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이빗 O. 러셀 출연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제레미 레너
1978년, 착한 사기꾼 어빙(크리스찬 베일)은 겁 없는 여인 시드니(에이미 아담스)와 사랑에 빠진다. 야심찬 FBI 요원 리치(브래들리 쿠퍼)는 이 사기꾼 커플을 이용해 캠든 시의 부패한 정치인 소탕 작전을 펼치려 한다. 감옥행을 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리치를 돕는 어빙과 시드니, 원래는 딱 네 명만 잡으려 했다. 그런데 이들의 표적이 된 시장 카마인(제레미 레너), 복수심에 불타는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에다가 무시무시한 마피아까지 얽혀들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실 ‘파이터’(2010)의 눈물겨운 가족애와 선 굵은 드라마로 데이빗 O. 러셀을 처음 접했다면, 다음 작품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에서 약간 정신 나간 것 같은 남녀의 러브스토리에 당황했을 법하다. 그러나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그의 출세작으로 이름을 날렸던 배배 꼬인 코미디 ‘디제스터’(1996)를 봤던 이라면, 오히려 ‘파이터’가 이상한 돌출점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러셀의 최신작 ‘아메리칸 허슬’에 이르면 ‘허언증, 자기기만, 감정 장애, 그리고 가족애’라는 이전 작들의 요소를 모두 집대성하는 야심이 드러난다. 지금 미국에선 ‘아메리칸 허슬’이야말로 러셀의 최고작이라는 데 이견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1990)이나 ‘카지노’(1995)의 울긋불긋하고 잔인한 허세에 가득한 1970년대 배경 미장센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더욱 음흉하고 섹시한 코미디 ‘아메리칸 허슬’에 매혹되고 말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사기를 치는 주인공들은 남들뿐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기만한다.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의상, 섹스와 마약이 남용되던 1970년대의 도취된 분위기 속에서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되기만 하면 좋다”는 모토 하에 움직이는 이들은, 영화 내내 거짓말하고 분노하고 고함치는 와중에도 관객들의 시선을 내내 도둑질한다. 크리스찬 베일부터 제니퍼 로렌스에 이르기까지, 주요 배우진들은 전부 참을 수 없이 웃기며 거칠고 섹시한 광채를 뿜어댄다.
‘아메리칸 허슬’은 오는 3월 2일 개최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되었다. 알짜배기 부문에 전부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한 이 영화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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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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