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구의 추잡(追job)한 책 이야기

지금은 프리랜서 북코치라는 직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예전엔 필자도 직장을 다닌 적이 있다. 더군다나 그 직장이 자기 계발과 리더십을 교육하는 곳인지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들 자기 계발이나 인맥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퇴근 후에 열심히 그런 모임에 쫓아다녔고, 새로운 명함이 매일 쌓였다. 그때의 난 인맥 관리의 달인이었나? 지금 생각하면 그저 명함만 수집하면서 인맥이 넓어지고 있다고 착각한 멍청이였을 뿐이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말해주겠다.

우리는 왜 좋은 인맥을 만들려고 하는가? 나보다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만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그래서 모임에 나가면 다들 눈이 벌개져서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될 사람인지 두리번거리고, 또 그런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든 말을 섞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나보다 능력 있고 영향력 있는 ‘그’ 사람은 누굴 만나고 싶어할까. 당연히 그보다 능력 있고 영향력이 있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일 것이다. 이 말은 그가 찾는 사람이 나라는 확신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가 나의 인맥이 되어주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주머니에 명함을 가득 넣고 서로 연신 악수를 해대는 인맥 파티에서 정작 좋은 인맥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다. 진짜 좋은 인맥은 그런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당신이 좋은 인맥을 만나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당신이 좋은 인맥이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그런 모임에 나갈 일이 있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끄고,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가 나를 기억하고 고마워하고, 나중에라도 혹시 다른 방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이 없고 기억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어떤 관계도 맺어질 수 없다. 내가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누가 나를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가수 이효리를 좋아하고 그녀의 열렬한 팬이지만 그녀는 나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상호 관계도 맺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꾀 많은 세일즈맨이 모임의 총무를 자처하는 이유

당신이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든 해야 하지만 직접 하기는 싫은 허드렛일이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이 그 일을 도와주면 최소한 성실, 근면, 꼼꼼한 일처리 같은 태도의 측면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일 기회를 얻게 되고, 그 대가로 나중에 실력까지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 역시 먼저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꾀 많은 세일즈맨이 모임에 가입할 때마다 총무를 자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세일즈는 아닐지라도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하고 팔아야 한다는 점에서 세일즈와 다를 바 없다. 꼭 더 나은 것을 줄 필요는 없다. 그저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주면 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인맥 관리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다. 아마도 ‘관리’라는 단어 때문인 것 같다. 인맥 관리에 관한 책들도 쓸데없는 기술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쪽 분야에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별로 없다. 그나마 권하고 싶은 책은 ‘혼자 밥 먹지 마라(키이스 페라지·탈 라즈 지음, 이종선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후 WHO: 내 안의 100명의 힘(밥 보딘 지음, 김명철·조혜연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