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창조 경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이다. 사물 인터넷을 비롯, 각기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융합이다. 융합은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해답을 던져 준다.
[최경희의 토닥토닥 솔루션] ‘융합’에 힌트가 숨어 있다
얼마 전 ‘IoT(Internet of Things)’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말로 ‘사물 인터넷’이라 풀이하는 이 분야에 각계의 지대한 관심이 쏠린 것이다. 사물 인터넷이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사물이 인터넷을 한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냉장고에 맥주가 한 병 남아 있다고 치자. 냉장고는 주인의 행동 패턴을 분석, 주말에 맥주를 5병 마실 것을 예상해 필요한 맥주를 자동으로 주문하는 개념이다. 세탁기가 알아서 세제를 주문하거나 아기의 기저귀에 달린 센서가 스마트폰으로 기저귀를 갈 시간이 됐다고 알려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사물 인터넷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물건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그 접점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냉장고와 인터넷의 융합, 여기에 온라인 유통 시스템이 결합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사물에 연결해야 하는 일이라 아이디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창조 경제’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이다. 사물 인터넷을 비롯, 각기 다른 분야의 기술들이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융합이다. 융합은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해답을 던져 준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졸업생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는 도서관의 사서와 학술 연구소에서 논문을 관리하는 분야를 추천해왔다고 했다. 흔히 문헌정보학 전공자가 진출하는 분야 역시 비슷한 범위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 졸업생의 남다른 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내세우기 부끄럽다며 밝힌 자신의 장점 중 하나가 컴퓨터 프로그램 스킬이라는 것. 오라클, 자바는 물론이고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그 실력이 전문가 수준이 아니라 이력서에 쓰거나 누군가에게 자랑한 적은 없다고 했다.

문헌정보학에서는 ‘지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이런 지식들을 어떻게 가공·분류·저장하는지를 배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공자는 ‘간판’에 갇혀서 도서관이나 문헌, 책이 들어가는 분야만 진로로 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지식이 모이는 곳이 도서관이었지만 21세기의 지식은 영상,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가공되고 있다. 따라서 지식을 저장하는 방법 또한 크게 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T 기술은 핵심 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직업세계를 발견하라
그 졸업생에게 빅데이터, 클라우딩, 전자책, MOOC 분야의 산업을 권했다. 본인 스스로는 전문성에서 뒤처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인 셈이다. 프로그램 개발자와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내는 기획자가 드물고, 데이터를 어떻게 분류하고 다루는지에 관한 것은 문헌정보학 전공자만큼 잘 아는 이가 없으니 금상첨화라는 격려도 덧붙였다.

모든 직업에는 경계가 있다. 그 경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A와 B 산업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일들이 꽤 많다. 과거의 개념들이 현대에 확장되어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직업은 계속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자신이 익히고 배웠던 분야를 현재와 미래에도 변형시킬 수 있다면 ‘융합’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운 직업의 세계가 보일 것이다.


최경희 링크스타트 대표
전국 100여 개 대학에서 취업·진로 분야를 강의하는 동시에 교육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청년들이 사회에서 바라는 성공이 아닌,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일을 찾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