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안토니 김대현·김민욱·유다올 씨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우리 회사요? 무엇보다 소통이 잘되는 회사죠. 무슨 일이든 서로 먼저 도와주고 챙겨주려는 회사 분위기가 제일 맘에 듭니다. 마치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보통 회사처럼 직장 상사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제화업체 안토니. 이 회사에 지난해 말 함께 입사한 새내기 사원 김대현(27), 김민욱(25), 유다올(22) 씨는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는 말에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이같이 말했다.

‘예쁘면서도 걸을수록 편안한 신발’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1994년 출범한 안토니는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등에 이탈리아 유명 제화업체 바이네르 사의 한국 라이선스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견 기업이다.

입사 동기인 이들 세 명은 경기도에 있는 오산대 제화패션산업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안토니에 들어왔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10%대로 치솟을 만큼 대학생들의 직장 구하기가 힘든 이때, 이들은 일찌감치 자신들의 진로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다른 젊은이들과 구분된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유 씨는 아버지가 구둣방을 운영해 어릴 때부터 구두 쪽에 관심이 많았다. 유 씨는 “제가 제화패션산업과를 가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처음에 반대하셨어요. 구두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고 계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까지 한 지금은 무척 대견스러워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종합대가 아닌 전문대에 진학한 것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전 제가 정말 원했기 때문에 점수를 낮춰서 가고 싶은 학과에 진학했어요. 주위에서는 그래도 전문대보다 종합대 졸업장이 더 낫지 않느냐고 말을 하시지만 전 한 번도 제 졸업장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회사의 여러 선배에게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너무 좋고요.”

세 사람 중 가장 연장자인 김대현 씨는 군 제대 후 이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제대하고 난 뒤 ‘뭘 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뭔가 차별화된 분야를 찾던 중 구두 쪽이라면 승부를 걸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부분 구두 한두 켤레는 가지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구두에 대해 배워보겠다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지금도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이래서 중소기업 택했다] “하고 싶은 일 하니 행복해요”
김민욱 씨는 어렸을 때 별명이 ‘운동화 중독자’였을 정도로 운동화를 좋아했다. 수집한 운동화만 수십 켤레가 넘는다.

군 제대 후 ‘운동화 사랑’이 구두로 옮아갔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과 달리 민욱 씨는 구두 디자인뿐 아니라 제작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다.

이들은 남보다 2년 먼저 대학을 졸업했다. 이뿐 아니라 다른 예비 취업자들이 어학연수나 아르바이트, 인턴 등 이른바 ‘스펙’ 쌓기에 몰두하느라 밤잠을 설치는 사이 일찌감치 자신들만의 ‘자리’를 잡았다.

이들에게도 대기업에 취직했거나 여전히 취업을 준비 중인 친구들이 있다. ‘사회 선배’인 이들은 그 친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대기업의 경우 자기한테 주어진 일의 범위 안에서만 일하는 것 같습니다. 다 그렇진 않지만 제 주위를 보니까 업무상 도움받을 일이 있어도 상사가 잘 안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고요.

그에 비하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주변에서 많이 도와줄뿐더러 일도 자기가 찾아서 하기 나름이라 배울 수 있는 측면이 많은 것 같아요.(김민욱)”

“요즘 취업 희망자들은 너무 안정된 직장만 선호하는 것 같은데,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할 때 훨씬 보람 있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들의 말은 직장을 구하는 젊은이라면 한 번쯤 귀담아 들어볼 말이 아닐까.

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