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재원

[스타 인터뷰] 심기일전
이십대 끝자락에 선 이재원이 신발 끈을 고쳐 맨다.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면서. 그리고 또다시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배우 이재원
1986년생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2008년 영화‘강철중 : 공공의 적 1-1’ 데뷔
2010년 영화 ‘아저씨’
2012년 드라마 ‘각시탈’, ‘드라마 스페셜 - 습지생태보고서’
2013년 드라마 ‘주군의 태양’
2014년 영화 ‘끝까지 간다’, ‘황제를 위하여’,
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닥터 이방인’ 출연



재원 씨를 검색하면 야구 선수 이재원에 대한 기사만 나오더라고요. 인터뷰도 별로 없고요.
작품에 들어가면 촬영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뷰를 피하려 해요. 그러다 보니 인터뷰를 할 기회가 많이 없더라고요. 이름은 좀 흔한 편이죠. 데뷔 전에 개명을 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부모님이랑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결국 괜찮은 이름을 뭐 하러 바꾸냐는 결론을 내렸죠. 생각해보니 이름이 주는 느낌이랑 저의 이미지랑 잘 맞더라고요.


드라마와 영화에 나오는 모습이 본인 그대로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굳이 인위적인 캐릭터를 따로 만들진 않아요.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드라마 ‘닥터 이방인’에서 김치규는 바람둥이 스타일이잖아요. 실제로는 어때요?
사실 여자 안 좋아하는 남자 어디 있겠어요.(웃음) 비슷한 부분이 꽤 있어요. (극중에서 씨스타 보라 씨와 러브라인을 만들었죠?) 개인적으로 씨스타 노래를 좋아해서 보라 씨 앞에서 ‘Give it to me’를 췄는데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아이돌이지만 성격이 밝고 굉장히 털털한 것 같아요.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도 욕을 엄청 차지게 하던데요.
한 번에 임팩트 있게 하는 편이죠.(웃음) 제가 짧게 나오긴 했지만 영화가 정말 재밌게 나온 거 같아요. 아마 올해 본 영화 중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스타 인터뷰] 심기일전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자신의 성격을 100% 반영한 게 있을까요?
‘습지생태보고서’라는 드라마에서 취업준비생 역할을 맡았어요. 아마 제 나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다른 작품들에서는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배역을 맡아 크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취준생이야말로 동시대 또래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거니까요.


데뷔작이 ‘강철중 : 공공의 적’이더라고요.
영화 오디션이 한 역할을 두고 배우를 뽑은 게 아니라 고등학생 역할에 맞는, 괜찮은 배우들을 여러 명에게 역할을 나눠주는 방식이었어요. 그중에 이민호 씨도 있었고요. 오디션을 보고 뽑혔다는 느낌보다는 친구들하고 같이 하는 느낌이 강했죠.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고등학교 때 진로를 선택하고 학과를 정하잖아요. 뭘 할까 생각해보니 제가 야자를 빼먹고 영화를 보러 다닐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진로를 선택할 땐 솔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죠.
[스타 인터뷰] 심기일전
2012년부터 지금까지 쉴 틈 없이 작품을 했잖아요. 힘들지 않아요?
무조건 열심히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요. 언제부턴가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몸이 바빠야 마음이 편해요. 오히려 오래 쉬는 게 괴롭더라고요. 아마 데뷔 후 2년 동안 작품 활동을 못해서 불안감이 좀 남아 있나 봐요.


중간 중간 슬럼프를 느끼진 않았나요?
사실 이번에 닥터 이방인의 ‘김치규’라는 캐릭터는 전에 했던 드라마와 비슷한 역할이었어요. 톡톡 튀고 감초 같고 재밌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계속 같은 톤의 연기라 식상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다행히도 주변에서 각각 다른 느낌을 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고민 외에 슬럼프를 느낀 적은 없어요.


주연을 해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해요.
주연에 대한 욕심은 많지 않아요. ‘운이 좋으면 언젠간 하겠지’라는 생각이에요. 단 ‘조연이니까 대충해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주연이 돼도 지금이랑 똑같이 하고 싶어요. 물론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더 많이 듣고 감독님과 상의도 자주 해야겠지만 주연이든, 조연이든, 카메오든 최선을 다해야죠.
[스타 인터뷰] 심기일전
앞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죽이고 싶게 못된 놈이나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동네 형 같은 이미지도 좋고 순한 동생 역할도 좋아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배역들이 맘에 들더라고요.


서른이 목전이에요. 느낌이 어때요?
제 또래들이 다 그렇겠지만 불투명한 느낌이죠. 연기자라는 직업이 제가 하고 싶었던 거라 행복하긴 하지만 고정적인 수입이 약속된 게 아니잖아요.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안 그런 사람이 어딨어’하면서 또 안도하고 재밌는 일거리를 찾아요. 서른은 아직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커리어를 쌓아가는 단계니까요. 대신 초보 운전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 것처럼 조심해야 하는 게 있겠죠.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으로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많이 놀아보세요. 우리나라 말에 ‘논다’는 건 어느 정도 불량한 의미가 섞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순수하게 노는 걸 말하는 거예요. 저는 대학에 들어와서 친구들과 원 없이 놀았거든요. 그 덕분에 인간관계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였는데, 지금 연기 생활의 밑바탕이 될 정도로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학점을 잘따는 것도 가치 있지만 지금의 많은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글·진행 이동찬 기자 I 사진 덕화(그리디어스 스튜디오) I 모델 이재원 I 헤어·메이크업 장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