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 흥한 자, 술로 망한다

조신하게 웃으며 쌓아온 청순한 이미지, 매너 좋고 믿음직한 모습으로 힘들게 떨쳐낸 복학생 이미지 등 고생해서 쌓아온 좋은 이미지가 술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대책 없이 음주를 즐기다간 대학생활이 흑역사로 가득 채워지는 것도 한순간이니, ‘내 이야기다’ 싶은 게 하나라도 있다면 이제는 자제해야 할 때!
[지우고 싶은 기억] 술 때문에 생긴 대학생활 흑역사
술이 원수, 친구들에겐 내가 원수! 웃지 못할 오바이트의 추억
“고등학교 친구들과 모여 술자리를 가졌던 날이었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반가움에 생각 없이 부어라 마셔라 술을 마셨어. 결국 잔뜩 취해서 몸을 못 가누게 되었고 술을 깨기 위해 고등학교 때 단골이었던 카페로 갔어. 속이 좋지 않았던 나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겠다며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지.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친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어. 내가 엎드려서 토를 하고 있었거든. 머리며 옷이며 신발이며 무사한 곳은 없었어. 친구들과 카페 사장님은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고 뒤처리가 얼추 끝났을 때 나는 한 번 더 토를 했지. 결국 친구들은 사장님과 카페 마감 청소까지 해야 했어.”

-키다리 아가씨


님은 갔지만 토끼가 왔습니다
술 푸다 애인 생긴 사연
“여자 친구와 이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술 약속이 잡혔어. 슬픔에 빠져 있던 터라 술을 평소보다 많이 마시게 됐지. 만취한 상태였지만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집까지 도착해 꿀잠을 잤어.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생뚱맞게 토끼 한 마리가 날 반겨주고 있더라. 도통 기억이 나질 않아서 같이 술을 마신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내가 여친 대신 토끼를 키울 거라며 지하철역 앞에서 토끼를 샀다는 거야. 지금 잘 키우고 있지만, 술 약속이 있을 때마다 부모님은 ‘술만 먹고 너 혼자 들어오라’고 당부를 하셔.”

-토순이 아빠


어제는 밤의 여왕, 오늘은 초라한 은둔녀
“과 행사가 끝나고 전 학년이 다 모이는 회식 자리였어. 다 같이 모여서 술을 마시다 보니 흥이 나더라고. 처음에는 바로 옆 테이블에서만 건배를 하며 술을 마셨는데 어느새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모든 테이블을 누비며 ‘술 받으러 왔어요~’라고 넉살을 떨었어. 처음 뵌 선배님들마저 나를 걱정할 정도였지. 신입생이라면 귀엽기라도 했을 텐데, 그때의 난 고삐 풀린 망아지나 다름없었어. 다음날 수업을 마친 후 쉬는 시간에도 강의실 밖을 나가지 못했어. 아무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거든.”

-맨발의 소주녀


술 마시다 발견한 또 하나의 나
“갓 복학을 하고 힘들어할 때, 잘 챙겨줬던 후배가 고마워서 단둘이 술을 마시게 됐어. 평소 성격은 무뚝뚝한 편인데 취해본 적이 없어서 나도 내 술버릇을 몰랐지. 꽤 오랜 시간을 쉴 새 없이 마시다 보니 결국 그분이 오셨어. 선배의 위엄? 술 앞에선 그런 거 없더라. 맞은편에 앉아 있던 후배의 손등에 다섯 번도 넘게 입맞춤을 하고 내가 취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겠다며 혼자 춤추다 넘어지기도 했어. 혼자 택시 타고 집에 가던 중 서서히 술이 깨면서 밀려드는 오글거림과 창피함이란….

-후배를 존경할 줄 아는 신사


흑장미를 자처하다 흑역사 탄생
“신입생 때 하숙했었는데 친목을 다지기 위해 남자 방에서 하숙생들 여럿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어. 여자는 친구랑 나 둘뿐이었는데, 친구가 술을 잘 못해서 내가 친구의 몫까지 마시게 되었지.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때쯤 취한 오빠 한 명이 술 대결을 하자며 딸기가 들어 있던 플라스틱 팩을 가져와 술을 따랐어. 만취 상태였던 나는 주저 없이 플라스틱 팩에 입을 댔고, 그 후로 기억을 잃었지. 다음날 아침, 일어난 곳은 침대가 아닌 바닥이었고 다리는 온통 멍투성이에 머리 바로 옆에는 토까지 해놨더라. 알고 보니 다리의 멍은 나를 방까지 옮겨주던 오빠들이 서로 발이 걸려 다 같이 넘어지는 바람에 생긴 거였고, 급한 일이 있었던 룸메이트는 토를 한 나를 그대로 둔 채 나갔던 거였지.”

-과일 없는 과일소주 마니아


글 오영옥 대학생 기자(한국교통대 경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