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꿈과 경제

여러분은 새해를 맞이하며 어떤 목표를 세웠는가? 성적 올리기, 살 빼기, 몸짱 되기, 담배 끊기 등 많은 목표가 있었을 테고 굳은 다짐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섯 달 가까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아마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목표들의 대부분은 잊어버렸을 것이다. 또는 기억 속에만 남았을 뿐 행동은 전혀 딴판으로 하고 있을 것이다.

작심삼일! 극복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굴레다. 하긴 그나마 우리가 인간이니까 3일이라도 간다. 강아지들은 하나의 목표에 10분을 집중하기 힘들고 새는 고개만 돌리면 원래의 목표를 잊고 만다.
두뇌과학적으로 본다면 작심삼일은 포유류의 뇌, 파충류의 뇌가 인간의 뇌를 지배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진화를 거치는 동안 인간의 두뇌에는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뇌가 층층이 쌓이게 되었다.

가장 위쪽이 신피질로서 합리성을 만들어낸다. 꿈과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행동을 담당한다. 신피질 중에서도 이마에 있는 전두엽이 특히 그렇다. 그 안쪽으로는 대뇌변연계가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당하며 포유류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부위다. 개와 고양이와 쥐에게도 희로애락의 감정은 있는 것이다. 한편 가장 밑바닥에는 식욕, 공포, 생식 등 본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다. 악어와 뱀 같은 파충류의 뇌는 이 부위만 가득하다.

셋 중 가장 인간적인 부위가 제일 위의 신피질이다. 꿈을 세우고 합리적 계획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신피질은 매우 똑똑하지만 힘이 약하다. 대뇌변연계나 파충류의 두뇌 부위가 목표 따위는 잊으라고 하면 신피질은 즉각 그 명령에 굴복하고 만다.

군대식으로 말하면 신피질은 똑똑한 참모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결정을 하고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은 원시적인 강아지의 뇌와 악어의 뇌다. 명령은 감정과 본능이 내리고 이성은 그것의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전자가 모양을 갖출 당시의 생활환경을 생각해보면 인간 두뇌의 이 같은 위계질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인간이 당면한 문제는 먹이를 구하고 번식을 하는 일이었다. 그 정도의 일을 하는 데는 하루 이틀 정도의 계획이면 충분하다. 원시 상태에서 10년짜리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미친 짓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사냥과 채집은 인간의 생활 방식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루 이틀 후의 목표가 아니라 1년 2년 또는 10년의 인내가 필요한 목표들이다. 그러다 보니 두뇌의 원초적 작동 방식과는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간 두뇌에는 또 다른 허점이 있다. 감정과 본능을 담당하는 부위는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 속성을 이용하면 작심삼일 현상을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를 성취한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리는 것이다.

목표가 장학금을 받는 것이라면 장학금을 받아서 기분 좋아하는 장면을 떠올려보라. 한 번에 그치지 말고 수시로 그렇게 해보라. 그러면 여러분의 원시 두뇌는 장학금 받는 것이 짝짓기의 짝을 찾듯 당장 눈앞의 목표라고 착각하고 계속 그 목표를 향해 행동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일기를 쓰며 목표를 되새기는 일도 좋은 방법이다. 필자 도 그렇게 하고 있다. 성공발전소(2017.or.kr)라는 사이트에서 매일 쓴 일기를 공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늘 목표를 떠올리게 되고 세상과 다짐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꿈을 향한 실천을 계속하고 있다.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는 아마도 긴 시간의 인내와 집중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가 제안한 방법으로 원시 두뇌를 길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숭실대 법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등에서 시장경제를 연구했으며, 2004년부터 자유기업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