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끙끙 앓던 이발사가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 가서 속 시원히 소리쳤다. 요즘은 SNS로 하는 대학별 대나무 숲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각 대학교 대나무 숲 관리자들을 통해 대나무 숲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자.


Q. 하루 몇 건의 제보가 들어오나
연세대숲 : 연대숲은 하루에 100~150건의 제보가 들어와요. 한때 제보가 1500건 정도 밀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보 날짜와 실제 업로드 날짜가 많이 차이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소수 제보만을 선정하는 식으로 만들어 날짜 차이를 줄여가고 있어요.

숙명여대숲 : 다른 학교에 비해 제보 건수가 적은 편이에요. 하루에 보통 30~50건 정도가 오는 것 같아요. 그중 필터링 과정을 거쳐 20개 정도 올리고 있어요.


Q. 관리자가 보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연은?
연세대숲 :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학우의 이야기였어요.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평범하게 생활하는 동시에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산다는 이야기였죠. 많은 학우들이 제보자를 위로하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했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제보였어요. 이런 사연들이 익명 게시판에서만 털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가천대숲 : ‘자신이 머문 자리는 깔끔하게 하는 가천대 대학생이 되자’, ‘교내 환경을 위해 고생해주시는 미화원분들께 감사인사 한마디라도 드리는 가천인이 되자’ 등 가천대 학우들이 얼마나 인성이 바르고 심성이 고운지 느낄 수 있었던 제보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대나무 숲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사연은?
가천대숲 : ‘술 마시고 세 명에게 고백해버렸어요. 술을 없애고 싶어요. 망했어요. 세 명 모두에게 차였어요’라는 제보가 있었어요. 950여 개의 ‘좋아요’를 받으면서 가장 주목 받은 제보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참고로 이 게시물을 읽은 구독자 수는 2만5000여 명이에요.

숙명여대숲 : 최근 학제 개편안에 따른 미술대학의 입장을 표명하는 글이 가장 이슈가 되었어요. 숙대숲은 보통 학교 사정에 관한 제보가 화제가 되는 편이죠. 또 화장실에 붙어 있던 몇몇 학우들과 청소관리인이 다정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제보도 사진과 함께 게재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Q. 제보를 걸러내는 기준이 있다면?
가천대숲 : 아마 대다수 대나무 숲의 기준이 비슷하지 않을까 요? 정치적·종교적 색채가 짙은 글, 욕설 및 비방이 담긴 글, 분란을 조장하는 글, 아무런 내용이 없는 글 등의 기준을 세워 제보들을 걸러내고 있어요.

서울시립대숲 : 익명이기 때문에 친구들 간의 짓궂은 장난도 있어요. 장난을 가장한 비방도 있고요. 제보가 당사자 간의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으면 걸러내는 편이에요.


Q. 다른 대학 대나무 숲과 다른 점은?
연세대숲 : 이전 제보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던 중 김성현(전자전기공학 1) 학우가 제보 글 검색기 프로그램(lab.vingsu.com/YonseiBamboo)을 직접 만들어주었어요. 또 SNS 가계정을 통해서 제일 먼저 소통을 도모한 대나무 숲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연세대학교 안타깝숲’을 열어 안타깝게 걸러진 제보를 올려주고 있어요.

한국외대숲 : 이성과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임해주고, 학교 특성상 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기자기한 게 특징이에요.


글 김신의 대학생 기자(성균관대 교육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