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4년의 마지막 달이라니! 훌쩍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쉽고 또 아쉬워 과월호를 뒤적이던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들. 지난 추억을 곱씹듯 하나둘 취재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옴뫄, 근데 이거 꽤 재미있는걸? 그래서 아예 자리 깔고 마련한 ‘잡앤조이판 용감한 기자들’. 입이 근질근질했으나 후폭풍이 두려워 차마 지면에 담을 수 없었던 그 이야기. 연말을 맞아 큰맘 먹고 모두 쏟아놓는다.
[캠퍼스 잡앤조이 연말정산] 용감한 기자들, 우리 이제는 말할 수 있잖아?!
박해나 기자 벌써 연말이라니! 시간 참 빠르다. 다들 한 해 동안 수고 많았어!

이도희 기자 그러게. 그런데 뭔가 쓸쓸한 연말인 것 같아. 취업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괜히 나까지 기운이 빠져.

김은진 기자 학생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어.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더 많은 고급(?) 정보를 흘려줘야지.

박상훈 기자 그럼 진짜 고급 정보 좀 흘려볼까? S그룹부터 시작해야 하나?

김은진 기자 S그룹과 L그룹을 라이벌이라고 하잖아? 그런데 재미있는 게 인터뷰를 가보면 S그룹은 L기업에 대해 별 얘기 안 하거든. 그런데 L그룹은 S그룹 험담 엄청 많이 해.(웃음)

이도희 기자 S그룹 입사가 꿈인 취준생이 정말 많은 것 같아. 그래서 그냥 ‘S그룹’이라고 하면 직군 안 가리고 지원하더라고.

박상훈 기자 그러니 입사해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태반이지.

이도희 기자 맞아. 특히 S그룹이 영업직을 채용할 때는 학벌을 별로 안 보거든. 그래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지. 합격하면 처음에는 굉장히들 좋아해. 그런데 얼마 후에 보면 다들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이 S그룹 제품 사진으로 바뀌어 있어. 물건 못 팔아서 끙끙 앓고 있는 거지. 결국 못 견디고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고.

김은진 기자 직무 파악도 못하고 그저 S그룹 간판 하나만 보고 입사하니 그런 거지. 셔츠 입고 사원증 목에 걸고 다닐 줄 알았다고 후회하더라고. 자신이 마트에서 고객 잔치하고, 물건 팔고 있을 줄 몰랐다면서 말이야.

이도희 기자 그래도 S그룹이 학생들에게는 이미지가 굉장히 좋아.

김은진 기자 기자들이 전화해서 뭐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 안 해주면서 학생들이 물어보면 답변 진짜 잘해줘. 전화든, 메일이든 뭐든지 말이야. 그래서 학생인 척 가장해 취재했던 적도 있어.

이도희 기자 기자들에게 말을 잘 안 해주는 게, 어쩌면 진짜 잘 몰라서일 수도 있어. S그룹은 인력개발원에서 그룹 차원의 채용 트랙을 만들어 배포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계열사 인사팀원들은 아는 게 별로 없거든.

박해나 기자 S그룹은 신입사원 서면 인터뷰 한 번 진행했다가 완전 질렸어. 홍보팀에서 어찌나 유난이던지. 서면으로 받은 답변과 관련해서 추가로 한두 개 더 물어볼 게 있어서 간단히 통화 좀 하려고 했는데 전화 연결 절대 못하게 하더라. 한마디를 하더라도 홍보팀을 거쳐야 한대.

박상훈 기자 그런 건 H그룹이 진짜 심하지. 기업 문화 자체가 폐쇄적이잖아. 그 기업의 야구단도 구단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이 괜히 나온 게 아냐. 기업 문화가 그대로 이어지는 거지. 사실 뻔한 정보도 기자들이 물어보면 본인들 입으로 알려주길 꺼려 해. 홍보나 인사팀 직원뿐만이 아니더라. 일반 사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정신교육이라도 받는 건가 싶을 정도라니까.

박해나 기자 이미지 좋기로 소문난 모 커피브랜드도 의외였지. 매장직 인터뷰를 홍보팀 몰래 섭외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거든. 인터뷰 답변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홍보팀에서 연락이 와서는 “기자님, 인터뷰 요청하셨죠?” 이러는 거야. 순간 뜨끔했다니까? 인터뷰하기로 했던 매장 직원에게 ‘왜 홍보팀에 얘기했냐’ 했더니 점장이 알아차려서 바로 보고했대. ‘사찰이 흔한 기업’이라며 한숨짓더라고.

이도희 기자 대기업이 아니라도 괜찮은 기업은 많잖아. 취재하면서 자주 보지 않았어?

박상훈 기자 난 제주도에 있는 D기업. 제주 사옥이라서 더 좋아보였을 수도 있지만 기업 문화가 참 좋아. 지금은 합병되긴 했지만 말이야. 보통 IT기업들이 자율적인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서로를 대하는 분위기가 그걸 넘어서는 것 같았어.

박해나 기자 그에 비해 N기업은 이제는 클 만큼 커 버려서 기존의 느낌을 많이 잃었지. 난 게임업체 N기업이 마음에 들었어. 정말, 구내식당 보고 완전 반했잖아. 메인메뉴가 6가지나 되더라고.

이도희 기자 거기 피트니스랑 스파 시설도 좋지.

박상훈 기자 회사에 얼마나 가둬 놓으려고….(웃음)

김은진 기자 샤워실, 수면실 이런 거 잘 돼 있는 기업은 의심해야 해. 학생들은 ‘와, 좋다’ 하면서 감탄하는데, 굳이 회사에 샤워실, 수면실이 왜 있어야 하는지 숨은 의도를 알아야지.

박상훈 기자 판교에 괜찮은 회사들이 많더라. 특히 컴퓨터 백신 만드는 A기업, 정말 괜찮아. 그에 반해 대중에게 이미지 굉장히 좋은 K기업은 글쎄….

박해나 기자 K기업이랑 함께 일했던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빼먹을 것만 쏙쏙 다 빼먹고 무참히…. 엄청 이를 갈고 있더라고.

박상훈 기자 가구 만드는 H기업도 마찬가지야. 거긴 기업 문화뿐만 아니라 제품도 별로야!

김은진 기자 밀어내기 엄청 심하고, 혼자서 해야 할 업무가 엄청나대.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대하듯이 엄청 부려먹고, 문과생한테 캐드 배워오라고 하던걸?

이도희 기자 H그룹의 유통업체 있잖아. 거긴 학벌 보고 채용하는 걸로 유명해.
공채를 진행할 때 학벌 커트라인을 정해놓고 하더라고.

김은진 기자 예전에 그 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대학생을 추천해달라는 연락을 받았거든. 그런데 ‘서연고’, ‘서성한’ 이상으로만 추천해 달라더라고. 대놓고 그렇게 말해서 좀 놀랐어.

박해나 기자 기업들이 말로는 학벌 안 본다고는 하는데, 사실 다 그렇다고 볼 순 없지.
한 인사담당자는 서류에서 학벌이 70%는 차지한다고 말한 적도 있어.

이도희 기자 학교별로 점수대가 있잖아. A~C대학은 5점, D~F대학은 4점 이런 식으로.

박해나 기자 기업들 좋은 이야기 좀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네.(웃음)

박상훈 기자 그러니 기업 간판만 보고 가면 안 된다는 거야. ‘대기업’ 따질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야지.

김은진 기자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그게 무조건 큰 회사를 가라는 말은 아니거든. 본인이 하고 싶은 직무를 정해서 그 분야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면 될 텐데 말이야.

이도희 기자 그래도 일 년 동안 신입사원들 많이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은 것 같아. 다들 열정은 넘치더라.(웃음)

박해나 기자 우리도 다시 신입 기자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열정적으로 마감이나 하자.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