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영화배우 하지원

“연기자 안됐으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됐을 걸요”
충무로에서 ‘운동권’ 배우로 통하는 하지원을 만났다. KBS 2TV ‘개그콘서트-남성인권보장위원회’처럼 머리띠를 두르고 북을 치며 궐기를 부르짖는 그런 운동권 얘기가 아니다. 권투와 선무도 등 매 출연작마다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던 운동 종목을 마스터해 붙여진 닉네임이다.

박진표 감독의 멜로 ‘내 사랑 내 곁에’ 로 데뷔 후 처음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만나기 전 인터넷을 보니까 ‘하지원은 오른손잡이인데 영화에선 왼손으로 사과를 깎는다’는 댓글이 있던데 어떻게 된 사연이죠?

“와, 네티즌들 정말 대단해요. 예전에 김승우 선배랑 촬영한 ‘역전에 산다’에서 남자가 왼손잡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나와서 보름간 왼손으로 과일 깎는 연습을 했거든요. 많이 베었지만 덕분에 지금은 양 손을 다 써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뭘 합니까?

“족욕이요. 얼굴보다 발을 먼저 씻어요. 커피도 한 잔 마셔주고요. 요즘 팬들한테 선물 받은 전자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린제이 로한이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봤는데 너무 멋있어서 뻑 갔어요.”

남의 인생을 사는 게 매력적입니까?

“그럼요. 그 사람의 희로애락을 경험해야 하니까 매번 두렵지만 설레기도 하죠.”

서른이 넘었는데 결혼 생각은 없어요?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부모님도 하고 싶은 걸 다 해보고 결혼해도 늦지 않대요. 시집가서 애 낳은 언니들 보면 정말 부럽고 존경스러워요.”

만약 연기자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요.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겠지만, 친한 디자이너 언니들이 제 실력 보고 지금도 안 늦었다며 겸업하라고 하세요.”

하지원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작품은 2002년 개봉한 공포영화 ‘폰’이었다. 차기작 ‘색즉시공’도 당시 ‘해리포터’의 코를 납작하게 하며 빅 히트했다. 지방대학을 배경으로 에어로빅과 차력 동아리 회원들의 좌충우돌을 담은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플레이보이(정민)에게 버림받고 순수남 은식(임창정)과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은효로 출연했다.

청춘 드라마 ‘학교2’가 데뷔작이었죠?

“네. 극 중 아웃사이더 역할이었는데 점점 분량이 늘더니 나중엔 제가 주인공이 돼 있었어요. 그때 김흥수, 김민희, 김래원 씨가 반항아로 나왔는데 지금은 다들 너무 잘 됐죠.”

단국대 연극영화과는 어떻게 가게 된 거죠?

“제가 이과 출신이에요. 그만큼 연예계와 별 연관이 없었는데 고3 때 연기 제의를 받았어요. 대입 실기시험 보는 날 옆자리에 안양예고 남학생이 있기에 ‘나 준비한 것 좀 모니터해달라’고 했는데 정작 그 친구는 떨어지고 제가 붙었어요. 중학교 때는 학급 석차 10등 안에 들었는데 고등학교 가면서 삐딱선을 탔죠.”

왜 하필 그 무섭다는 삐딱선을?

“고1 때 서울에서 수원으로 전학을 갔어요. 보이지 않는 텃세가 있더라고요. 공부도 멀어졌고, 또 그렇다고 화끈하게 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아이였어요. 타임머신이 있으면 그때로 돌아가서 뭔가 한쪽을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좋아하던 과목은 뭐였나요?

“과학이요. 국사처럼 외우는 것보다 끙끙대며 뭔가 푸는 것에 흥미가 있었어요.”

학창시절 어떤 연예인을 좋아했죠?

“서태지죠. 혁명적인 가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방황하던 제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열광했어요.”

하지원은 ‘색즉시공’으로 만난 윤제균 감독과 ‘1번가의 기적’ ‘해운대’를 작업했고, 국내 첫 3D 한국 영화 ‘7광구’ 촬영을 앞두고 있다. 윤제균 감독은 “뭐든 열심히 하는 진정성이 오늘날 하지원을 만든 비결”이라며 “악바리 근성을 보면서 지원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DNA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갑자기 내일 연기가 싫어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안 하는 게 정답이겠죠. ‘생산적인’ 고민은 환영이지만 ‘쓸데없는’ 걱정은 싫어요. 저는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에요.”

문제 해결 방식의 대화를 선호하다니, 남자 취향입니다.

“전생에 저는 100% 남자였을 거예요. ‘다모’에 나온 무사였을지 모르죠.”

집에선 어떤 딸이죠?

“엄마 고민 자주 들어주고, 아빠한텐 러브 코치 해줘요. 어쩌다 냉전 중이면 제가 중재를 해야 가정에 평화가 빨리 와요.”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배낭여행이요.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유럽을 쏘다니고 싶어요. 유레일패스 끊어서 기차 타고 국경을 넘나들고. 생각만 해도 짜릿해요. 그렇게 딱 한 달만 다녀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달라질 것 같아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현실이 고단하다는 건 그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또 다른 얘기 아닐까요? 뭐든 부딪쳐보고 깨지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실패와 좌절을 두려워 말고 어떤 일이든 과감하게 도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연기자 안됐으면 인테리어 디자이너 됐을 걸요”
하지원


본명 : 전해림

신체 : 168cm?45㎏

학교 : 단국대 영극영화학과

가족 : 부모와 1남3녀 중 둘째

데뷔 : KBS ‘신세대 보고 100회 특집 수학여행(97)’

출연작 : 드라마 ‘학교2(99)’ ‘햇빛사냥(02)’ ‘다모(03)’ ‘발리에서 생긴 일(04)’ ‘황진이(06)’

영화 : ‘진실게임(00)’ ‘가위(00)’ ‘폰(02)’ ‘색즉시공(02)’ ‘신부수업(04)’ ‘키다리아저씨(05)’ ‘형사: 듀얼리스트(05)’ ‘1번가의 기적(07)’ ‘바보(08)’ ‘해운대(09)’ ‘내사랑 내곁에(09)’

수상 경력 : 대종상 신인여우상 ‘진실게임(00)’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신인연기상(01)

MBC 연기대상 초우수여자연기상(03)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최우수연기상 ‘발리(04)’

KBS 연기대상 ‘황진이(06)’

국무총리 표창(선행연예인 08)


김범석 일간스포츠 기자 kb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