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선택이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혈연선택이론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이기적 유전자>는 어떤가요? 리처드 도킨스의 명저로도 잘 알려진 <이기적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좀 더 친숙하게 생각될 수 있겠습니다. 쉽게 풀어 이야기해보죠. 유전자는 자신을 퍼뜨릴 가능성이 높은 경우의 수를 선택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물에 빠진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사촌, 다른 하나는 팔촌이라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사촌을 구한다는 것이죠. 사촌의 경우가 자신과 공유하는 유전자의 수가 훨씬 많을 테니까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혈연선택이론에 딱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이 이론은 이미 진화론계의 정설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는 극히 ‘이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예처럼 유전자가 복제가 용이한 유전친화적 상황만을 선호한다면 유전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이기적인 선택만을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유전자 개념에서 인간을 이해한다면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닌 인간이 이타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죠. 인간의 이타적 행위조차도 유전자 복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기적 선택의 발로인 것이죠.

〈통섭〉으로 잘 알려진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혈연선택이론이 주류로 자리 잡는 데 많은 공을 세운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에드워드 윌슨은 수년 전에 배교를 선언했습니다. 혈연선택을 버리고 이타적 집단의 생존확률이 높다고 주장하는‘집단선택이론’으로 돌아선 것이죠. 윌슨에게 있어 이타적 공동체와 이를 가능케 하는 ‘진사회성’의 유무야말로 인간 진화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인데요. 진화를 이기적 기제로만 설명한다면 공동체를 설명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알다시피 공동체를 떠받치는 기반에는 이타적 행위들이 있으니까요. 윌슨은 인간이 지닌‘진정한 이타심’에 대한 믿음을 끝내 떨쳐 버릴 수 없었던 것이죠.

80세가 넘은 윌슨이 자신의 학문적 기반을 전복시켰습니다. 그가 쌓아온 학문적 업적의 기반에는 혈연선택이론이 있었고 이를 버린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지요. 그의 학자로서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여태 진화론에 대한 사변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이 글의 요지를 아시겠죠? 올해 여러분들을 이끌어갈 힘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오류나 실수를 인정하고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 바로 타성이나 관성이 아닌 전복하는 힘으로 살아내시길 바랄게요. 무엇보다 윌슨이 자신의 존립 기반을 버리게 한 이타심과 함께 말이죠.



지구의 정복자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올해, 당신을 이끌어 갈 힘은?
에드워드 윌슨| 사이언스북스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이자, 〈통섭〉의 저자인 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제시하는 새로운 진화과학과 혁명적 세계관을 담아낸 책. 진화 생물학을 토대로 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인류 문명의 근간이 되는 도덕, 종교, 철학, 예술, 과학의 기원을 밝혀낸다. 윌슨은 기존의 혈연선택이론을 버리고 집단선택이론을 가미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기브앤테이크·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올해, 당신을 이끌어 갈 힘은?
애덤그랜트| 생각연구소

와튼스쿨 역대 최연소 종신교수인 조직심리학자 애덤그랜트가 성공의 숨은 동력을 제시한다. ‘주는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인 ‘테이커’나 ‘받는 만큼 주는 사람’인 ‘메처’보다 ‘자신의 이익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인 ‘기버’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실증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간 과소평가된 ‘주는 사람의 성공 가능성’을 다른 시각으로 조명한 책.



눈에 띄는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올해, 당신을 이끌어 갈 힘은?
비 존슨 | 청림라이프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제안하는 책. 저자 비 존슨은 실제로 1년에 1리터 정도의 쓰레기만 배출한다. 양보다는 질에, 물건보다는 경험에 집중하도록 간소한 생활방식을 만들면, 비운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팁과 간소한 삶을 위한 생생한 아이디어들을 공유한다.



가요 케이팝 그리고 그 너머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올해, 당신을 이끌어 갈 힘은?
신현준 | 돌베개

음악평론가 신현준이 ‘케이팝’이라 불리는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탐색을 담아냈다. ‘지리, 경제, 역사, 정치, 일상’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어를 통해 케이팝과 관련된 복합적 의미를 찾는다. 이를 통해 ‘대중음악은 왜 사회에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시도한다.



모바일트렌드 2014
[허영진의 빵 굽는 인문학] 올해, 당신을 이끌어 갈 힘은?
커넥팅랩| 미래의창

주요 기업의 IT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모바일 전문 포럼 ‘커넥팅랩’이 국내외 최신 모바일 트렌드를 정리했다. 먼저 2013년 모바일 트렌드를 정리하고 2014년 모바일 트렌드를 예측한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프라이빗 SNS, 스크린에이저 등 2014년 모바일 트렌드를 반영한 용어 해설과 더불어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 준다.


제공 : 인터넷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


허영진(교보문고)
책이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걸 아직도 믿는 서점 직원. 인문학이 우리를 구원의 언저리쯤엔 데려다 주리란 희망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