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라는 키워드에 우리는 자연스레 스티브 잡스를 떠올립니다. 마치 아이폰에 ‘생각’이라고 치면 스티브 잡스로 ‘자동완성’ 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죠.

‘다르게 생각하자(Think different)’라는 모토로 애플이 만들어낸 제품들은 그야말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이었습니다. 투명한 케이스의 우주선 모양 아이맥, 수십 GB(기가바이트)의 곡을 넣어 개인 주크박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아이팟 클래식(이번에 단종되었다죠? 안녕~ 아이팟 클래식), 스마트폰의 아키 타입이 된 아이폰, PC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아이패드까지….

이제 스티브 잡스 이야기를 꺼내는 건 조금 구태의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자주 언급되고 모델링되는 게 잡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스 이후의 그 어떤 혁신가도 잡스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생각의 영웅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생각했던 창의성은 무엇이었을까요? 잡스가 고려한 창의성의 정의는 생각보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잡스의 창의성’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히 화려하고 멋지고 천재적인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가 정의 내린 창의성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생전에 그는 한 유명 IT잡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창의성은 단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일입니다.”

어쩌면 창의성의 정의마저 애플의 디자인마냥 이렇게 심플할까요? 심지어 그는 “창의적인 사람에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했냐고 물으면 실제로 별로 한 일이 없어서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지요. 개인적으론 잡스의 창의성 정의에 단서를 하나 붙이고 싶습니다.

“창의성은 단지 여러 가지를 연결하는 (다른 방법으로 생각을 해보는) 일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잡스의 창의성은 바로 다르게 생각해서 조합한 물건을 남다르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요는 재료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어떻게 조합하는가, 다시 말해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중요했다는 뜻입니다. 잡스의 유산인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넘쳐나는 지식과 자원에 접속할 수 있죠.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생각’이라는 도구가 없다면 창의성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스의 또 하나의 유산인 ‘Think different’는 여전히 아니, 영원히 유효할 듯합니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여전히’ 다르게 생각합시다
생각의 시대


김용규 | 살림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철학자 김용규의 책. 저자는 ‘지식의 시대’가 가고 ‘생각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한다. 이에 ‘생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고대 그리스에서 찾아 제시한다.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가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다. 생각의 도구 탄생 과정,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 사용법을 저자 특유의 사려 깊은 문장으로 전한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여전히’ 다르게 생각합시다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 문학동네

‘일상의 철학자’알랭드보통이 틈만 나면 스마트디바이스를 통해 뉴스를 들여다보는 우리의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정치, 해외,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 등의 분야로 구분해 뉴스의 역할에 대해 조명한다. 무엇보다 뉴스가 생동감 넘치는 타자와의 만남의 매개가 되어야 함을 알려준다. 알랭드 보통의 뉴스 사용법 또는 뉴스에 대한 다른 생각.



눈에 띄는 신간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여전히’ 다르게 생각합시다
그랑 주떼


김혜나 | 은행나무

동시대 청춘들의 모습을 파격적으로 잘 그려내는 젊은 작가 김혜나의 새 소설. 전작들에 이은 청춘 3부작의 완결편이다. 발레에 적합한 몸을 지녔지만 정작 춤에는 재능이 없는 이십 대 초반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우연한 기회에 발레를 가르치게 되면서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렸다. ‘그랑 주떼’는 ‘높이 뛰다’라는 뜻의 발레 용어.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여전히’ 다르게 생각합시다
유리 감옥


니콜라스 카 | 한국경제신문사

디지털 시대 사상가 니콜라스 카의 새 책.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인간의 집중력과 사고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조명했던 전작에 이어, 이번에는 자동화를 비판적으로 살피고 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진행되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파헤친다.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인간의 삶의 변화를 다양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로 제시한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여전히’ 다르게 생각합시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 오마이북

UN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가 2년 연속 행복지수 1위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고작 41위다. 저자는 덴마크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 사회의 비결을 알고자 덴마크 사회를 1년 6개월에 걸쳐 취재했다. 이를 통해 행복의 비결을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의 6개의 키워드로 제시했다. 다양한 사례와 분석, 통찰을 제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제공 : 교보문고 리딩트리
(http://www.facebook.com/kyobobook.ReadingTree)


허영진(교보문고 리딩트리)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