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으로 가는 비상구 ‘취업과외’ 열풍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서 대학 문화마저 바뀌고 있다. 대학생활의 꽃이라는 각종 동아리 활동 대신 취업이나 고시, 자격증 대비 스터디와 모임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취업을 위한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 과외’가 조용히 확산 중이다. 2010년 대한민국 대학에 불고 있는 ‘취업 과외’ 열풍 속으로 들어가 보자.


대학 입시에만 있는 줄 알았던 과외가 취업 시장에 성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취업과외’를 받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할 정도로 많은 대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미 많은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아르바이트 구인구직업체인 알바천국이 전국 대학생 20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한 달 평균 27만1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비용은 325만 원에 달한다.

대학생 김대현(26?남) 씨는 “이전 대학생활에서는 취미 등을 위한 동아리 활동이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동아리마저 취업을 위한 준비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취업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쓰면서 과외까지 받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으로 가는 비상구 ‘취업과외’ 열풍
‘취업과외’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리는 ‘취업캠프’가 대표적이다. 취업캠프에서는 이론적인 수업 대신 입사 지원 서류 작성, 실전면접 요령 등 일련의 실기 프로그램과 취업 전형에서의 합격 요령 등으로 강의가 이루어진다.

기업형으로 진화하는 ‘취업과외’

‘취업캠프’가 인기가 높은 이유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대기업 인사담당자 등이 직접 강의를 맡기 때문이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부터가 취업희망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직장으로 가는 비상구 ‘취업과외’ 열풍
현재 취업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4?여) 씨는 “취업을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해 답답했었는데, 캠프를 통해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자세한 요령과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취업성공에 필요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취업캠프’를 운영하고 있는 ‘미래를 여는 지혜’(미여지) 이성민 실장은 “지난 2008년부터 취업캠프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캠프에 들어오려는 학생이 30% 가량 늘었다. 특히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 50% 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면서 관심이 뜨겁다”고 밝혔다. 현재 미여지 캠프에는 대학 4학년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졸업생이나 유학생도 10% 정도 차지하고 있다.

취업캠프는 각종 취업관련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십여 개의 캠프가 부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비용은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으로 천차만별이다. 강의기간도 며칠짜리 단기 프로그램, 몇 주간 이어지는 장기 프로그램으로 다양하다.
직장으로 가는 비상구 ‘취업과외’ 열풍
강좌 성격도 캠프별로 차별화 돼 있다. 금융, 영업, 마케팅, 경영, 외국계 등 직무 및 업종별, 기업별로 세분화되어 있다. 과외를 원하는 취업 준비생 입장에선 자신에게 맞는 캠프를 고를 수 있는 셈이다. 미여지 이 실장은 “대부분 캠프의 강좌는 서류전형, 실전면접, PT면접 노하우, 모의면접 및 분석, 개개인별 면접 이미지 컨설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캠프에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명 캠프의 경우 서류전형, 면접 등의 시험과정을 거치고 있다. ‘마이웨이캠프21’을 운영하고 있는 채원기 씨는 “취업 성공을 위해선 기본적인 스펙을 갖춰야 하고, 정보와 네트워크의 싸움에서도 승리해야 한다”면서 “취업을 위한 실제 요령과 정보를 터득하고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이런 캠프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취업캠프에서 강의하는 대기업 인사팀장 등 전문가들이 받는 강의료도 화제다. 일부 인기 캠프에서는 서울 강남에서 활동하는 대입 고액 과외교사들에 맞먹는 고액 강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통해 선발…‘기본 스펙 있어야 효과 좋다’

취업을 위한 사교육은 비단 ‘취업캠프’에 그치지 않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공부하는 스터디 모임 등에서도 직접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그룹과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각종 취업관련 카페와 커뮤니티에는 과외를 위한 학생과 강사를 모집하는 글들이 수없이 많이 게재되고 있다.

취업을 위한 그룹과외가 나타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대란이 우려됐던 지난 2008년부터다. 특히 요즘에는 소규모 그룹과외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보통 그룹과외는 5~7명 정도의 소규모 인원으로 구성되며 업종별, 기업별로 세분화 되어있다. 과외강사는 현업 대기업 인사담당자와 이미지 컨설턴트, 취업 전문가 등이다. 특히 그룹과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도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있다.
직장으로 가는 비상구 ‘취업과외’ 열풍
과외비용은 무료에서 수십만 원으로 다양하다. 강사 비용도 마찬가지다. 회원은 대학 4학년생, 취업 재수생이 대부분이다. 취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룹과외 운영자인 이모(27?남) 씨는 “취업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 모였을 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 같아 간단한 시험을 통해 멤버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과외의 강좌는 근본적으로 취업캠프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적은 인원이 모인 만큼 세밀한 강의가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또 알음알음으로 취업에 성공한 선배를 초청해 직접 취업 성공후기 등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룹과외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8?남) 씨는 “실전면접 프로그램에서는 강사가 직접 개개인을 캠코더로 촬영해 말투와 자세 등을 하나하나 분석해 교정해 주고 있는데, 이는 인원이 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참여자들이 서로 경쟁관계로 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과외 분위기를 전했다.

그룹과외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무려 70%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과외를 받는 게 상책은 아니다. 그룹과외를 받고 있는 강모(25?여) 씨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업무와 기업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정해져 있고 학점, 영어 등 스펙이 기본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박승욱 기자 star71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