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기 전부터 꿈꿔왔던 목표 중 하나는 교환학생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예기치 못한 휴학과 삶의 변환기를 겪으면서 교환학생을 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서 WEST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Work, English, Study, Travel을 의미하는 WEST 프로그램은 정부 해외 인턴사업의 하나로 글로벌 핵심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각 학교의 총장 추천, 학점 및 영어 성적, 영어 에세이를 거쳐 한국어 면접, 스폰서 면접까지 통과하면 웨스티(WESTEE)로 선발된다. 나는 평소 면접 공포증이 있었지만, 외국 생활과 문화를 경험하며 삶의 지표를 넓혀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과감하게 도전하였다. 그 결과 합격이라는 기쁨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낯선 사람, 낯선 문화, 낯선 풍경 속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서부 번쩍, 동부 번쩍 ‘나는 미국의 김길동’
첫 인턴 회사는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이었다. 처음에는 미국까지 와서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업무가 대부분 영어로 진행된다는 점, 한국과 미국의 다리 역할을 하는 코트라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실리콘 밸리’라는 지리적 요건 등이 마음에 들어 일을 하기로 하였다.

내가 몸담은 부서는 지사화 부서. 지사를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들을 위한 시장 동향 조사 및 분석, 미국 바이어 발굴, 현지 회사들과의 미팅 주선, 콘퍼런스 지원, 통역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인턴사원으로선 처음으로 필라델피아의 LIF(Light Fair International·국제조명박람회)에 출장을 가서 지사화 업체를 지원했던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다.


미국 직장·미국 직장인에 대한 선입관 깨다
처음 계획은 1차 인턴십이 끝난 후 복학할 예정이었으나 실리콘 밸리에서 지내는 동안 스타트업(자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작은 그룹이나 회사)과 IT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직접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또 한 번의 도전을 했고, 2013년 9월부터 미국 동부에 있는 온라인 북마킹 서비스 회사 클립픽스(Clipix)에서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나는 한국 시장 마케팅, 클립픽스 웹과 앱의 기능 테스트, 클립픽스의 핵심 기능인 보드 매니지먼트(Board Management), 그리고 소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저것 다양한 일과 공부를 할 수 있고, 직원이 많지 않다 보니 인턴인 나에게도 제법 많은 일이 맡겨진다. 한 예로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인턴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조사 과정에서 지식을 얻는 것은 물론, 프레젠테이션 실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나의 아이디어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하는데, 그때의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미국 회사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선입관이 확 바뀌는 계기이기도 하다. ‘미국 직장인들은 휴일을 길게 쉬고, 한국인보다 일하는 양이 적으며, 놀면서 편하게 일할 거야’라는 생각이 깨졌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매일 자발적으로 2~3시간씩 남아서 일을 하고 간다. 지난 할로윈데이에는 파티가 끝나니 모든 직원이 곧 다시 업무로 돌아갔다. 일에 대한 책임감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자유’가 존재하더라도 균형이 깨지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주변에 해외 인턴십을 망설이는 이가 많다. 이들에게 ‘일단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영어가 장벽으로 느껴져도, 사회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그것을 변명으로 삼지 말고 일단 나오라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다 보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인턴십은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생활과 전혀 다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경험의 폭도 넓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미국의 업무 환경을 체감하고 동료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아주 많다. 인턴십을 통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 속에서, 한정된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몸소 깨달을 수 있다. 귀국할 때는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김윤지 씨는
[인턴십 체험기-미국] 낯선 땅, 새로운 도전, 빛나는 성장
- 코트라(KOTRA) 실리콘 밸리 오피스 인턴(2013년 2월 ~ 2013년 8월)
- 미국 동부 스타트업 클립픽스(Clipix) 인턴(2013.9 ~ 현재)

※클립픽스
(www.clipix.com)는 2011년 설립된 온라인 비주얼 북마킹 서비스 회사. 넘쳐나는 인터넷상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툴을 제공하고 있다.


글 김윤지(숙명여대 경영 4 휴학·WEST 10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