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故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가사 中)

대한민국 남자 중에 이 노래 한 구절 모를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은 제대하는 순간 다시 찾아온다. 짧게는 2년, 길게는 2년 반 동안 학교·사회와 떨어져 있다가 돌아와 ‘많이 당황’할 복학생을 위한 캠퍼스 연착륙 기원 팁. 필승!
[복학생 구조 프로젝트] 군바리에서 오빠로 변신 완료!
복학생을 바라보는 시선

‘시대에 뒤떨어진’, ‘촌스러운’, ‘아저씨 같은’이라는 수식어와 잘 어울리는 낱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혹시 이 단어는 어떤가. ‘복학생’. 개그맨 유세윤이 촌스러운 청재킷과 빨간 폴라를 입고 “선생님 × 컬러 파워!”, “내 밑으로 다 조용히 햇!”을 외쳤던 장면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왠지 잘 어울리는 단어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은지.

복학생 구조 프로젝트에 기꺼이 지원해준 남윤창(23) 씨도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일단 부담이라고 했다. 예전엔 ‘복학생’ 하면 뭔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같고 세대 차이 나는 형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자기가 복학생이 되어 있었다고. 정작 자기는 그대로인데 후배들이나 같은 학번 여자 동기들이 괜히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걱정이라고도 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왔을 뿐인데 “내가 뭘? 왜!”


‘모든 것이 리셋되는 기분’

남 씨는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둔 심정을 ‘리셋(reset)’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인간관계·학업·연애·아르바이트 등 모든 것이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리셋되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군대에서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대 내에서의 소극적인 자기 암시’ 수준이라 생각한다고. 막상 사회로 나오니 부모님과 주변의 기대, ‘이젠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물밀듯이 밀려든다는 얘기와 함께 그는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복학생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복학생 오빠는 수업 이렇게 듣는다

복학생들의 의욕은 신입생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수강신청할 때부터 성적이 나올 때까지 총기를 잃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것이 복학생들이 유의할 점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당연하겠지만 복학생에게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심화전공 로드맵이나 앞으로의 진로를 생각해 철저히 계산적인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고 덤비는 복학생에게 수업은 ‘이등병 때보다 심한 피로감과 말년 병장 때보다 지루한 시간’만을 안겨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김영훈 동국대 교무팀장은 “학점 관리할 때 복학생들은 테크닉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신이 부족했던 기초과목들을 탄탄히 다져두고 그 바탕 위에 자신의 전공을 만들어 가야만 학업에 대한 성취도, 나아가 취업에도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복학생 구조 프로젝트] 군바리에서 오빠로 변신 완료!
복학생이라고 영어, 낯설지 않지 말입니다!

‘다나까’ 말투가 어디 쉽게 고쳐지던가. 사회에서 써도 크게 문제될 것 없는 말투지만 어디까지나 ‘다나까’는 ‘다나까’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군대에서 아무리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어도 그건 단지 군대에서의 자기계발용 영어 공부였을 뿐. 이제 복학생에겐 영어 공부도 전략이다!

최현정(Kelly) YBM어학원 신촌센터 강사는 “최신 정보에 레이더를 세우라”며 삼성이 최근 19년 만에 입사 시험에 서류 전형을 부활시킨 일을 예로 들었다. 변변한 토익 점수 하나 없이 사회 적응 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니 최신 정보를 부지런히 따라 잡으라는 것이다. 또 “본인의 영어 공부 목표가 회화인지 토익인지 토익스피킹인지 정확히 설정하라”고 조언하며 “전역 후 한 달은 영어 공부의 ‘골든타임’인 만큼, 이때를 놓치지 말라”는 말을 덧붙였다.


취업 각개전투, 이제 시작이구나!

군 복무라는 인생의 큰일을 마친 복학생. 하지만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취업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마치 훈련병을 바라보는 병장처럼 버티고 서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레 겁먹지는 말자. 취업에 왕도는 없지만, 비결은 있는 법.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차근차근 써가는 것이다.

학점 관리, 영어 성적, 인턴십, 자격증 등을 취업의 충분조건이라고 본다면 자신만의 독특한 이력과 일관되면서도 다양한 활동 경험은 필수조건이라고 할 만하다.

임경현 인크루트 서비스운영본부장은 “국내 채용 트렌드는 기존 스펙 중심의 공채 제도에서 역량 중심의 열린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과도기이며, 그에 따라 매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군 제대 후 기업들의 채용 트렌드 변화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고 조언했다.

획일적인 채용 문화에서 벗어나 다변화하고 있는 취업시장. 이 치열한 각개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자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다.


연애가 스펙! 연애만사성(戀愛萬事成)

연애가 부담이 된 시대. 오죽하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요즘 청년 세대를 ‘삼포세대’라 일컬을까. 남 씨도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학업·취업에 대한 부담감, 스펙 쌓기에도 모자란 시간, 그리고 복학생으로서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싫어 연애를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명길 듀오 대표 연애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스펙’이란 말 많이 하죠. 하지만 연애가 진정한 스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군 제대 후 자신의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남자의 공격 본능을 꺾습니다. 직장인도 비전이 보이지 않아 연애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그럴 만하지요. 그런데 20대 때 연애라는 스펙을 쌓아 놓지 않으면 나이를 더 먹었을 때 반드시 후회합니다. 불안한 미래 때문에 주저하지만 그 불안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바로 연애입니다. 자신감 있게 연애하세요. 연애만사성이거든요.”

이 코치는 복학생에게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의무를 다 한’ 오빠의 수수하고 편안한 여유로움으로 공략하라. 둘째, ‘검사 기질’을 버려라. 연애에서는 변호사가 이기는 법이니까. 셋째, 아저씨가 아니라 이제 막 제대로 멋있어지기 시작하는 남자라는 자기확신을 가져라.


글 박상훈 기자│사진 서범세 기자│헤어 Jei(살롱루즈 가로수길점)│제품협찬 더셔츠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