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나 신문 방송에서 좋다고 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회사인 것은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건물에서 일한다고 해도, 연봉이 높다고 해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최경희의 토닥토닥 솔루션] 너랑 잘 맞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고?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에 대한 현직 종사자들의 신랄한 평가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 미국의 글라스도어닷컴(www.glassdoor.com)은 현직 종사자만 평가를 할 수 있게 해 신뢰도를 높인 게 특징. 190여 개국의 2300만 회원들이 30만 개의 회사에 대한 리뷰를 올려놓았다.

2013년에 이 사이트에서 평가한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곳은 5점 만점에 4.6의 점수를 받은 ‘페이스북’이다. 트위터도 4.6점을 받아 같은 반열에 올랐고, 구글은 4.3점을 받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베인앤컴퍼니(4.5), 맥킨지앤컴퍼니(4.2), 보스턴컨설팅그룹(4.2) 역시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국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항상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는 2.7의 점수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좋은 기업’의 조건은?
진로 탐색에 관한 상담을 하다 보면 ‘좋은 기업을 추천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 이는 마치 ‘좋은 사람 소개해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이 이야기 하는 ‘좋은 기업’은 일반적으로 연봉이 높은 기업, 대기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에서 실제 일해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주변의 이야기와 정보들을 기준으로 ‘좋은 기업’을 정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 결과, 좋은 기업의 기준은 너무도 획일화되어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도 미국에 가면 점수가 낮아질 수 있듯, 각각의 개인에게도 좋은 기업의 기준들이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해당 기업에서 제공하는 자료만으로는 그 기업에 대한 여러 조건들을 상세하게 알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인지도와 연봉이라는 기준 외에, 기업 문화나 복지제도 등을 상세하게 알아보고 판단 기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글라스도어닷컴의 평가 기준 중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5가지 핵심 평가는 기업의 문화와 가치, 일과 삶의 균형, 승진의 기회, 상사, 보상과 복지로 나누어져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항목만으로도 ‘일과 삶의 균형이 가장 좋은 직장 25’ 등을 발표하여 눈길을 끌기도 한다.

구직자도 기업에 대한 본인만의 평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취업난이 심각한 지금, 입사에 성공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기준과 상반된 회사에서 성공을 도모할 순 없는 일이다. 객관적 시각으로 기업을 바라보고 입사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참고할 만한 국내 자료가 많다. 예컨대 ‘직원의 근속 연수가 가장 높은 기업’ 발표를 보자.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안정성’을 주요 가치로 삼는 구직자에겐 이 자료가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우선 가치를 한두 가지 정한다면 연봉이 조금 낮더라도,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밀리더라도 ‘내 직장’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변이나 신문 방송에서 좋다고 하는 기업들이 반드시 나에게도 좋은 회사인 것은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건물에서 일한다고 해도, 연봉이 높다고 해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 기업의 속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곳에 근무하는 이를 만나보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생활의 ‘진짜 기쁨’을 알고 싶은 이들에게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라는 책을 추천한다.


최경희 링크스타트 대표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취업·진로 분야를 강의하는 동시에 교육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