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 메드슨 이케아코리아 광명점 HR매니저

[유통 공룡 입사 A to Z] “가슴에서 우러난 문장, 구체적 사례로 자소서를 채워라!”
올 초, 한 포털사이트에 ‘이케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카페가 생겼다. 이케아코리아의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개설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회원 수는 3000명을 넘어섰다.

이케아코리아 광명 1호점 오픈 소식과 함께 달아오른 구직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지난 5월 15일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연 이케아 채용설명회에는 정원을 200명 초과한 800명이 몰리면서 입장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린 이가 적지 않았다.

한국에서 부는 이케아 열풍을 이케아 인사담당은 어떻게 볼까.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의 이케아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헬레 메드슨(Helle Madsen) 이케아 광명점 HR매니저는 “7년 동안 이케아에서 채용을 담당하며 다양한 국가의 구직자들을 만나오고 있는데, 한국만큼 열정이 넘치는 지원자들은 처음 만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지원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면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헬레 씨가 <캠퍼스 잡앤조이>를 통해 처음으로 이케아코리아의 채용에 대해 정확하게 안내하기로 한 이유다.


이케아의 채용시스템을 소개해 달라
한국 기업과 약간 다르다. 채용 분야가 풀타임과 파트타임 두 가지로 나뉘어 있는데, 근무 시간이 다를 뿐 모두 정규직이다. 파트타임이라고 해서 흔히 생각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 선택제에 가깝다. 급여도 근무 시간에 비례한다.

직원 간 세부 직급도 없다. 사원과 매니저만 있을 뿐인데 이것도 고정된 것은 아니다. 매니저라 해도 육아 등 개인 사정이 생기면 사원으로 이동할 수 있고 사원이 단독 프로젝트를 맡을 수도 있다. 대신 자동승진이 없다 보니 꾸준히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풀타임과 파트타임 근무자의 대우 차이는 없나
전혀 없다. 교육 프로그램도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해외 잡오프닝 역시 마찬가지다. 나 역시 1988년 덴마크 매장의 판매팀 파트타이머로 시작해 5년간 경험을 쌓은 뒤 잠시 보험회사 등 다른 일을 하다 지난 2007년 HR매니저로 복귀했다.


채용절차는 어떻게 되나
연내 500명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물류(Logistics) 담당 직원 30명을 선발했다. 이케아의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 인적성 검사 → 그룹면접 → 일대일면접 순이다. 우선 이케아코리아 채용사이트(ikea.kr)를 통해 이력서(resume)와 자기소개서(cover letter)를 제출해야 한다. 인적성 검사는 회사의 밸류와 지원자의 밸류가 어느 정도 맞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며 면접의 도구로 활용된다.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게 좋은가
홈페이지에 있는 수려한 단어들을 끌어 쓰기보다는 가슴에서 우러난 문장으로 채운 자소서가 특히 매력적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넣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유연한 사고’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싶다면 다양한 부서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던 경험을 소개해야 한다.


이력서 검토 기간이 길다는 지적이 있다
그동안 4000통이 넘는 이력서가 이케아코리아에 도착했다. 지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읽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든 이력서를 검토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하나하나 꼼꼼히 읽기 때문이다. 또 이력서를 HR담당자만 읽는 것은 아니다. 각 부서의 매니저급 실무자들도 함께 보는데 이들 역시 갓 영입된 터라 각자의 업무로 매우 바쁘다. 여기에 채용 관련 트레이닝도 병행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락에 관계없이 서류 제출 후 2개월 안에는 반드시 결과를 통보한다.
[유통 공룡 입사 A to Z] “가슴에서 우러난 문장, 구체적 사례로 자소서를 채워라!”
면접은 어떻게 진행되나
그룹면접과 개인면접으로 이뤄진다. 그룹면접은 대개 30명이 한 조가 돼 2~3시간 동안 치러진다. 최대한 많은 지원자를 만나기 위해 대단위 그룹면접을 선택했다. 면접관은 HR팀과 각 부서별 실무자로 구성된다. 세부적인 면접 프로그램은 부서별로 천차만별이다. 인테리어 디자인 부서의 경우 ‘룸 디스플레이(Room display)’라는 이름의 홈퍼니싱 과제가 주어지기도 했다. 개인면접에서는 학교 수업 외에 어떤 경험을 했는지 위주로 묻는다.


면접 땐 어떻게 답하는 게 좋은가
한국의 많은 대졸 구직자들은 전공 실력을 어필하고 싶어 한다. 그보다는 짧더라도 아르바이트 같은 실제 사회경험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고객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매장을 관리하는 데도 익숙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케아 푸드에 지원했다면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이 강점이 될 수 있다.


면접은 영어로 진행되나
매니저 외에 일반 사원급 면접은 대개 한국어로 진행된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채용공고가 영문으로 씌어 있을 경우 영어로, 한글로 씌어 있을 경우에는 보통 한국어로 실시된다.


급여는 어떻게 되나
리테일업계의 평균 수준이다. 여기에 다양한 복리후생과 이벤트가 추가된다. 개인의 라이프밸런스를 존중하자는 차원에서 입사 첫해에도 연차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쓰도록 장려한다. 주요 이벤트로는 임직원 코워커파티(coworker party)가 있다. 신제품 론칭이나 매장 오픈 등 기념일에 맞춰 여는 행사인데 올 말 광명점을 오픈하면 매장에서 치맥파티를 열 예정이다.


최근 합격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지원 동기가 확실하고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남다르다.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모르는 건 반드시 묻는 당당함도 갖추고 있다.


글 이도희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