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호의 스타일 제안

패션계는 요즘 불황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계 시장은 요즘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시계의 가치가 무엇이기에 그 인기가 높아지는 걸까?

필자는 허리띠 졸라매느라 바쁜 시기에도 티셔츠 가격의 몇 배에 달하는 고가의 ‘그것’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것은 명품 백도 명품 가방도 아닌 바로 시계다. 요즘은 시계를 구입하기에 절호의 찬스다.

절호의 찬스에 시계의 매력을 한번 읊어보려고 한다. 작은 바늘이 일 초씩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연주를 듣는 듯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든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시계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느낄 정도로 정통 시계 브랜드에서 제작한 피조물은 놀라움 그 자체다.

뒷면이 사파이어 글라스로 된 제품을 보면 무브먼트의 움직임이 보이는데, 아주 정교하게 제작된 작은 톱니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떠오르게 한다.

이것은 과학도 예술도 아닌 경이의 세계다. 이 자태에 “와!” 하고 탄성을 내지르며 아름다움을 찬미하지만 가격을 보면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음에 들면 수백만 원은 기본이다. 만약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타이틀과 다이아몬드가 함께한다면 그 가격은 상상에 맞기겠다. 이 가격이면 차를 사겠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시계의 매력에 빠진 필자는 물론 시계 애호가들은 자동차보다 이 시계에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필자에겐 죽기 전에 꼭 가져야 할 시계 리스트가 있다. 자케 드로의 문 페이즈 워치, 브라이틀링의 벤틀리 워치, IWC의 다빈치, 다이아몬드가 풀 파베 세팅된 피아제의 폴로 워치, 롤렉스의 데이-데이트 워치를 비롯해 5대 시계 브랜드인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 블랑팡, 바쉐론 콘스탄틴, 아 랑게 운트 죄네 등의 시계를 나만의 컬렉션으로 소장하는 것이 바람이다.

최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고가와 중간 가격의 시계 브랜드들이 론칭을 속속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젊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착용하고 구입할 수 있는 시계를 추천하려고 한다.

바로 ‘해밀톤’ ‘라도’ ‘보메 메르시에’다. 이들은 모두 디자인이 뛰어나고 고품질의 무브먼트와 재료를 사용해 5대 시계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1892년 미국에서 탄생한 해밀톤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지난 2월 국내에 공식 론칭을 했는데 필자는 해밀톤에서 새로이 선보이는 ‘레일로드’ 시리즈를 추천한다.

북미 지역을 오가는 철도 직원들과 승객들에게 시각의 정확성을 갖춘 믿음직한 포켓 워치를 제공하여 ‘기차의 정확성을 위한 시계’라는 타이틀을 얻었는데, 이 시계에서 모티프를 얻은 오늘날의 레일로드 손목시계는 현대적인 시크함으로 변모했다. 특히 3시 방향에 있는 날짜 창에 확대경을 두어 어떤 착용자에게도 정확한 시간을 전하겠다는 의미를 암시했다.

보메 메르시에는 16세기 무렵부터 시계 사업을 시작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다. 시계 디자인과 제조,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난 업적과 역사를 지니고 있어 시간의 의미를 한 편의 명작으로 승화시켰다.

‘클래시마 이그제큐티브’ 컬렉션은 유행을 타지 않는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델로, 브랜드의 시계 라인 중에서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이다.

지름 42mm의 스틸 케이스 안에 로만 뉴메럴 형식의 인덱스로 된 화이트 다이얼을 장식해 클래식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교차한다. 듀얼 타임 기능이 장착돼 있어 해외 출장이나 여행할 때도 도움된다.

1957년 탄생한 라도는 1962년 세계 최초로 흠집이 나지 않는 시계 ‘다이아스타’를 고안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브랜드의 중요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디자인 시계’라는 제품 철학을 뒷받침하는 라도 시계의 시작인 셈.

시계 전체가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로 이루어진 ‘라도 트루’ 컬렉션은 유선형 실루엣에 심플하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정교한 시계 디자인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시계에 사용된 하이테크 세라믹 소재는 빛을 흡수하여 시계의 컬러 톤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좋은 시계는 그 사람의 이미지를 대변하기도 하는데 슈트에 어울리는 클래식한 시계는 남성의 시크한 매력을 대변하는 장치다. 필자가 시계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클래식의 고상한 취향을 이것으로 대변하고 싶기 때문이다.

조대호 스타일리스트

월간 ‘네이버’ 등에서 패션 에디터로 10여 년간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로 각 매체에 패션칼럼을 쓰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해밀톤(02-3149-9593)·보메 메르시에(02-3438-6195)·라도(02-02-726-4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