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의 반이 지나고 계획했던 일들을 다 이루지 못한 우리는 조심스레 휴학을 고민해본다. 하지만 무턱대고 휴학을 했다가는 시간낭비만 할 뿐이라는 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릴 수도 없다.

여기 성공적으로 휴학 기간을 보내고 학교에 복귀한 이들이 있다. 이들이 들려주는 ‘휴학의 모든 것’에 귀 기울여보자.



Q. 휴학 고민하기 전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승연] 휴학 기간에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태함을 경계하는 것’입니다. 저마다 휴학을 택한 이유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할 거예요. 하지만 계획 없이 고민만 하다 보면 휴학 기간을 어영부영 다 보내버릴 수 있어요.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휴학 목적을 자주 상기하면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는 부지런함이 필요해요. 또한 쉴 때 쉬더라도 휴식이 어느 순간 자신의 나태함과 게으름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굳은 의지를 가져야 하죠.



[윤영초] 될 수 있으면 휴학 전에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 학기를 휴학했는데, 영어 공부와 자격증이라는 대략적인 계획만 세워놓고 보니 막상 휴학 기간에는 일관성 있는 활동을 하지 못했어요. 특히 진로 고민과 눈앞에 닥친 계획들이 얽혀 갈팡질팡하던 시기도 있었지요. 휴학 기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잘 해놓아야 해요.



[고현선] 휴학 전에 자신만의 휴학을 정의해보세요. 휴학 기간 동안 영어 공부와 대외활동, 여행 등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여기에 너무 얽매이면 휴학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휴학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오로지 나를 위해 사용하기로 다짐했어요. 그랬더니 휴학이라는 시간을 정말 즐겁게 보낼 수 있었고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정향령] 저는 휴학 기간 동안 말 그대로 ‘내가 생각하고, 하고 싶은 그대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휴학하는 동안은 시간이 훅훅 지나가요. 넋 놓고 있다가는 어느덧 복학해야 할 시기가 와 버리죠. ‘용기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Q. 보람찬 휴학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이승연] 휴학 목적이 너무 막연할 경우 휴학 기간을 흐지부지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해요. 예를 들어 진로 고민을 위해 휴학을 한다면 진로 검사를 받거나 진로 캠프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고, 관심 분야와 관련한 대외활동을 경험하는 것도 좋지요. 글을 쓸 때 주제 아래 여러 소주제를 달 듯, 휴학의 목적과 관련한 세부 활동들을 실천해 나가다 보면 큰 목적을 이루기가 쉬워져요.



[윤영초] 자기만의 활동 방식을 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휴학 기간 동안 공부를 할 것인지, 외부 활동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 일관성 있는 생활을 해야 해요. 또한 휴학은 나만의 시간이기 때문에 틀에 박힌 일들보다는 자신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특색 있는 여행을 다니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람찬 휴학을 만드는 게 좋아요.



[고현선] ‘토익 몇 점’, ‘대외활동 몇 개’와 같이 막연한 목표보다는 ‘일주일에 영어 원서 1권 읽기’, ‘일주일에 2번 봉사활동 하기’, ‘한 달에 한 번 전시회 다녀오기’ 등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해야 훨씬 보람찬 휴학 기간을 보낼 수 있어요. 주간, 월간으로 시간을 쪼개 꼼꼼히 활용하고 관심 분야를 세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정향령] 휴학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휴학하고 뭐할 거야?” 하고 물어보거든요. 그럴 때 휴학 기간 동안 어디에 가치를 두고 지낼 것인지 올곧게 말할 수 있는 힘, 자기 자신만의 내공과 중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휴학 기간을 애써 남들처럼 ‘보람차게, 알차게’ 보낼 필요는 없어요. 그 시간을 오롯이 자기 자신의 시간으로 만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요?


Q. 휴학하면 꼭 해봐!
[이승연] 개인적으로는 한 달간의 유럽여행을 휴학 중 최고의 경험으로 꼽고 싶어요. 아무리 인터넷과 SNS로 세계가 좁아졌다고 해도 외국에 직접 나가서 하는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죠.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시야가 훨씬 넓어졌고,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 여러 부분에서 큰 동기 부여가 됐어요. 해외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아르바이트나 운동, 대외활동 등 무엇이라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바라던 꿈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요.



[윤영초] 휴학 기간만큼 독서에 좋은 시기도 없죠. 핑계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랴 대외활동하랴 책 읽을 시간이 없잖아요. 휴학 중에는 소설이든 자기계발서든 다양한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보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배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이 나중에 진로를 정하거나 취업 준비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장담합니다!



[고현선] 막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해요. 혼자 떠나는 여행이나 독서 등 나 자신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지나간 일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그릴 수 있어요. 나만의 휴학 계획과 목표, 그리고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휴학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향령] 휴학 기간 동안 대학생 극단 ‘날뛰기 프로젝트’(이하 날프)에 들어가 활동했어요. 날프에서 4개월의 연기, 노래, 안무 등의 연습 기간을 거쳐 대학로 소극장에서 수료공연을 했어요. 제가 가진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가며 활동했기에 가장 빛나는 휴학 생활을 할 수 있었지요. 학교 다니면서 하고 싶었지만 바빠서, 귀찮아서 하기 힘들었던 재미있는 활동을 휴학 기간에 하면서 자기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글 김가영(서울여대 언론홍보 2)·정지나(인천대 일어일문 2)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