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이 시대 기업들에 이 말만큼 예민한 단어가 또 있을까. 누구나 ‘환경친화적’인 기업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생산 여건상 그렇게만 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까지 몰리는 자동차 생산 기업에게 ‘에코’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보조금이냐 부담금이냐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원래 지난해 7월 시행될 예정이었다. 환경부는 이 제도를 위해 지난해 1515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저탄소차협력금제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시행 연기 요구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 문제 제기에 내년 1월로 시행이 늦춰졌다.

이 제도에 따르면 중립구간 즉, 주행 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30 초과~145g에 해당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거나 부담금을 물지 않는다.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 이하인 경우엔 50만~300만 원의 보조금을 받고, 145g을 초과하는 경우 50만~300만 원의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냉정(부담금)과 열정(보조금)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원안대로라면 디젤차에 경쟁력이 있는 독일 기업과 하이브리드 카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 기업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 대형차 위주인 미국 자동차 업계는 대부분 최대 부담금 대상이 돼 이 제도를 철회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완성차 업계는 어떨까.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은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부담금 징수구간 기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생산차량이 부담금 징수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형차가 주력인 쌍용차는 대부분의 모델이 부담금 구간에 들어가게 된다.


제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중립 구간을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5~125g으로 설정하고, 보조금·부담금을 300만 원에서 70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한 국내외 자동차 업계의 반발과 기타 연관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관계부처와 보조금·부담금의 구간과 금액을 조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차 비중은 2011년 기준 8.9%로 일본(30.6%), 프랑스(39.0%)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 단순히 경차 비중이 낮은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환경오염 측면을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 중·대형차는 경·소형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2.6배 더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의 반발은 각종 환경 관련 규제와 세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기술력을 높여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하려 하기보다 ‘국산차 보호’라는 명목을 내세운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저탄소차협력금제는 고효율·고연비 디젤엔진과 우리보다 앞선 하이브리드 기술로 무장한 수입차에 유리한 제도로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산차 구매자가 급감해 완성차 업계는 물론 연관 산업들의 연쇄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라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 저탄소차협력금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는 보조금을 주는 제도. 탄소배출량(g/㎞)에 따라 △보조금(130 이하) △중립(130 초과~145) △부담금(145 초과) 등의 세 구간으로 나눠 50만~300만 원까지의 보조금 및 부담금을 정한다. 중대형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의 친환경차와 경·소형차를 구매하도록 하기 위해 2009년 도입 확정,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다.


● 하이브리드(Hybrid) 카
가솔린 엔진과 전기배터리 엔진을 동시에 장착, 변환하며 기존의 일반 차량에 비해 연비가 향상되고 유해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차세대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가속할 때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하고, 감속할 때는 구동력에서 얻어진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2000년 말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한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 혼다의 ‘인사이트’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카.


글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