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Y 常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금리가 속속 떨어지고 있다. 거기다 최근 ‘9·1 부동산 대책’ 등 거품(버블)을 부추기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이어지며 확실한 방향성을 찾지 못한 돈들이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렇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 부동(浮動)자금이 올 6월 말 기준으로 736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돈
지난달 19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736조285억 원이다. 지난 2008년 말 540조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5년 6개월 동안 36.3% 급증한 것.

단기 부동자금은 현금, 수시 입출식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합한 금액으로,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금융 시장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대기 중’인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늘어나는 것은 확실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의 영향이 크다. 현재 시중 은행 예·적금 금리는 대부분 2%대 초·중반이고 1년 기준으로는 1%대 금리까지 내려간 상품도 적지 않다. 지난달 14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내리면서 향후 예금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재빠르게 발맞춰 예금금리를 낮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정부의 각종 규제 완화 조치로 주식·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도는 듯해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로서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더 좋은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돈을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놓는 것이 나은 셈이다.


금융 선순환구조 어려워져
단기 부동자금이 많아지면 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가계는 예금이나 펀드 등을 통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긴다. 금융기관은 이 돈으로 기업에 대출을 해주거나 채권 매입의 형식으로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데, 금융기관에 유입되는 돈이 단기 성격이라면 그만큼 빌려주는 돈도 단기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에 금융의 건전한 순환구조를 해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다니는 돈들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 싶으면 부동산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다 싶으면 주식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 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 MMF)
자산운용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초단기금융상품.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하루만 돈을 예치해도 운용실적에 따른 이익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하다.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지난 1971년 개발해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 양도성예금증서(Certificate of Deposit, CD)
은행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것으로, 은행이 발행하고 증권회사, 종합금융회사 등의 중개를 통해 매매된다. 일반 예금과는 달리 무기명이며, 중도해지는 불가능하지만 양도가 자유로워 현금화가 용이하다. 이 때문에 예금자는 만기일 이전이라도 은행 또는 증권회사 등에 팔 수 있고 증권사 등은 이렇게 매입한 CD를 일반고객에게 되팔 수 있다. 최저예금액은 보통 500만 원이고, 예치 기간은 최단 30일이다.


● 환매조건부채권(Repurchase Agreements, RP)
금융기관이 보유한 우량회사 발행 채권 또는 국공채 등을 1~3개월 정도의 단기채권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일정 이자를 붙여 만기에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


글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