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지윤정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꼴Q열전] 방송 후 정말 돈 안 생기는 팟캐스트 ‘안 생겨요 돈이’
지윤정 씨는 요즘 이름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느끼는 것이 많다. ‘안 생겨요 돈이’라는 팟 캐스트 방송을 시작하고 나니 정말 돈이 안 생기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업로드만 되면 다시 한 번 팟캐스트의 부흥기를 이끌며 빵 터질 줄 알았건만 반응 無. 게다가 잘만 구하던 알바 자리를 구할 수가 없어 가난에 허덕이고, 방송을 하면서부터는 평소 안 하던 돈 생각도 절실해졌다.

그녀는 말했다. “요즘 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죠?”


제목에서부터 마음을 울리는 ‘안 생겨요 돈이’는 돈 안 되는 일을 하지만 즐겁게 살아가는 이 시대 청년들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방송의 진행자는 지윤정(숙명여대 교육 2) 씨. 그녀는 ‘안 생겨요 돈이’의 안방마님이자 문화기획단체 ‘페퍼트리’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그녀는 8번의 방송 녹음을 하며 ‘돈은 못 벌지만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을 다양하게 만나왔다. 그녀 역시 돈 안 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방송을 하며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방송을 하면 할수록 괴로움도 커져갔다. 방송의 제목처럼 돈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돈?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중 ‘페퍼트리’에 대해 알게 됐어요. 평소에 공연기획에 관심이 많았는데 페퍼트리가 문화기획 활동을 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죠. 페퍼트리는 ‘Perspective, Different, Tree’의 합성어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사회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그 해결 방식이 문화 예술이길 바라죠. 다양한 행사를 만들고 교육도 접목시켜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전하기 위해 누구라도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멍석깔기행사’, 한 사람을 책으로 보고 그 사람의 지식과 경험, 관점을 책 내용으로 하여 독자들이 사람을 읽도록 한 ‘사람책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그녀는 이것 말고도 페퍼트리에서 진행한 많은 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 안타깝게도 잘 된 것보다는 ‘망했다’고 표현한 것이 더욱 많았다. 그녀의 말마따나 ‘프로그램은 좋지만 홍보를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을까. 어쨌든 성공적인 행사가 미미하다 보니 들어오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불만은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오히려 즐거웠다. ‘꼭 돈을 벌어야 하나? 굳이 돈을 벌지 않아도 즐겁고 신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의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 것은 팟캐스트 방송 ‘안 생겨요 돈이’를 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8월, 페퍼트리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을 김민규 PD라 소개하는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평소 페퍼트리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페퍼트리 멤버들과 함께 팟캐스트 방송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멤버들은 모두 거절했지만 그녀는 그 제안이 솔깃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시간 내고 공들여야 했지만 뭔가 재미있는 놀 거리가 생긴 느낌이었다. 김 PD는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다”며 “와서 마이크 들고 신나게 떠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방송을 통해 우리가 다시 한 번 팟캐스트의 부흥기를 이끌 것”이라는 뭔가 믿을 수 없지만 괜히 기대하게 되는 떡밥도 던졌다. 그녀는 기대감에 가득 차 페퍼트리 멤버 한 명을 꾀어 방송을 시작했다.
[꼴Q열전] 방송 후 정말 돈 안 생기는 팟캐스트 ‘안 생겨요 돈이’
방송은 쪽박 나고, 돈은 정말 안 생기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 팟캐스트 방송한다’고 자랑했죠. ‘엄청나다’는 반응이 올 줄 알았는데 뭔가 심드렁하더라고요. ‘아직도 팟캐스트 듣는 사람이 있나?’라는 말도 있었고요. 그래도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저는 재미있었거든요. 돈 안 되는 일하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수다 떠는 콘셉트잖아요. 제가 하고 있는 페퍼트리 활동도 그런 것이니 통하는 게 많았죠. 그렇게 방송 시간 2시간 동안 실컷 수다를 떨고 나면 게스트와 친해지죠. 그럼 녹음 뒤풀이 같은 것을 하고 싶잖아요. 못 다한 이야기도 더 나누고 싶고 친목 도모도 하면서. 그런데 방송이 끝나면 서로 어색하게 헤어지는 거예요. 돈이 없으니까요. 저도 없고, 상대방도 없고. 함께 밥 한 끼 먹고, 차 한 잔 마시는 것도 돈이 드니 부담이 되더라고요.”

그녀는 누차 강조했다. 방송 녹음은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하지만 처음 생각과는 다른 그림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단 팟캐스트의 부흥기를 이끌지 못했다. 부흥기는커녕 제대로 된 업로드를 하는 것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 전 기자와 통화를 하며 “‘안 생겨요 돈이’의 시즌 1 녹음이 끝나고 시즌 2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지만, 업로드 된 방송은 고작 2개뿐. 이유를 묻자 그녀는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녹음은 8회분을 완료했어요. 아직 업로드가 안 된 것뿐이죠. 편집이나 업로드 등은 김 PD님께서 하시는데 본업이 따로 있으니 바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 봐요. 처음 녹음할 때는 PD님이 같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안 들어오셨거든요. 제 마음대로 했죠. 그랬더니 나중에 듣고 경악하시더라고요.(웃음) 목소리도 데시벨을 넘어갈 정도로 크고, 쉴 새 없이 말해서 편집점을 찾을 수가 없대요. 얼마 전부터는 연락이 안 되네요….”

더 슬픈 것은 청취자의 반응이다. 9월부터 지금까지 고작 2회분이 업로드 되었지만 그 누구하나 ‘다음 방송은 언제 올라오냐’, ‘어떻게 된 거냐’ 등을 묻는 사람이 없다. 녹음 현장은 재미있었지만 듣는 사람이 하나 없다는 것이 그녀를 슬프게 했다.


게스트와 친해지면 녹음 뒤풀이 같은 것을 하고 싶잖아요. 못 다한 이야기도 더 나누고 싶고 친목 도모도 하면서.
그런데 방송이 끝나면 서로 어색하게 헤어지는 거예요. 돈이 없으니까요. 저도 없고, 상대방도 없고.



방송을 하면서부터 정말 돈도 안 생긴다는 것도 생각지 못한 문제다. 웬일인지 그동안은 쉽게 구했던 알바 자리를 최근에는 도통 구할 수 없게 됐다. 통장 잔고도 0원이 되었고, 밖에 나가 영화 보고 커피 마실 돈도 없어 화가 울컥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래도 방송 이름을 다르게 지었어야지 싶다. 돈이 없어지니 인생 자체에 대한 마인드까지 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며 사는 게 최고라며 나중에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 생각도 있었다. 모든 일은 돈을 목적으로 하면 처음의 생각이 변질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지가 강렬해졌다.

“그동안 경제관념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얼마 전에는 서울시 청년 일자리허브에서 운영하는 청년학교 ‘새로운 산업’반에 들어갔어요. 돈이 될 만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사업을 구상해보는 거죠. 요즘에는 페퍼트리에 가서도 ‘이거 돈 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저 자신을 발견해요.(웃음) 많이 버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은 벌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요.”








글 박해나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