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취업으로 가는 고속 열차일까? 속 빈 일회용 일자리일까?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 방식이 인턴십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일단 인턴사원으로 뽑아 일을 시켜본 뒤 쓸 만한 인재를 골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신세계, 포스코 등 내로라하는 기업이 앞장서면서 채용시장 전체의 트렌드가 되었다.

초기 인턴십 제도는 일자리 나누기가 핵심 목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좀 달라졌다. 기업들이 ‘경력자 같은 신입’을 뽑는 방편으로 인턴을 활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스펙과 단기간의 테스트로는 알 수 없는 개인의 능력을 인턴십 기간 동안 측정해 ‘맞춤형 인재’를 뽑겠다는 의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의 취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인턴십에 취업의 성패가 달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재학생을 뽑는 인턴십까지 신입 공채 뺨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인턴십을 경험한 구직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로 장단점을 말하고 있다. 무조건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인턴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 속으로 들어가보자.
취업으로 가는 고속 열차일까? 속 빈 일회용 일자리일까?
최근 코레일은 500명의 인턴사원을 뽑아 10월까지 근무하게 한 후 이 가운데 1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총 1만3733명이 지원해 23.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규직 채용을 감안하면 경쟁률은 137 대 1로 올라간다.

코레일뿐만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인턴사원 채용시장이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잡코리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 3곳 중 1곳(매출액 기준 상위 407개사 가운데 34.9%(142개사))은 인턴사원 모집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8000명 안팎의 신입사원을 뽑는 삼성도 채용 연계 인턴십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인턴십 제도는 원래 청년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한 일자리 나누기 취지로 도입됐다. 일정 기간 동안 기업 등에서 연수하면서 직장 생활을 체험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신입사원 채용을 목적으로 인턴십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전제가 다소 바뀐 것이다. 특히 대기업 채용 방식이 인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취업을 위한 가장 확실한 루트’가 되었다.

이런 변화 뒤에는 기업들의 속사정이 숨어 있다. 김태영 SK텔레콤 인력팀장은 “수많은 지원자 속에서 기업이 꼭 필요로 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 인턴십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펙이나 시험이 아닌, 시간을 두고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미다. 김 팀장은 “고(高)스펙에 수많은 스터디로 단련된 비슷비슷한 지원자가 너무나 많다”면서 “함께 일해보지 않고서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고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밀물처럼 몰려드는 구직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업들이 만든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다분히 기업 편의 위주의 제도이기 때문이다. 우선 ‘기회’의 문제가 대두된다. 인턴사원으로 일하는 동안 다른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점이다.

특히 6개월 이상 장기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 그 상처는 더욱 크다. 지난해 한 은행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한 김민수(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 휴학) 씨는 “6개월 이상 인턴을 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 지원하기가 힘들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1~2개월 정도의 단기 인턴십이 더 많아져 직장 생활을 체험하면서 해당 기업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으로 가는 고속 열차일까? 속 빈 일회용 일자리일까?
인턴으로 일하며 얻는 효과에 대해서도 아쉽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CAMPUS Job&Joy가 잡코리아와 함께 인턴십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9.7%가 ‘복사, 전화 응대 등 단순 업무 보조’를 했다고 대답했다.

단순한 업무 내용, 적은 보수, 한정된 근무 기간, 정규직과의 차별 등이 가장 힘들었다는 대답도 쏟아졌다. ‘인턴사원으로 일했던 기업에 입사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조금 넘는 5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만큼 인턴십 경험 후 기업에 대한 이미지, 직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취업 전문가들은 지금의 인턴십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김정철 잡코리아 HR사업본부장은 5월 13일 열린 일자리 대토론회에서 “인턴 후 정규직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하면 구직 기간만 늘어나는 결과”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팀장도 “재학생을 위한 직장 체험 중심의 인턴과 취업을 전제로 한 인턴이 구분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sjpark@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kbizweek.com│설문조사 잡코리아(www.job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