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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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셉 고든 레빗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스칼렛 요한슨, 줄리안 무어

클럽에서 존(조셉 고든 레빗)이 유혹하는 여자들은 100% 넘어왔다. 그에게 여자가 부족한 순간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야동을 끊을 수 없다. 그가 꿈꾸는 완벽한 섹스는 야동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존 앞에 두 여자가 나타난다. 야동 속 그녀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섹시한 바바라(스칼렛 요한슨)와 어딘가 나사 하나가 풀린 듯한 에스더(줄리안 무어)가 문제의 여자들이다.

‘돈 존’은 ‘25금’을 표방하지만 실은 매우 건전한 영화다. 즉, 존이 쉽게 떨쳐내지 못하던 야동과 바바라가 탐닉하는 로맨스 영화가 실은 같은 종류의 판타지임을 분명히 한다. 양쪽 모두,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대로만 움직이는 영혼 없는 존재인 양 취급하는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만으로는 삶의 결여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고, 그땐 컴퓨터를 끄거나 극장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고 설득한다. ‘돈 존’은 바깥 세계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정한 현실 감각을 되찾을 때에야 비로소, 섹시하다는 건 생식기에만 달린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라 진지하게 강변한다.

무엇보다 ‘돈 존’의 힘은 두 배우로부터 나온다. 먼저 각본과 연출, 주연까지 도맡은 조셉 고든 레빗은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들로부터 완벽하게 탈출했다. ‘돈 존’에서 그는 헬스에 목숨 걸고, 입에 걸쭉한 욕설을 달고 살며, 욕구와 충동을 제어할 줄 모르는 천방지축 힙합 마니아로 등장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처음 몇 분 동안은 그런 고든 레빗의 모습이 꽤 낯설다. 하지만 갑자기 그 모습이 친숙하게 뒤바뀐다. 고든 레빗은 아주 자연스럽게, 타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오로지 자기중심적으로만 세상을 평가하는 주변의 수많은 청년들 중 하나가 되어 버린다.

스칼렛 요한슨 역시 고든 레빗에 버금가는 열연을 펼친다. 핑크색 마니아이자 운명적 러브스토리를 사랑하고 매 순간 껌을 우물거리는 바바라의 다소 순진하면서도 경박한 모습은 노련하게 균형 잡힌 연기로 조율된다. 본연의 관능적인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그 관능미와 백치미의 결합을 정교하게 계산한 요한슨의 표정과 목소리 톤 그리고 제스처는 ‘돈 존’의 과장된 코믹 터치에 확실한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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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