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요조(YOZOH)
올해로 데뷔 7년. 요조 이름 앞에 붙는 ‘홍대 여신’이란 수식어는 지난 세월을 반영하듯 ‘홍대 어머니’로 진화했다.별로 달갑지 않을 법한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대신 그녀는 그런 얘기보다 우리의 ‘쓸모없음’에 대해 더 진지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아리송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늘 그녀는 덤덤하게 말하는데, 그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홍대 여신’에서 최근에는 ‘홍대 어머니’라 불리고 있어요.
‘옥상달빛’의 멤버 윤주가 장난삼아 그렇게 부른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김윤주를 혼내줘야죠.(웃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여신이든, 어머니든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요.
최근에 앨범이 새로 나왔어요. 몽환적이면서 신비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1집은 사랑스럽고밝은 느낌이었는데 2집부터는 느낌이 좀 달라졌죠. 점차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건가요?
다음 앨범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흐르니까요. 1집을 냈던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음악이 달라진 것은 당연한 것인데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심경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물론 그런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1집 때는 회사나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좀 있었죠. 그 후 쉬는 동안 그런 부분에서 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가 좀 더 나답게 나온 것 같고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요조를 ‘가수’, ‘영화배우’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작가’라는 타이틀도 더해야 할 것 같고요. 욕심이 많은 건가요, 끼가 많은 건가요?
욕심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끼가 많은 것 같지도 않고요. 요즘은 문화의 경계가 애매하잖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책도 쓰고, 사진 찍는 사람이 뜬금없이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음악 외적인 일을 하게 된 것은 제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기보다는 내 음악을 들은 누군가의 프러포즈로 한 것이 많아요. 앞으로도 음악을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청춘들에게 손꼽히는 멘토이기도 해요. 예전에 청춘 페스티벌 무대에서 들려준 이야기가 정말 감동적이었거든요.
(지난 2010년 열린 ‘청춘 페스티벌’에 강연자로 선 요조. 그녀가 청춘들을 위해 담담히 털어놨던 이야기는 많은 감동을 주었고, 아직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녀가 들려줬던 이야기의 일부를 지면에 옮긴다. “3년 전에 제 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어요. 청량리역에서 지하철 공사를 하던 포크레인에 깔려 즉사했습니다. 그 날 아침 ‘언니 운동화 좀 신고 나갈게’라고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내가 왜 이렇게 고생하면서 돈을 모아야 하고 올지 안 올지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확신하면서 오늘을 고생고생 살아야 하나 싶어요. 여러분, 내일은 안 올 수도 있어요. 저금 많이 하지 마세요. 먹고 싶은 거 먹어야 해요. 오늘이 제일 중요하고 제일 소중한 날이에요.”)
제가 멘토인가요? 몰랐네요.(웃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다가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했는데 여파를 보면서 괜히 했단 생각이 들기도 했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메시지는 없잖아요. 오늘만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힘든 현실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오늘 마음대로 소비하라는 것, 저금을 조금만 하라는 것은 너무 허황된 얘기인 거죠. 그런 사람에게 제 이야기가 얼마나 상처가 됐겠어요. 그 부분을 간과했던 거죠. 그렇지만 아픈 경험을 겪고 제가 느낀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었어요. 올해도 무대에 서면 저는 같은 이야기를 할 거예요. 다만 그 부분에 대한 정확한 양해를 구하고 시작해야죠.
‘요조’라는 이름을 소설 속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고 들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소설 <인간실격> 속 주인공의 이름이에요. 요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루저’죠. 책 속의 요조는 상당히 예민해요. 아주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스스로를 맘에 들어 하지 않고, 생각이 많고, 남을 의식해요.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자꾸 자기 본모습을 숨기죠. 본인 스스로는 굉장히 우울하고 비관적인 인물인데, 사람들은 다 요조를 쾌활하고 재밌게 생각할 정도로요. 남을 기분 좋게 하려고 할수록 자신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어두워져 결국 자살하게 되죠. 어릴 적 그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했어요. 그게 벌써 10년 전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 책을 다시 읽었었는데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당시에는 나와 비슷한 것 같아 요조를 사랑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요조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한심하더라고요. ‘10년 동안 내가 많이 달라졌구나’ 하고 느꼈어요.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요조’라는 이름을 안 쓸 거예요.
문득 20대의 요조 씨 모습이 궁금해져요.
남들보다 고군분투한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영부영 보낸 것 같지도 않아요.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지는 못했죠. ‘공부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 보니 등록금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은 토익 얘기하고 그러는데 저는 졸업하려고 토익 시험 한 번 본 게 전부였거든요. 대학을 다니긴 했지만 취업 준비도 안 했고, 그렇다고 돈을 벌고 있던 것도 아니었죠.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음악을 한다고는 했지만 먹고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었어요. 참, 대학교 4학년 때 학교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했어요. 전혀 취업 걱정 안 하는 선배로요.(웃음)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나요?
전혀요.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물론 돌아갔을 때 모든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많이 있겠죠. 그것 말고 나 혼자 다시 20대를 살라고 한다면, 음 뭐랄까. 남자들에게 군대를 다시 가라는 말처럼 들릴 것 같아요.
열악한 상황에서도 꿈을 향해 달리는 많은 인디뮤지션이 대단한 것 같아요. 요즘 대학생들은 꿈이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회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쫓아가면서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삶 속에 회의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메세지를 전해야 한다면 나만의 정의, 지론 같은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요. 스스로를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끔 수입이 전혀 없거나 작업이 너무 안 풀릴 때 쓰는 방법이죠. ‘나의 쓸모없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늘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교육을 받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요. 하지만 우린 생각보다 쓸모없는 존재들이죠. ‘나’란 존재는 지금 여의도 어딘가에 있고, 여의도는 서울에, 서울은 한반도에, 한반도는 지구에, 지구는 태양계 어딘가에 있는 아주 작은 부분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에서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말도 안 되는 가치 없음에 대해 느낄 수 있어요. 나의 쓸모없음, 가치 없음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가볍고 자유로워져요. ‘이렇게 나는 우주 속의 작은 존재인데, 이걸 하면 어떻고 저걸 하면 어떤가. 원하는 거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스스로 ‘먼지’라고 생각하면서 부담을 버리고 자유롭게 사는 거예요.
대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부 열심히 하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가 그러지 못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등록금이 아깝죠. 대학교만큼 알찬 소스가 많은 곳도 드물거든요. 나는 왜 그런 것을 활용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떤 삶은 살고 싶나요?
음…. 먼지 같은 삶?(웃음)
글 박해나 기자 I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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