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인문학이 에너지다’

흔히 결정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지칭해 ‘2% 부족하다’고 말한다. 승패를 가르는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부족하다’는 말만큼 치명적이고 듣고 싶지 않은 표현도 없을 것이다.

이기고 싶은 것은 본능이자 근원적인 욕망이기에 누구나 자신의 무능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은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승패를 가르는 ‘2%’는 바로 위대함을 만드는 매직 넘버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수도권의 이른바 ‘삼류대’에서 강의를 한 적 있었다. 하루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기자나 피디(PD)가 되고 싶은 학생 손들어보세요.”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학생?”

“광고 회사에 가고 싶은 학생?”

모두가 묵묵부답이었다. 80여 명 가운데 손을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그때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삼류대’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헤아리고 있었다. 이른바 ‘자기 검열’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검열이란 기자나 작가 등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입을 피해를 우려해 스스로 표현에 금기를 설정하며 글을 쓰는 행위를 뜻한다.

‘삼류대 콤플렉스’로 인한 자기 검열로 장래에 대해 아무런 꿈조차 꾸지 않는 것이다. 목표도 꿈도 도전도 없는 젊음. 그것은 무한한 기회가 열려 있는 청춘의 특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레 ‘삼류 의식’에 갇혀 아예 도전이나 꿈을 꾸지 않는 것이다.

삼류 의식이 ‘2%’의 높은 벽을 스스로 만들고 마는 것이다. 더욱이 젊은 청춘들이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삼류’가 ‘일류’되는 몇 가지 방법

그러나 ‘2%’의 벽은 도전하는 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홍콩의 유명 가수 쾅메이윈은 미인대회에서 3위를 했다. 그녀는 인터뷰 때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지 않은데 혹시 머리가 나쁜 거 아닙니까?” 이에 쾅메이윈은 이런 대답을 했다.

“학교 성적이 뛰어난 사람은 졸업 후에 무슨 일을 하죠? 엔지니어, 법률가, 의사, 이런 정도 아닙니까? 하지만 그다지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던 사람들은 뭘 하죠? 이들을 거느린 회사의 주인이 되지 않았나요?”

쾅메이윈의 말은 긍정의 힘을 솟게 한다. 세상을 주도하는 기준은 ‘성적’이 아니다. 도전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든 능히 승자가 될 수 있다. 세상이 살맛나는 것은 쾅메이윈의 말처럼 ‘유쾌한 전복’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꿈은 이루어진다’이고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인 것이다. Anyone can do anything! 다른 사람이 한 모든 일은 누구나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도 될 수 있고 노벨상도 탈 수 있다. 불가능은 없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에게 회자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과학자들이 목표한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를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또 다른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목표한 프로젝트보다 오히려 연구를 하면서 얻은 성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이나 공학 연구에서는 과학자들이 예측한 그대로결과가 나올 때도 있지만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대발견을 하거나 애초의 목표에서 빗나가는 덕분에 결과적으로 대발명의 계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에자키 레오나의 말인데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에 소개돼 있다. 실제로 곰팡이의 기초 연구 과정에서 페니실린이 발견된 적이 있다.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페니실린의 발견도 하나의 목표를 세워서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던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들도 하나의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과 끈기로 도전을 한다. 노력과 끈기야말로 ‘평범함’을 ‘위대함’으로 만들어주는 묘약이다. 달리 말하면 ‘삼류’도 노력과 끈기로 무장하면 누구든지 ‘일류’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난으로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일류대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노력과 끈기로 도전하면 노벨상 수상자처럼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불확실과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기’로 독서가 꼽힌다. 독서는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큰 부자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워렌 버핏의 성공시대도 독서에서 시작됐다.

버핏의 사무실 서가에는 그의 애독서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과 ‘현명한 투자자’가 꽂혀 있다. 버핏은 19세 때 ‘현명한 투자자’라는 책을 만났는데, 그것이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준 터닝 포인트였다.

“모든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을 게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분야의 책을 모조리 읽으라. 그것도 다른 사람보다 5배 이상 집중적으로 읽으면 성공할 수 있다.” 버핏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5배 이상 그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자가 되려면 경제 관련 책뿐 아니라 문학과 역사 등 인문학의 바다에도 빠져야 한다. 인문학에는 경제 관련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삶의 지혜와 교훈들이 들어 있고, 삭막한 가슴을 적셔주는 따뜻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버핏은 틈틈이 문학 작품도 탐독한다. 이 사실은 엘리스 슈뢰더가 쓴 버핏의 자서전 ‘스노볼’에 나온다. 워렌 버핏은 슈뢰더에게 ‘고리오 영감’을 인용한 문장과 함께 자서전을 부탁했다.

“발자크는 엄청난 재산 뒤에는 언제나 범죄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말하는 내용과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이 다를 때는 말입니다, 무조건 나를 나쁘게 말하는 쪽을 선택해주시오. 아첨이 덜한 쪽으로 말입니다.”

‘고리오 영감’은 프랑스 출신의 오노레 드 발자크가 쓴 소설로 금전만능의 사회상을 통렬하게 풍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래는 돈이 많았던 상인 고리오 영감은 두 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전 재산을 탕진한 후 그 딸들에게까지 버림을 받고 싸구려 하숙집에서 고생 끝에 죽는다.

고리오 영감은 아버지 임종의 순간에도 나타나지 않는 딸들에게 격분하여 “돈이면 그만이다. 돈이면 딸들도 휘어잡을 수 있다”고 울부짖으며 죽어간다. 버핏은 ‘고리오 영감’을 읽으면서 수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고리오 영감’은 버핏에게 반면교사가 아니었을까.

‘2%’는 위대함을 만드는 매직 넘버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제국. 그런데도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번영을 누린 이 고대국가가 오늘날까지 그 위대함이 바래지 않는 것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이는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로마인들 역시 다른 민족들과 비교하면 ‘2%’ 부족한 민족이었다고 할 수 있다. 로마 민족은 그리스에 멸망한 트로이의 후손이다.

그 열등함과 멸망한 민족이라는 콤플렉스가 오히려 로마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그 2%의 부족이 어쩌면 로마인들을 찬란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든 에너지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달리 표현하면 2%의 부족이 로마인으로 영광스럽게 만든 ‘위대한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류는 없다. 다만 스스로 2%의 벽을 만드는 ‘삼류 의식’만이 있을 뿐이다. Boys, be ambitious!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기자를 거쳐 현재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전임연구원 겸 자녀경영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한국의 1인 주식회사' 등 다수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