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컨설팅 시장 점검②

일대일 취업 컨설팅, 취업 특강, 취업 캠프, 취업 멘토링, 설명회, 박람회, 힐링 프로그램….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학교는 물론 정부·지자체·공공기관까지 나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수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취업 준비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취업 캠프’는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참여하는 인기 프로그램. 인원 제한이 있어 참여 신청을 했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호응이 대단하다. 하지만 취업 캠프에 다녀왔다고 해서 모두가 ‘취업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잣대가 되고, 프로그램은 부실하고, ‘잿밥’에 더 관심 있는 일부 학교 때문에 정작 학생들의 ‘취업 역량’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슈체크] ‘취업 역량 강화’ 뒷전, ‘비용 줄이기’에 혈안 된 취업 캠프
꼭꼭 숨겨두는 공개 입찰 결과… 심사는 하나?
취업준비생 수만큼이나 늘어난 것이 있다면 취업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취업 컨설팅 업체다. 기업 형태로 운영하는 곳은 10여 곳 정도지만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가 워낙 많아 파악이 어려울 정도다. 이들을 찾는 곳은 전국의 대학들이다.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각 대학에서는 교육부 등의 지원금을 받아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주최하는데, 교내에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취업 컨설팅 기업에 프로그램 운영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덕분에 취업과 관련된 각종 캠프, 박람회, 특강 등 용역 시장의 규모도 순식간에 불어났다.

그만큼 용역 수주를 위한 컨설팅 업체의 경쟁도 치열한 상황.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여야 하는 학교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돈이 오가는 일이다 보니 입찰 등을 둘러싸고 ‘부당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금전적 부담을 안더라도 탄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최소 금액으로 진행해서 최대한 많은 돈을 남기려는 학교도 꽤 많다”고 말했다.

취업 캠프를 계획하는 학교에서는 위탁 업체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 공고를 조달청이 운영하는 입찰 통합 시스템 ‘나라장터’에 게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조달청에 따르면 입찰 금액이 5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나라장터가 아닌 자체 시스템으로 입찰에 부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를 띄우고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 컨설팅 기업이 양식에 맞는 서류를 구비해 접수하면 학교에서는 일정 기준에 따라 심사를 진행해 입찰하는 방식. 그러나 순조로워 보이는 이 과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 있다. 입찰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취업 캠프를 운영하는 학교의 대부분은 입찰 심사 기준으로 ‘가격’ 평가 비율을 20%, 프로그램을 비롯한 강사의 전문성, 유사 프로그램 운영 실적, 재무건전성 등 ‘기술 능력’ 평가 비율을 80%로 두고 있다. 평가 지표도 확실히 명시되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 하지만 심사 결과를 공개 발표하는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소재 S여자전문대학은 입찰 공고에 위탁업체 선정 기준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라고 써 올리기까지 했다. 프로그램의 질에 상관없이 무조건 낮은 비용을 책정하려는 학교의 속내가 보이는 부분이다. 여기에 치열한 입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추다 못해 덤핑까지 불사하는 취업 컨설팅 업체까지 더해지면서 취업캠프의 질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취업 캠프는 무조건 리조트에서?
일반적인 취업캠프의 1건당 입찰 금액대는 참여 학생 인원에 따라 적게는 800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까지다. 학생 1인당 평균 금액을 따져보면 20만 원의 가격이 책정된다. 20만 원 중 가장 많은 비용은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 항목이다.

A씨는 “30~50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취업 캠프는 어느 캠퍼스에서든 학교 내 시설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서 “교내에서 진행하면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를 충분히 줄일 수 있지만 굳이 외곽의 리조트에 나가서 행사를 하는 것은 예산을 소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숙박비, 식비를 아껴 더 좋은 취업 콘텐츠, 더 실력 있는 취업 컨설턴트를 학생들에게 소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주최하는 취업 캠프가 열리는 장소는 학교 외인 경우가 많다. 지난 1월 서울의 S대학교는 경기도 오산 소재의 기업 인재개발원에서, 지난 11월 호남 지방의 J대학교는 전남 화순 소재 기업 리조트에서 취업 캠프를 진행했다. 역시 한 리조트에서 취업 캠프를 진행한 K대학교의 입찰에 참여한 P컨설팅 업체의 제안서에는 전체 금액 800만 원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580만 원 중 숙박비와 식비,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달했다. 한 끼 식사비로 책정된 금액은 1만3000원이었다. A씨는 “충청도에 위치한 학교가 취업 캠프를 위해 부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돌아오는 길에는 횟집에서 전체 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학생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멀리 떨어진 리조트로 떠나 맛있는 음식을 내주는 캠프에 만족감을 표하는 경우가 대부분. 취업 컨설턴트 L씨는 “콘텐츠의 질보다는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 다음 입찰에서도 선정되기를 바라는 일부 업체들이 일부러 이렇게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질보다 ‘영업’ 잘하는 업체가 갑(甲)
취업 캠프 개최의 목적인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콘텐츠에 투자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취업 컨설팅사에 소속돼 강사로 활동했던 B씨는 “취업 캠프 전체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그럼에도 취업 컨설팅 기업이 모여드는 것은 학생과 학교를 고객으로 모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취업 캠프가 가장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 캠프 용역을 발주하는 학교들은 이 상황을 모르는 것일까. 오히려 ‘뒷돈’이 오가면서 물을 흐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취업 캠프를 많이 수주하는 E사에 지속적으로 취업 캠프를 위탁해왔던 경기도 소재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E사의 부실한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다시는 E사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E사가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그 배경에 검은 돈이 오고 갔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결국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관심이 없고, 취업 컨설팅 업체도 정상적인 영업 형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콘텐츠 내용·강사 정보 공개하라!
‘돈’이 취업 캠프 용역의 결정적 요소가 되다 보니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질이 저하되고, 그 영향은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다. 취업 환경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년째 같은 커리큘럼을 고수하거나 학교나 학생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콘텐츠로 캠프를 진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부터 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취업 캠프 시장에 대해 인식하고, 참여할 캠프의 프로그램과 컨설턴트 이력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취업 캠프 강사인 B씨는 “자신이 무엇을 얻기 위해 취업 캠프에 참여하는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저 나들이 가듯 참여할 시간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교육 전문가 A씨도 “자신이 참여할 취업 캠프 프로그램과 강사 이력 정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배울 것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학교 측의 각성과 투명한 캠프 운영은 절실한 상황이다. 취업 컨설턴트 L씨는 “정부 등에서 지원하는 취업 관련 예산이 투명하게 지출되고 있는지, 실제 학생들 진로에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일부 학교에서 여전한 뒷돈 관행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박수진·김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