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꼴Q열전] 사연있는 인생 화보에서 기부 이벤트까지, 청춘사진관
‘청춘사진관’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진관과는 조금 다른 곳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전액 무료’의 파격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 손님들은 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근사한 화보 촬영을 하고 앨범까지 선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이곳의 손님이 될 수는 없는 법! 주인장인 임기환(전북대 경영 4), 유성웅(전북대 신문방송 졸) 두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사연 있는 사람’만이 청춘사진관의 특별 고객이 될 수 있다.
[꼴Q열전] 사연있는 인생 화보에서 기부 이벤트까지, 청춘사진관
2013년 11월, 전북대 학생 3명이 모여 앉았다. ‘졸업하기 전에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아이템이 없었다. 머리를 쥐어짠 끝에 떠오른 것이 ‘사진’이었다. 세 남자는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의 소중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주는 멋진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비록 사진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아마추어들이라 나눌 재능(?)이 많지는 않았지만 열정만은 차고 넘쳤다. 대학생 기자단 활동을 하며 촬영 몇 번 해본 경험도 있겠다, 자신감도 충만했다. 주머니 탈탈 털어 고가의 카메라를 장만하고 ‘청춘사진관’이라는 뿌듯한 작명 작업까지 마치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프로젝트명을 고민하던 중에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죠. 단순히 우리가 젊어서가 아니라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담겨 있는 말인 것 같았거든요. ‘사진관’이라고 붙인 이유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좋아서고요. 그렇게 ‘청춘사진관’이라고 이름을 지었더니, 다들 ‘사진관 위치가 어디냐’고 물어보세요. 청춘사진관은 페이스북에만 있는 공간인데 말이죠.”
[꼴Q열전] 사연있는 인생 화보에서 기부 이벤트까지, 청춘사진관
매번 다른 주제로 사연 공모, 주인공으로 뽑히면 화보 촬영
청춘사진관은 한 달에 2~4회 정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연 모집 공고를 올린다. 때마다 주제는 다르다. ‘졸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커플’, ‘뜨거운 그 해 여름’ 등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통해 25팀의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온몸에 화상을 입어 사진 찍기를 꺼려하는 남편과 결혼 30주년 웨딩사진을 찍고 싶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 꽃다운 여고시절을 함께 보내고 20년이 지난 뒤에는 이웃주민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들의 재미있는 추억 등 다양한 사연이 청춘사진관의 문을 두드린다.

“많을 때는 250통 이상의 사연이 온 적도 있어요. 참 신기하게도 매번 주제에 딱 맞는 사연의 주인공이 나타나요. 사연을 다 읽어보고 성웅이 형과 함께 한 명의 주인공을 뽑는데 늘 의견이 일치하죠. 형은 가끔 사연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더라고요.”(웃음)

시작은 셋이었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은 임기환 씨 혼자다.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멤버 한 명이 취업에 성공하며 빠지게 됐고, 결국 유성웅 씨와 임기환 씨 두 명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유성웅 씨까지 직장인이 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청춘사진관 대표로 기환 씨만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갈 사람은 가야죠.(웃음) 저도 이제 마지막 학기라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고민이에요.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계속 구상하고 있죠. 성웅이 형이 취업 해 평일에는 시간을 못 내고 있지만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맞춰 청춘사진관은 계속 끌고 갈 거예요.”
[꼴Q열전] 사연있는 인생 화보에서 기부 이벤트까지, 청춘사진관
첫 작품 ‘전주판 소녀시대’로 인기 급상승
청춘사진관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숫자는 1만5000개를 넘어섰다. 처음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인기다. 그들의 첫 작품, 일명 ‘전주판 소녀시대’ 사진이 화제가 되며 청춘사진관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이 오늘날 인기의 시작이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아홉 명의 고3 여고생들은 곧 호주로 떠날 친구를 위한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청춘사진관에 사연을 보냈다. 교복과 한복을 맞춰 입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촬영한 이들의 사진은 ‘소녀시대’ 못지않은 미모와 풋풋함으로 온라인에 공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첫 촬영이라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굉장히 우왕좌왕하며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그 나이 또래 아이들만의 에너지가 있잖아요. 애들이 그 에너지를 감추지를 못하더라고요.(웃음) 지금 그때 사진을 보면 ‘그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죠. 그래도 그 사진의 인기가 제일 좋아요.”

그동안 틈틈이 책도 보고, 학교에서 관련 강의도 들으며 나름대로 사진 공부를 한 덕에 1년 새 이들의 사진 실력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첫 사진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단순히 사진의 기술이나 실력이 좋아서 사람들이 청춘사진관의 사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많은 분들이 저희 사진은 부담이 없고, 진정성이 담겨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촬영과 보정작업까지 진행하면 꼬박 하루가 걸리고 앨범 제작비 때문에 자비를 털어야 하지만, 기환 씨는 “한 번도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즐거운 얼굴이다.

“촬영할 때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다들 처음에는 쭈뼛거리고 어색해하는데,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죠. 촬영 시간이 오래 걸려도 지치지 않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덩달아 힘이 나고요.”

최근 청춘사진관은 조금 더 좋은 의미를 담아보고자 기부 이벤트를 시작했다. 청춘사진관 고객들이 소외계층을 위한 ‘청춘기부금’ 조성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제성은 전혀 없지만 많은 이들이 좋은 뜻에 동참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많은 분들의 행복한 모습을 담고 싶어요. 물론 취업도 해야죠. 직장인이 되더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청춘사진관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l사진 청춘사진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