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에서 인문학을 향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인문학이 경시받고 있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일부 인문대학이 통폐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중앙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가천대가 인문대 통폐합 소식을 알렸고, 강원대도 최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이들 학교의 현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자.



중앙대학교
지난 2010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학교는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와 40개 학과로 재편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다음해에는 서울캠퍼스의 일어일문학과, 민속학과와 안성캠퍼스의 일어학과, 중어학과가 ‘아시아문화학부(일본어문학, 중국어문학, 비교민속학)’로 통폐합했다. 또 서울캠퍼스의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와 안성캠퍼스의 노어학과도 ‘유럽문화학부(독일어문학, 프랑스어문학, 러시아문학)’로 합쳐졌다. 학부제로 운영되면서 전공수업 시수도 줄었다.


가천대학교
지난 2013년 기존의 독일어문학과와 프랑스어문학과를 ‘유럽어문학과’로, 일본어문학과와 중국어문학과는 ‘동양어문학과’로 각각 통합한 후 분반해 수업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어문학과 신입생 기초전공 ‘일본어강독’은 중국어문학과 신입생 기초전공 ‘한문강독’과 합쳐 ‘한자의 이해’로 통합했는데 일본어 전공자와 중국어 전공자를 구분해 각 학과 담당 교수에게 수강하도록 하고 있다. 학회 역시 각 학과에 속해 있던 게 사실상 사라지고 노래, 콩트 등 장르별로 다시 묶어 새로운 3개의 학회로 개편됐다.


강원대학교
지난 4월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통합해 ‘융합학부’로 신설하는 학과 구조조정안을 확정했다. 영문학과와 국문학과, 일본학과도 유사학과로 판정해 통합하거나 삼척캠퍼스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실시하는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 때문으로, 이 사업은 유사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감축할 경우 가산점을 주고 예산 지원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학생 의견

“학과 통합 후 더 이상 ‘우리 과’ 아닌 것 같아”
최정은 가천대 동양어문 3

학과가 통합되고 나서 기존의 중어중문학과가 아예 사라진 것 같아 소속감이 많이 약해졌어요. 과실의 경우 기존에 4개였던 사무실 벽을 허물어 2개로 통합했는데 그러다 보니 들어가기 꺼려집니다. 학회 같은 공동체 활동 참여율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어요. 교수님들도 갑자기 학과 운영 체제가 바뀌면서 커리큘럼을 통일하기 어렵다며 당황해하시더라고요.


“쉼터였던 과실, 이제 들어가기 꺼려져”
방성준 중앙대 중어 4

통폐합 전에는 과실이 공강 시간에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역할을 해줬는데 이제 세 개 학과 학생들이 함께 써야 하다 보니 서로 과실을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새터, 개강총회, 종강총회 등 여러 교내 행사도 아시아문화학부로 통합된 뒤에는 학과별로 독립적으로 계획하기 사실상 어려워진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또 중어학과에는 원래 격년으로 원어연극을 진행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맥이 흐려져 매년 학술제 정도만 이어가게 돼 안타깝습니다.


글 박다연 대학생 기자(가천대 국어국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