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진의 재테크 편지

어느 한 덕망 높은 경제전문가가 20대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탐욕을 버리세요. 돈? 재테크? 별거 아닙니다. 지금 여러분은 꿈을 키울 시기입니다. 주식? 부동산? 그냥 은행에 차곡차곡 저축하면 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네요. 어느 한 구석 흠잡을 데 없습니다. 아마도 이 조언을 들은 20대 후배들 상당수는 감동 어린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일 것 같네요.

그러나 난 솔직히 말해 이런 말을 정말 싫어합니다. 아예, 마치 자신은 도를 통한 것처럼 후배들에게 자기계발에 힘쓰고, 헛된 돈 문제에는 신경 쓰지 말라는 전문가들이야말로 정말 사기꾼이라고 주장하는 쪽입니다. 왜냐고요? 이건 한낱 달콤한 말이고 자기과시용 코멘트일 따름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후배들을 사랑한다면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재테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라고 조언하고, 자기 옆에 끌어 앉혀 놓고 제대로 된 주식투자와 마음가짐에 대해 차근차근 가르쳐주는 게 옳은 행동입니다. “위험천만하고, 저질스럽기 짝이 없으니까, 눈길도 주지 마라” 고 말할 게 아니라 그 진면목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후배들을 제대로 인도하는 방법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전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매달 한 번씩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담은 재테크 편지를 띄울 예정입니다. 이 편지에는 아예 고유명사로 굳어버린 ‘재테크’-일본식 단어라는 비판도 많지만-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길 것입니다. 경제 경영이론이 될 수도 있고, 사례일 수도 있고, 상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한 편지가 될 수도 있고요.

제 책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가 꽤 인기를 얻고 있었을 2007년 1월이었던 것 같은데요. 모 대학 학보사의 대학생 기자가 저한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20대라는 시기가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데 재테크에 미치라고 해요? 꿈과 사랑을 배우고 이뤄갈 시기인데 너무 심하지 않나요?”

사실입니다. 불혹의 나이가 된 제가 봤을 때도 20대는 정말 놓쳐서는 안 될 황금기입니다. 돈돈 하면서 보내기엔 정말 아깝죠. 솔직히 제가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표현하면 ‘재테크에도 미쳐라’ 는 것입니다. 재테크에만 미치라는 게 아니라 ‘재테크에도’ 미쳐달라는 애원인 것입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전혀 없다구요? 글쎄요.
처절한 알바 해 본 적 있나요?

전 그 학보사 기자 친구에게 반문했습니다. 넌 정말 지금 그렇게 알차게 20대를 가꾸고 있냐구요. 순정과 진정을 바친 애달픈 연애를 하고 있냐고, 카프카의 ‘굶는 광대’를 놓고 친구들과 치열한 토론을 해봤느냐고, 트루릴리젼 청바지를 입은 부잣집 친구 앞에서 싸구려 청바지를 입고 당당해 하고 있냐구요, 아니면 파리 개선문 앞에서 칼바도스 한잔을 마시고 싶어 1년 넘게 배낭여행 경비 모으는 처절한 알바를 해본 경험은 있냐구요. 대답이 없더군요.

혹시 어설픈 20대의 특권 남용에서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겠다면 그냥 재테크에만 미쳐 보세요. 제대로만 미친다면 그 어떤 20대의 소중한 경험보다 아름다울 겁니다.

무엇보다 꿈이니, 자기계발이니 같은 변명을 핑계 삼아 알토란 같이 절약하는 친구들을 폄하하는 것은 정말 비겁한 행동입니다. 종종 이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워서 돈 얼마나 모았냐.” “결국 주식하고 펀드냐, 뭐 대단한 것도 없네.” “연봉 많이 받으면 게임 끝나.” “은행이 최고야, 주식으로 한 번 크게 당해봐야 정신차리지.” 등등이요.

그럼 전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넌 그렇게 술 많이 마시고 돈 펑펑 쓰면서 얼마나 모아봤는데? 주식이나 펀드에 대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데? 고액 연봉자들이 돈을 더 불리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건 알고 있는지, 대체 지금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이 얼마나 되고 세후에 손에 얼마나 쥐는지 알고나 있는지, 그리고 정말 한 번 3년 정도 은행정기적금을 유지해 본 적이나 있냐?라구요.

당연히 5000원짜리 커피 안 마시고, 살을 에는 추위에도 택시 안 탄다고 해서 1억 원을 모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루 커피값과 택시비를 아껴 괜찮은 주식 1주를 매수한다고 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술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어설픈 술값을 쓰지 말라는 겁니다.

제가 쓰는 술값 20만 원과 여러분의 20만 원은 완전히 다른 거예요. 지금 술값 아끼는 건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40살 넘어 팀원들 모아놓고 소주에 새우깡 사주는 게 더 한심한 겁니다.

클럽에서 30만 원씩 퍽퍽 지르는 친구가 부럽습니까. 그거 아무것도 아니에요. 부모 잘 만나서 잘난 척하는 거에 위축될 필요는 전혀 없어요. 사랑하는 이성과 대학로에서 깻잎 떡볶이 먹으면서 낄낄대는 게 더 멋진 모습이니까요.

전 오늘 첫 번째 편지에서 여러분에게 ‘투자’를 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말하려고 합니다. 잘 알다시피 재테크는 크게 ‘절약-저축-투자’라는 3개의 축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전 20대는 반드시 투자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학습하고 경험하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수록 재테크의 성패는 결국 투자에서 갈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투자를, 그리고 재테크를 해야 하는 이유

더 원천적인 질문을 던져볼게요. 여러분, 우리가 왜 투자를 해야 할까요. 왜 은행저축 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요. 도대체 왜 재테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라는 놈 때문입니다. 실질 화폐가치가 뚝뚝 떨어져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손에 쥐고 있는 현금(종이돈) 가치가 매년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혹시 “똥 빼고 모든 투자자산 가치는 오른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바로 인플레 때문이죠. 종이돈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석유가, 철광석이, 그리고 주식과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린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따라서 돈을 사랑하면 할수록 제대로 된 투자를 위해 학습을 하고 실전경험을 쌓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여러분 중 누군가는 이런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폭락하는 디플레이션도 존재하지 않나?’라고요. 맞습니다. 바로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호황과 불황, 상승과 하락이라는 ‘주기’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 주기에 대해서는 저의 두 번째 편지에서 좀 더 심도 있게 논의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멋진 5월의 봄 즐기길 바랍니다.

정철진 경제 칼럼니스트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자로 9년 동안 일했다. 2006년 펴낸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올랐다. ‘1,013통의 편지-그리고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작전’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