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횡포는 골목 상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소셜 벤처로 주목받는 한국갭이어(<캠퍼스 잡앤조이> 39호 ‘꼴Q열전’ 게재)가 최근 이름을 둘러싸고 한 다국적 기업과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의류업체 ‘갭(GAP)’이 “‘갭’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며 한국갭이어 상표권 출원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Yellow oops!! Road Sign on Cloud B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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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갭이어는 최근 ‘한국갭이어’, ‘Korea Gapyear’로 두 건의 상표 출원을 했다. 이를 두고 ‘갭(GAP)’은 이것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의신청을 냈다. 이에 따라 한국갭이어 측은 “패기로 똘똘 뭉쳐 시작한 벤처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며 각계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 ‘갭이어’가 왜?
갭이어는 ‘학업을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창조의 시간을 갖기 위해 봉사, 여행, 진로탐색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며 이를 통해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한다.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의 대학에서도 ‘Gapyear’ 제도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한국갭이어는 이러한 개념의 갭이어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청년들이 만든 소셜 벤처 기업. 2011년 창업 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청년들의 진로 탐색을 도우며 성장해온 한국갭이어가 3년간 브랜딩 해온 회사 이름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갑(甲)질’보다 더 한 ‘갭(GAP)질’?
지난해 12월 13일 한국갭이어는 ‘한국갭이어’와 ‘Korea Gapyear’로 상표권 출원을 등록했다. 상표권 출원 등록 시에는 2개월간 일반 대중에게 내용을 공개하고 해당 기간 내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등록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갭(GAP)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의신청 마감기간 이틀 전. 갭(GAP)에서는 이의신청 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을 통해 한국갭이어가 출원한 상표권 두 건 모두에 대해 ‘2002년과 2004년에 선출원한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갭이어가 각각 ‘Korea’, ‘Gap’, ‘Year’의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중들은 ‘갭(Gap)’을 중심으로 한국갭이어를 인식, 호칭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한국갭이어 측은 “갭이어(Gapyear)가 새로운 관념을 지니는 용어이기 때문에 갭(GAP)이 선등록한 상표권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갭이어는 “아직 갭(GAP) 측과 소송 진행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과 상표권 분쟁을 할 경우 수년간의 법정 싸움이 예상돼 그동안 어렵게 세운 스타트업 기업을 운영할 수 없어 경영에 큰 차질이 있을 것”이라며 걱정했다. 실제 2007년 캐나다의 Gap year 여행사 ‘Gap adventure’도 Gap Inc.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소송을 당해 4년간 소송을 진행했으나 소송비용 500만 달러만 지불하고 결국 패배해 회사명을 ‘G Adventure’로 변경했다.

이 같은 소식을 듣고 최근 기업분쟁연구소 소장인 조우성 변호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갭이어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10여 명의 전문가들은 한국갭이어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겪을 수 있는 상표권 분쟁에 대한 가이드를 제작할 예정이다.


“청년 스타트업, 도움이 필요해”
정부에서 벤처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의 스타트업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 열기에 비해 국내 스타트업의 생존 환경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특히 법률적인 문제에 부딪혔을 때 전문 인력의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큰 문제. 한국갭이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공변리사 측과 상담을 진행했지만 늘 전화상으로만 이루어졌고, 전화를 할 때마다 변리사가 바뀌어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못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해준다는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에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자문 서비스 정도만 받을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유료 서비스를 신청해야 했다. 한국갭이어의 안시준 대표는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데,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며 국내 스타트업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글 박해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