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멋져도 열정 없으면 소용 없죠’
방송인 지망생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아나운서는 단정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최고의 인기 직업이 된 지 오래다. 높은 사회적 신망 덕분에 매년 아나운서 공채 입사 경쟁률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1000 대 1을 넘기 일쑤다.

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나운서가 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멘토’ 성연미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대표에게 답을 구했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얼굴이 예뻐야 한다? 지방 토박이는 안 된다? 키가 커야 한다? 학벌이 좋아야 한다?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성연미 대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KBS 전현무·이지애·최송현·박지윤 아나운서, MBC 나경은·허일후·김정근 아나운서 SBS 최기환·이윤아·김일중 아나운서 등 46명의 스타 아나운서를 배출한 아나운서 전문학원이다.

성 대표는 “아나운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강한’ 열정만 있으면 누구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말 사랑하는 이성친구가 있을 때는 그가 선호하는 취향에 맞게 변하는 것처럼 아나운서에 푹 빠져 있으면 말과 행동이 아나운서화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절대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설사 이미지가 아나운서와 거리가 멀어 보여도 바꿔나가면 됩니다. 인성과 자세, 마음이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신뢰있는 외모로 바뀌게 마련이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방송 진행자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모두 품어 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배려심, 이타심이 필요하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타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심사위원들도 이러한 점을 많이 고려한다는 게 성 대표의 조언이다.

또 하나, 방송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아나운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피디와 취재하고 기사작성 하는 기자 또는 원고 작성하는 작가 두 축 사이에서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업무상 이들과 어떠한 교류를 하는지 등 조직의 원리를 파악해 실무를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시대적 흐름도 제대로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유행어는 무엇인지, 국민들 취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시청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래의 흐름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 최고의 화두가 김연아 선수죠. 시청자들은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 외에도 그가 어떠한 어려움을 뛰어넘어 성공했는지 그 스토리를 알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감동을 느끼길 원하죠. 아나운서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자긍심과 꿈도 동시에 심어줘야 해요.”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 대표는 다독(多讀)을 강조했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통해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 신문과 언론을 매일 접하는 것은 기본이다. 예능 프로그램, 뉴스,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항상 시청, 청취할 것과 지상파 케이블 위성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자주 접할 것을 당부했다.
‘외모 멋져도 열정 없으면 소용 없죠’
MC, 내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 따라 필요한 진행방법, 공간마다 다른 스피치, 언어표현 방법 등 실무 능력을 확실히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성 대표는 “스펙이 훌륭해야 높은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는 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실제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차가우면서 학벌이 좋은 사람보다 따뜻하면서 학벌이 덜 좋은 사람을 선호하는 게 요즘 방송국 추세라는 것.

“인성과 실무능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실무가 부족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방송 3사는 뉴스뿐만 아니라 교양 연예 오락 등 다방면에서도 중간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그러면서 한 분야에서는 특별히 탁월하길 바라죠.”

아나운서 준비 시기와 관련, 성 대표는 일찍 시작하는 게 좋지만 늦게 시작해도 열정만 있으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MBC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H아나운서 예를 들었다.
‘외모 멋져도 열정 없으면 소용 없죠’
‘외모 멋져도 열정 없으면 소용 없죠’
“당시 H아나운서는 직장인이었어요. 업무 때문에 방송을 항상 접하면서 방송인의 꿈을 키웠죠. 하지만 당시 그의 나이는 적지 않았고 부인과 아기까지 있는 상태였어요. H아나운서도 이 때문에 고민이 심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열정이 있다면 나이는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숱한 노력 끝에 결국 MBC아나운서가 되더라고요.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는 정해진 나이가 없다고 봐요.”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성 대표는 “모양만 아나운서가 아니라 피까지도 아나운서의 피를 가지고 준비하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정말 아나운서가 되고 싶으면 아나운서처럼 평소에도 신경 써서 말을 해야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도 망설이지 말아야 합니다. 한 마디로 준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아나운서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의 인생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그 때 꿈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성 대표는 앞으로 사회와 국가를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싶어 한다. 4년째 이어온 장애인 아나운서 오디션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장애인 아나운서로 최종 선발되면 전액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봄온은 ‘봄날이 온다’의 줄임말입니다. 그 의미는 아나운서 꿈은 실현된다라는 뜻도 있지만 따뜻하고 희망찬 세상이 온다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를 통해 좀 더 따뜻해지고 희망찬 세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외모 멋져도 열정 없으면 소용 없죠’
성연미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대표

1962년생.
85년 동국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4년 서강대 언론정보대학원 석사.
85년 KBS 공채 12기 아나운서.
92년 BBS(불교방송) 아나운서·PD
2002년 봄온 아나운서 아카데미 대표(현) 2008년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겸임교수(현)


김선명 객원기자 123red1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