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은 지금

‘공시(公試)의 메카’ 에 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2030 젊은 세대들에게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은 취업. 특히 구조조정, 명퇴에서 비켜나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공무원을 꿈꾸는 취업 준비생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노량진이다. 지난 1979년 유명 대형학원들이 노량진으로 이주하면서 고시촌을 형성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데 현재는 고시학원이 36개, 고시원이 157개에 달하고 하루 이동 학생이 수천여 명에 이르고 있다.

오늘도 찬란한 인생을 꿈꾸며 노량진으로 향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따라 ‘노량진 고시촌’ 의 모든 것을 낱낱이 살펴보자!

학원 선택은 어떻게?

노량진으로 향하는 취업 준비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 선택일 것이다. 특히 노량진 학원가는 각종 시험 정보와 다양한 자료에 대한 빠른 접근성, 정확성, 유명 강사가 집중돼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무원 시험 전문가들과 노량진 고시촌의 시험 준비생들이 말하는 학원선택 비법을 알아보자!

‘공시(公試)의 메카’ 에 가다
무료강의와 학원 샘플강의를 먼저 들어보라!

공무원시험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학원마다 실시하는 오프라인 무료강의와 동영상 샘플 강의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한다.

특히 인터넷의 각종 카페와 커뮤니티를 통해 유명하다는 강사들이 많지만 그런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직접 강의를 들어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노량진에서 숙식을 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25·여) 씨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무료강의 등을 통해 직접 강의를 들어보고 상담 과정을 통해 자신과 맞는 강의를 잘 선택해야만 나중에 강사를 바꾸는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 준비를 하는 자기 자신이 직접 학원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하는 수고를 기울여야만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강생이 많이 몰리는 강의는 분명 이유가 있으므로 반드시 한번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학원에서는 시험 준비에 필요한 교재를 시중보다 10~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하지만 대부분 현금거래를 요구하니 참고해야 할 듯.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노량진 학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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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패스원(한교고시학원)


오랜 전통이 있는 학원으로 유명강사가 다수 포진되어 있어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특히 깔끔한 전문 상담실은 수강생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인기강사 김재정(국어), 신성일(영어), 위계점(행정학개론)

남부행정고시학원

오랜 전통이 있는 학원으로 특히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높다. 다수의 유명 강사 강의는 취업 준비생들이 한번쯤은 들어야 할 강의로 꼽힌다.
유명강사 유두선(국어), 배미진(국어)

베리타스M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단과 강의 인기가 높다. 과목별 유명강사가 다수 포진되어 있다.
유명강사 조창욱(국어), 이재현(국어), 김종석(행정법총론)

남부경찰학원

경찰전문 학원으로 다년간 취업 준비생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특히 강의 뿐 아니라 자습실, 상담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유명강사 김승봉(형사소송법), 김현(형법)

우리경찰학원

학원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경찰대학 출신의 변호사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 수험생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유명강사 신광은(수사)

숙식은 제대로 하라!

노량진으로 향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장 큰 고민은 숙식이다. 노량진 구성원 비율은 서울지역이 70%, 지방이 3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방 출신 대부분은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학원가 주변 고시원과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다.

‘노량진 고시촌’의 한 원룸에서 지내는 K모(29·남) 씨는 “이 곳 모든 이들의 고민은 아마도 숙식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월 100만 원 정도가 먹고 자는 데만 들어가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큰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노량진 주변의 고시원과 원룸의 경우 가격은 월 25만 원부터 천차만별이다. 노량진 학원 관계자들은 “공무원 시험 준비의 경우 기본적으로 1년 이상은 준비해야 하는데 먹고 자는 것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취업 준비생들과 학원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고시원과 원룸 선택 시 유의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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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자신이 원하는 선택기준을 확실히 하라


모든 조건을 다 만족할 수는 없다. 학원에서 가까워야 하는지 창문은 있어야 하는지 조용하고 깨끗한 집인지 등 꼭 필요한 조건과 기준을 세우고 그것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좋다.

2. 주변과 생활환경을 잘 살펴라

공부에 적합한 환경인지 밤길에 위험하지는 않은지 집주인이 혹시나 악덕업주는 아닌지 등도 꼭 확인해 볼 사항.

특히 보안키 등은 안전한지 화장실과 세면실 이용에 문제가 없는지, 방음은 잘되는지도 잘 살펴야 나중에 불편을 겪는 일이 없다.

3.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마라

인터넷에 올라오거나 전단지에 소개되는 사진과 문구, 가격 등에 현혹되지 말고 직접 찾아가보고 가격을 흥정하는 것이 좋은 집을 얻는 비결이다.

공무원 준비생 이모(33·남) 씨는 “노량진의 원룸은 의외로 관리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러니 선택 시에는 집주인과 흥정을 통해 할인을 많이 받는 것도 하나의 팁”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들어 노량진에서 오래 생활하는 이들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하우스메이트(한 공간을 2~3명이 나누어 같이 생활하는 경우)’를 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거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4. 음식은 제대로 먹자

식사의 경우 고시원, 원룸과 연계된 식당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격은 2000~2500원 정도. 이럴 경우 고시원, 원룸과 연계된 식당이 보통 3~4군데 정도이니 제공하는 메뉴를 살펴 식성에 맞는 걸 선택하면 된다.

특히 노량진에는 주먹밥, 걸거리 볶음밥, 떡갈비 등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싸고 저렴한 길거리 음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격은 대부분 1000~2000원 사이. 하지만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박모(25·여) 씨는 “강의 시간에 쫓겨 길거리 음식을 먹은 후 장염에 걸려 건강도 버리고 시간도 버리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길거리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무리 절약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 공부나 건강을 위해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스트레스에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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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고시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적은 외로움과 자신감 상실, 즉 스트레스다. 노량진에서 2년 넘게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안모(30·남) 씨는 “이런 저런 외로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이 없겠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가 취업실패의 가장 큰 이유이가 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럼 취업 준비생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까? 대부분은 ‘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취업준비생 박모(28·여) 씨는 “가끔 외로움이 사무치거나 공부가 잘 안될 때 친구와 술 한잔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한다. 다른 문화생활을 하거나 그럴 공간이 전혀 없는 것도 술을 마시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24시간, 365일 공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니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하나씩 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체력을 유지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렇듯 ‘노량진 고시촌’에서의 취업 준비는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충분히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철저히 한 후 도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박승욱 기자 star710@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