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홀리데이 체험기_ 호주

2009년 1월, 4학년 개학을 한 달 앞두고 해외 어학연수를 결심했다. 요즘 기업들이 영어회화를 중시하는데다, 내가 관심을 두는 해외 시공분야도 상급의 회화실력을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안 형편상 거금을 들여 어학연수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직접 돈을 벌면서 공부할 수 있는 워킹홀리데이가 최적의 대안이었다. 우선 호주로 떠나서 6개월은 어학연수 비용을 만들고, 3개월은 어학연수를,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할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비행기를 탔다.

1년간 호주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내가 6개월 동안 일한 곳은 카길(cargill)이라는 쇠고기 공장이었다. 그곳에서 ‘호주와 한국은 일자리 환경이 상당히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직장을 옮기는 것을 아주 힘든 일로 본다. 그래서 자신에게 정당하지 못한 일이 주어지더라도 묵묵히 참는 경우가 많다. 또 직장상사와의 관계가 수직적이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직업 이동이 자유롭고 일반직원과 사장의 관계도 수평에 가깝다. 모든 직원은 자기가 맡은 일 외의 부당한 일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불평과 칭찬에 솔직하게 반응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또 하나 느낀 것은, ‘호주인들은 현재를 살고 한국인들은 미래를 산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지금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한다. 하지만 그들은 다르다. 호주에서 사귄 한 친구가 어느 날 해고를 당해 위로 차 그 친구의 집을 찾은 적이 있다. 시무룩해 있긴커녕 집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내일에 대해 고민하느니 현재를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Old torn white lined paper stuck to a black background.
Old torn white lined paper stuck to a black background.
나의 주목적이었던 영어실력 향상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기대치의 80%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다 보니 그 나라 특유의 발음으로 인해 고생을 하긴 했어도, 그것 또한 좋은 거름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영어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과목이 아닌 언어로써 남들과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꼈다.

‘영어 써먹으러 가자’ 생각으로 떠나야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면 연계연수(호주 등 영어권 국가로 가기 전 비용이 절감되는 필리핀 같은 나라에서 2~3개월 집중 영어 공부를 하는 것)를 통해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출발할 때 영어 실력은 문법과 단어가 조금 되어있는 정도여서 호주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워킹홀리데이를 갈 때 마음가짐이 ‘영어를 배우러 가야지’ 가 아니라 ‘영어를 써먹으러 가야지’ 라고 생각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호주는 어느 지역을 가도 한국인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이 없는 곳을 찾아 영어 실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은 실현하기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공부하던 어학원에서는 영어로 수업하다가 쉬는 시간엔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수업이 끝나면 한국인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만족하며 졸업한 이도 있었겠지만, 후회와 함께 졸업한 학생이 더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호주로 떠나기 전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1년을 2년처럼 보내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이종만 경상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