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의 실패에도 경쾌한 작별 인사를, 인사이드 르윈

인사이드 르윈

감독 조엘 코엔 & 에단 코엔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멀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1960년대 초반, 무일푼 포크 뮤지션 르윈(오스카 아이삭)은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매일 밤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소파에서 잠을 청한다. 듀엣으로 노래하던 파트너 마이크는 투신자살했고, 솔로 앨범은 팔리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간다. 동료 짐(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애인 진(캐리 멀리건)과의 우연한 하룻밤 때문에 아이가 생겼고 진은 낙태 비용을 요구한다. 점점 버거워져만 가는 꿈을 포기하기 직전, 르윈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시카고의 유명 프로듀서 그로스맨 앞에서 노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2010년 제프 브리지스가 몰락한 컨트리 가수 역으로 생애 최고의 열연을 보여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영화 ‘크레이지 하트’를 사랑한 팬들이라면 ‘인사이드 르윈’ 역시 그냥 넘길 수 없을 것이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최우수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돌아오는 오스카 시상식에서도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코엔 형제의 최신작 ‘인사이드 르윈’은 밥 딜런이 등장하기 이전 미국의 포크 뮤직 신을 훑어 내린다.

영화 곳곳에서 ‘다음 순간 이런 장면이 나올 것이다’라고 기대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를테면 르윈이 밤길을 운전하다가 옛 연인의 고향 표지판을 본다. 그럼 당연히 운전대를 꺾어 그녀를 보러 갈 것이다. 혹은, 그는 자신의 차에 치인 고양이가 절룩거리며 걸어가는 걸 본다. 그렇다면 당연히 고양이를 덥석 안아들고 병원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르윈은, ‘인사이드 르윈’은 그러지 않는다. 인생이 그를 배신하듯 르윈 역시 타인에게 무언가 건넬 수 있는 순간을 배신한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 일상의 진짜 모습을 ‘인사이드 르윈’ 안에서 고스란히 견뎌내야 한다. 기적이나 행운은 우리 곁으로 저절로 날아들지 않는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그 노력에 응당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인생은 감동 드라마가 아니라 희극과 비극이 번갈아 모습을 드러내는 부조리 드라마인 경우가 더 많다. 코엔 형제는 무명 뮤지션 르윈 데이비스의 거듭된 실패에 결코 개입하지 않은 채 그저 바라만 본다. 어떤 형태로든 불쑥 튀어나오는 고통과 모욕에 결국 피식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기까지. 그 이후는? 우리가 한치 앞을 알 수 없듯, 영화도 답을 주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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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