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가 공개한 2015학년도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DEET) 접수자 현황에 따르면 응시 원서를 접수한 사람은 총 7558명으로 의학 계열 6199명, 치의학 계열 1359명이었다.

이를 정원 대비 경쟁률로 따지면 의학 계열 4.99대 1, 치의학 계열 2.72대 1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경쟁률은 2014학년도 기준으로 평균 5.83대 1이었다. 서강대 로스쿨의 경우엔 9.7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마다 인기도는 다르지만 전문대학원을 거쳐 의사·치과의사·변호사가 되려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전문직을 꿈꿨거나 꿈꾸는 이들이라면 주목하시길. 전문대학원을 소개한다.
[전문대학원 입학 올가이드] 의학·치의학·한의학·법학 전문대학원 취업난 속 돌파구 될까
전문직이 되고 싶은 청년들
2년째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 중인 M(29) 씨의 전공은 경제학이다. 서울에 있는 명문 사립대를 졸업한 그가 원래 바랐던 것은 대기업 회계팀 근무였다. 하지만 쉽게 열리지 않는 취업문에 좌절하기를 몇 번. 또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의 얘기는 ‘들어와 봤자 별 거 없이 그저 산다’였다. 그래서 그는 생각했다. ‘남들보다 조금 돈벌이가 늦어도 의사가 되기만 한다면 편안하게 살 수 있다.’ 그는 현재 고3 수험생보다도 빡빡한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도 ‘의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있다.

올해 처음 치의학전문대학원 준비 학원의 문을 두드린 직장인 H(31) 씨는 아직도 수능만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그는 치의대 입학이 꿈이었다. 하지만 성적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고 결국 공대에 진학했다. 그는 대기업 건설부문 계열사에서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의 원래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 치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혼 9년차에 접어든 K(38) 씨는 직장과 수험 생활을 병행하며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중견기업 차장으로서 특별히 부족할 것 없는 가정을 꾸리며 살아온 그가 전문대학원에 들어갈 생각을 한 것은 갈수록 치이는 직장생활 때문. 어려워지는 회사 상황과 맞물려 선배들과 동기들이 줄줄이 퇴직하는 것을 보며 전문직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고. 한의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이 아쉽긴 하지만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감안했을 때 한의사가 그나마 맞을 거란 판단에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전문대학원을 준비 중이지만, 안정적이고 수입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문직’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비슷했다. 한 해에 선발하는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 인원은 각각 1242명, 500명(2015학년도 기준), 로스쿨과 한의학전문대학원은 각각 2000명과 50명(2015학년도 기준)이다. 3800여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해마다 전문대학원에 입학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원 입학 올가이드] 의학·치의학·한의학·법학 전문대학원 취업난 속 돌파구 될까
의·치의학·한의학 전문대학원
전문대학원 제도는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가진 전문의료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입시 과열경쟁을 완화하고자 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에 따라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2005학년도부터, 한의학전문대학원은 2008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수능을 치르고 의·치·한의대에 입학해 2년의 예과와 4년의 본과를 마치는 것, 대학에서 4년의 학부과정에 이어 전문대학원 4년 과정을 마치는 방법 그리고 의·치·한의대에 편입하는 것이다.


▷ 지원 자격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어야 한다. 또는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MEET·DEET, Medical·Dent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시험일 기준으로 4학년 1학기를 이수한 상태여야 한다. MEET, DEET 성적 제출이 가능해야 하고, 학사과정 및 대학원 과정에서 선수과목(생물, 화학, 물리, 수학 계열 과목)을 이수해서 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한의학교육입문검사(KEET, Korean 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는 현재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유일한 전문대학원인 상황에서 단독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MEET 점수를 환산하여 반영하고 있다.

국어능력인증시험(ToKL) 또는 KBS한국어능력시험(KLT) 점수 그리고 원서접수 마감일 기준 2년 이내 취득한 공인영어점수(토익, 토플, 텝스 등)도 있어야 한다. 학부 평점평균(GPA)은 80/100점 이상이어야 한다.


▷ 선발 시기 및 방식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수시 모집(6월)과 정시 모집(10월)을 통해 입학할 수 있으며, MEET와 DEET가 같은 날 실시되기 때문에 의전원과 치전원에 동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가는 1단계(공인영어, GPA, 서류전형)와 2단계(1단계 점수, 면접, MEET·DEET)로 이루어진다. 수시로 최종합격한 경우 정시 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다. 한의학전문대학원은 정시 모집(10월)만 실시한다.
[전문대학원 입학 올가이드] 의학·치의학·한의학·법학 전문대학원 취업난 속 돌파구 될까
▷ 전형 요소
① MEET·DEET
의·치·한의학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과 지적 능력, 사고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현재 모든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지원 시 의무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② 국가공인 국어능력시험
거의 모든 의·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세 가지 유형(점수 반영, 일정 수준 이상의 급수 요구, 응시만 하면 무급이어도 인정)으로 공인 국어 성적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국가공인 국어능력시험은 국어능력인증시험과 KBS한국어능력시험 두 종류다. 각 대학별로 두 시험을 모두 인정하거나 하나만 인정하고 있다. 다만,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만 인정한다.


③ 공인영어
대부분의 대학이 토익, 텝스, 토플 중 하나의 성적을 요구하는데, 토익은 많은 대학들이 점차 반영하지 않는 추세이다. 대학마다 점수 기준이 다르지만 보통 토익 기준으로 750점, 텝스 기준으로 700점 이상이면 모든 의전원에 지원이 가능하고, 치전원에는 토익 기준 830점, 텝스 기준 750점 이상이면 지원 가능하다.


④ GPA
GPA(Grade Point Average)는 학부 성적 평균을 말한다. 대학별로 4.5, 4.3, 4.0 등 만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는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백분율 점수를 반영한다. GPA의 반영비율은 대학에 따라 그 반영비율이 다르며, 수시의 경우 1단계에서 30~40%, 정시의 경우 1단계 전형에서 10~20% 정도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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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
현재 25개의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으며, 총 모집 정원은 2000명이다. 로스쿨은 가·나군으로 나누어 신입생을 선발하며 각 군별 한 곳, 총 두 곳의 대학에 지원 가능하다. 로스쿨에서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분리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특별전형의 경우 기초생활 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회균등 전형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별전형은 로스쿨 정원의 약 6% 내외로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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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률
2013년 1월 시행된 제2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률은 86.21%였다. 중앙대 로스쿨이 취업대상자 43명 중 42명이 취업에 성공해 취업률 97.76%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고 이밖에 경희대(94.12%), 한국외대(93.55%), 동아대(93.33%) 등도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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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 방법
로스쿨은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소지자 및 취득 예정자 혹은 법령에 의해 학사학위와 동등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는 누구든 지원 가능하며 전공은 무관하다. 로스쿨은 학생 구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법학 비전공자의 비율이 입학생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비법학사 선발 쿼터제를 두고 있다. 또한 자교 출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비율도 일정하게 제한한다. 비율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보통 타 대학 출신의 합격자 비율이 모집 정원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형은 1단계(LEET, 공인영어, GPA, 서류)와 2단계(1단계 총점, 논술, 면접)로 나눠 실시한다. 공인영어는 대학별로 상이하나, 보통 토익 기준 700~750점 이상, 텝스 기준 476~625점 이상이다. GPA는 13~33% 정도로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 LEET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 즉, 법학적성시험은 로스쿨 교육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수학 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과 적성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LEET에 응시해야 한다.

LEET 점수는 로스쿨 입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이다. 2014학년도 모집요강 기준으로 1단계에서 적게는 19%, 많게는 60%까지 반영된다. 2단계 전형에서 면접이나 논술 등 기타 전형요소를 감안하더라도 LEET의 반영비율은 15~35%가 된다.



MINI INTERVIEW
“전문직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보다는 자신을 먼저 파악하라!”
[전문대학원 입학 올가이드] 의학·치의학·한의학·법학 전문대학원 취업난 속 돌파구 될까
유승남 메가엠디 강남N캠퍼스 원장

Q. 전문대학원 준비는 언제부터 하는 것이 좋은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저학년 때부터 시험을 준비하라는 것은 아니고, 전형요소 중 학점도 중요하니 미리미리 학점관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Q. 어떤 수험생이 유리한가
전공 지식이 탄탄한 사람이 일단 유리하다. 의·치·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자 절반 이상이 생물학 전공자들이다. 하지만 관련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1년 이상 꾸준히 준비하면 난이도 높은 MEET나 DEET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또 LEET는 단순한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라 사고의 훈련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기에 평소 책을 많이 읽고 논리적인 판단을 해본 수험생이 유리할 것이다.


Q. 전문대학원 졸업자의 진로와 비전은?
의학 계열 전문대학원의 경우 크게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분야로 나뉜다. 졸업생 중 기초의학 분야로 가는 비중은 10% 미만이긴 하지만 해마다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문 의사, 일반 의사, 연구, 대학 교수 등이다. 로스쿨 졸업생들은 법원, 법무법인,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및 사기업, 회계법인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전문직이기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은 여느 직종보단 낫다. 하지만 의사나 변호사가 된다고 해서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만 보지 말고, 직업 자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해보길 바란다.


Q. 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유의할 점은?
전문대학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당장의 합격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졌을 때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아야 한다. 실제로 어렵게 시험을 통과해 전문대학원에 입학했지만 뒤늦게 자신의 적성과 경제적인 사정에 맞지 않는 것을 깨닫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다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전문직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는 금물이다.



전문대학원 졸업생 한마디

종합병원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K(34) 씨
“의사 면허증이 있다고 고소득과 안정된 삶이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어요. 돈만 바라보고 전문대학원에 발을 들인다면 분명 후회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하지만 하고자 마음먹었으면 남보다 하루라도 먼저 시작해야 해요. 솔직히 대입 준비할 때보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나이에 전문대학원을 준비하게 되잖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거죠. 경영학을 전공했던 제가 의전원에 입학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겠어요. 신물이 날 지경이었고 지금도 몸은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 제가 바라던 일을 하게 돼서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변호사 시험 합격자 실무 연수 중인 L(28) 씨
“지방의 한 국립대에서 사학을 전공한 지극히 평범한 스펙의 졸업자였어요. 내세울 거라고는 만점에 가까운 학점뿐. 앞길이 막막했지요. 그러다 로스쿨에 다니는 한 선배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변호사가 사회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다’고 한 말이 뇌리에 박히더군요. 로스쿨을 졸업해도 대형 로펌 입사, 높은 연봉의 일자리 등을 둘러싸고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현실도 잘 알고 있었고, 임대료조차 제대로 못 내거나 심지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변호사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고 ‘나라면 잘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쉽지 않은 준비 과정이었지만 결국 로스쿨에 들어왔고 이렇게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어요. 지금이요? 앞으로 헤쳐 나갈 일이 많겠지만 적어도 취업에 전전긍긍하던 과거의 제가 아니라서 행복해요.”


글 박상훈 기자 | 사진 한국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