분에 논문까지 포함해서 3년 반 만에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자기 자랑 같은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블루오션의 양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똑같은 시장이 실력에 따라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고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

닭고기 시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국내 닭고기 시장의 최강자는 하림이다. 시장점유율이 22%나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림의 출발은 지금부터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소년 김홍국은 외할머니에게 병아리 10마리를 선물받는다. 그때부터 닭 키우는 재미에 빠져 40년을 살아왔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과 경쟁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소년 김홍국에게 닭고기 시장은 레드오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홍국은 지독하게 노력한다. 단순히 닭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 사육을 시도하고,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그것을 이루어냈다.

또 닭을 키우는 일만으로는 부가가치가 낮음을 깨닫고 가공과 판매까지 통합한다. 그 결과 원가와 가격은 낮추고 부가가치는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레드오션인 닭고기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 그가 키우고 있는 닭과 오리의 수는 2억 마리에 달한다. 김 회장에게 블루오션을 안겨준 것은 엄청난 노력과 발상의 전환이었다.

대부분의 경우 블루오션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그리고 블루오션을 만드는 데 성공을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대기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블루오션은 압도적으로 많은 소비자가 바로 그 제품을 선택해준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하림으로 인해서 경쟁 관계에 있는 닭고기 업체들은 골치가 아파졌겠지만, 소비자들은 위생적이고 맛있는 닭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을 가지고 싶은가. 그러면 지금 당장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실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 착수하라. 또 발상과 태도의 전환에 나서라. 그리고 부디 블루오션 만들기에 성공해서 돈도 벌고, 세상에도 기여하라.


[경제학 특강] 블루오션은 ‘실력’에 달려 있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시장경제를 연구했으며, 2004년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