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야
[영화] 외딴 시골, 소녀의 눈물
[영화] 외딴 시골, 소녀의 눈물
감독 정주리 출연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영남(배두나)은 외딴 바닷가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좌천된다. 그녀는 외톨이 14살 소녀 도희(김새론)와 자꾸 마주친다. 친 엄마가 도망친 뒤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로부터 모진 학대를 당하며 살아가던 도희에게, 영남은 처음으로 만난 구원자다. 마을의 실권자 용하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영남은 한시도 자신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도희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영남의 비밀을 알게 된 용하가 그녀를 위기에 빠뜨리고, 도희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결심한다.

작은 시골 마을은 한국사회의 단점을 집약적으로 폭발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자주 활용되어 왔다. ‘이끼’, ‘극락도 살인사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시골 마을은 혈연과 지연으로 막강하게 뭉친 토착 집단, 외부 세력의 치열한 배척, 이익 집단의 군림, 희생양에 대한 공식적인 동의 등 끔찍하게 불편한 한국사회의 면면을 더 강렬하게 보여준다.

‘도희야’ 역시 비슷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노인이 압도적인 인구 비중을 차지하는 어촌 마을, 이들은 일손이 늘 부족해 노예와 다름없는 불법체류자들에 의존해서 생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신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외부인들에 대해 감사해하는 마음 같은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의붓아버지와 학교 동기들의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늘 멍투성이 얼굴로 쏘다니는 도희에 대한 무관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기에 느닷없이 끼어든, 젊고 예쁜 서울내기 파출소장 영남에 대한 편견 역시 마찬가지로 작동한다. 정주리 감독은 여기서 과연 이 세 가지 종류의 이방인들의 ‘연대’가 가능한지 매우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그리고 어디까지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도희야’는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심리적인 폭력이 더 견디기 힘든 종류의 영화다.

무엇보다 세 주연 배우의 힘이 막강하다. 김새론은 언제나처럼 아역배우의 틀거리에 갇히지 않는, 갈등의 핵심을 담당하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배두나는 상처 앞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고 그러나 결국 또 다른 상처를 포용하게 되는 여성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로 데뷔한 송새벽은 연극무대에서 오래 다진 연기 폭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입증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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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