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인문학 입문서들이 정점을 찍은 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책만 봐도 ‘OO 인문학’, ‘인문학 OO’ 등의 유형을 가진 책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많은 이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인문학의 어원인 라틴어 ‘HUMANITAS’는 ‘인간다움’, ‘인간성’ 등의 뜻을 지니고 있는데 현재의 인문학 출판 흐름이 과연 이 어원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점입니다.

인문학 열풍에는 두 가지 방향성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넘게 팔리는 대형 사건이었죠. 이 책은 시대 상황과 맞물리면서 좀 더 나은, 인간다운 그리고 정의로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이런 관심은 어원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 열풍의 또 하나의 발원지는 경영계였습니다. 그 시작이 스티브 잡스였다는 걸 부정할 이는 없을 듯합니다. 잡스는 “애플은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 있다”는 말을 했었죠. 지구 역사상 최고의 경영계 슈퍼스타와 가장 핫한 디바이스 밑바탕에는 인문학이 깔려 있었단 겁니다.

이후, 경영계에는 소위 ‘잡스 병’이 돌았습니다. 갑자기 여러 회사의 추천도서 목록에 인문학 도서들이 포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회사들은 채용 시에 인문학 소양을 반영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확하게 꼬집어 말하자면 경영 측면에서 접근한 인문학은 속된 말로 겉멋을 추구한 것이었지요. 잡스의 키노트 흉내내기처럼 말이죠. 기업들의 겉멋 추구에 맞게 취업준비생들 역시 스펙으로서 인문학 소양을 키워나가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겁니다. 최근 출간되는 인문학 책들 다수에 ‘시작’, ‘입문’, ‘스터디’ 등의 단어와 도구격 조사 ‘~로’가 붙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겠죠.

이런 문제 제기는 물론 한두 사람이, 하루 이틀 전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는 있다는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인문학은 스펙 쌓기의 일환인가요,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차원인가요? 자기계발 측면에서 인문학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인간다움이란 ‘계발’되는 게 아니고 ‘초월’해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우치다 다츠루 | 갈라파고스

<하류지향>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철학자 우치다 다츠루가 레비나스 사상을 풀어냈다. 저자는 어렵기 짝이 없는 구조주의 사상을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게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엔 난해하기로 손꼽히는 레비나스의 철학과 사상을 이해 가능한 언어로 소개한다. 생전 한 번 본 레비나스를 절대적 ‘스승’으로 묘사하며, 레비나스 철학의 ‘타자성’을 규명해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삶을 위한 철학수업

이진경 | 문학동네

학술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엔(N)에 적을 두고 서울과기대 교수로도 재직 중인 철학자 이진경의 책. 지난해 4월부터 반년 동안 포털 사이트의 출판사 카페에 강의 형식으로 연재한 20편의 글을 엮었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으로서의 자유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기 위해 ‘삶’, ‘만남’, ‘능력’, ‘욕망’이라는 네 개의 큰 주제를 다섯 번씩 강의했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강명관 | 천년의상상

조선시대 책이 사회와 문화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 책.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다양한 사료를 꼼꼼하게 살펴본다. 조선시대 책의 인쇄와 유통 양상, 책값과 지식 확산의 관계, 주요 서적의 탄생과 소멸 등 책과 지식생산의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주제를 망라했다. 책을 둘러싼 문화사를 새롭게 조명하여 조선시대의 역사를 신선하게 읽어낸다.



유쾌한 크리에이티브

톰 켈리, 데이비드 켈리 | 청림출판

디자인 기업 ‘IDEO’의 창업자 데이비드 켈리와 <유쾌한 이노베이션>의 톰 켈리의 공저. 창조성을 키우는 방법과 이를 이용한 전략을 담아냈다. 스탠퍼드대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앨버트 밴두라 교수의 ‘자기효능감’ 이론을 바탕으로 ‘창조적 자신감’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창안해 소개한다. 저자들은 창조성이 근육과 같아 쓸수록 더욱 강해진다며, 창조성을 이끌어 낼 실전 팁을 제시한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이동진 | 예담

영화평론가이자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이동진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박찬욱, 이명세, 최동훈의 인터뷰를 갈무리했다. 책 속 문장들로 작가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팟캐스트 인터뷰 양식처럼 영화 속 대사들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감독당 수차례, 열 시간 이상 상대하며 얻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통해 감독들의 작품과 인간됨의 면모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제공 : 교보문고 리딩트리
(http://www.facebook.com/kyobobook.Reading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