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도 싫고, 수업 내용도 마음에 안 들어서 수강 취소를 누르려고 할 때, 누군가가 나의 팔목을 붙잡는다. ‘자네, 그 수업은 교양 필수라네. 듣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지.’ 대학생들에게 교양 필수란 대부분 ‘정말 듣기 싫지만 필수라 어쩔 수 없이 듣는 수업’이다. 하지만 뜻밖에 정이 붙고 재미가 있어 완소 꿀강의가 되는 경우도 많다. 전국 대학에서 ‘전설’로 이어지는 교필 강의들, 어떤 게 있을까.



예배를 안 하면 졸업을 못해요?
백석대 ‘대학예배,’ ‘기독교인성’
[전설의 교필 강의들] 자네, 이 강의 안 들으면 졸업 못하네!
백석대 학생들은 예배를 안 하면 졸업을 못한다. ‘대학예배’라는 교양 필수과목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학기당 1학점을 이수하며, 입학부터 졸업까지 매 학기 예배를 드린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대학인 만큼 학생들에게 기독교 인성과 기초교육을 가르치는 교양 필수과목이 많다. 그 과목들은 먼저 아담과 이브로 시작해 구약성경, 신약성경의 이해로 이어지며 마지막엔 기독교 세계관 및 기독교 역사인물을 공부한다. 출석 체크는 물론 수시시험과 정기시험, 심지어 과제와 발표가 있는 과목도 있다. 찬양하라, 기도하다 지쳐 잠이 들면 주님이 학점 축복을 주리니.



명상과 불심으로 편안한 안정을?
동국대 ‘자아와 명상’, ‘불교와 인간’
[전설의 교필 강의들] 자네, 이 강의 안 들으면 졸업 못하네!
“코끝을 바라보고, 허리는 바로 펴 앉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는 학생들을 위해 동국대에서는 불교 이념에 기반을 둔 ‘자아와 명상’이라는 교양 필수과목을 두고 있다. 동국대생들 사이에서 ‘자명’이라고 불리는 이 강의는 스님이 진행하며 pass·fail제로 운영된다. 자아의 명상은 1과 2로 나뉘며 두 개 다 들어야 하는데 학점은 0학점이다. 그야말로 시간표 짤 때도 자리를 차지해 난감하고 수업 듣기도 매우 난감한 과목이다. 이 ‘자명’과 양대 산맥을 이루는 불교 관련 교양이 ‘불교와 인간’이다. 불교의 역사와 석가모니의 탄생 등 불교를 학문적으로 접하는 수업이다. 학문적으로 불교를 배우기 때문에 철학과목을 듣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험은 논술로 본다는 안타까운 사실. 아무리 마음이 부처인들 논술을 못하면 그 학기 장학금은 물 건너 간 거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이 된 듯!
성균관대 ‘유학사상과 가치관’
[전설의 교필 강의들] 자네, 이 강의 안 들으면 졸업 못하네!
고려 말에서 조선 시대에 걸쳐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 그 곳에서 유생들은 유학을 공부하며 피나는 노력을 했다. 설마 지금 성균관대생들도 유학을 공부할까? 성균관대에는 ‘유학사상과 가치관’이라는 수업이 있다. 필수이기 때문에 졸업 전에 2학점을 들어야 한다. 주로 논어를 배우고 조선시대의 전통문화와 유학으로 본 현대사회 등을 배워 마치 조선시대의 유생이 된 듯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남자는 양, 여자는 음이니 남녀가 걸을 때는 남자는 동쪽에 서고 여자는 서쪽에 서서 걸어야 한다” 등과 같은, 지금 여성가족부가 들으면 당장 고소(?)할 수도 있는 전통 의례와 절하는 법 등도 배운다고 한다.



친구들과 합숙하면서 교양을 쌓아라
서울여대 ‘바롬인성교육’

[전설의 교필 강의들] 자네, 이 강의 안 들으면 졸업 못하네!
‘바롬인성교육’은 서울여대 개교 때부터 계속 이어온 전통적인 교양으로 지·덕·술을 갖춘 여성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공동체생활교육 과정이다. 총 3년에 걸쳐서 이수하며 1학년은 3주 합숙, 2학년은 2주 합숙, 3학년은 합숙 없이 국제화와 인성, 리더십 관련 수업을 듣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합숙기간 동안에는 절대 금주·금연. 서울여대 학생의 전언에 따르면 이 교양을 통해 다른 과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고, 아침마다 영어 수업도 꼬박꼬박 듣기 때문에 영어 실력 향상 하나만큼은 보장해 준다고 한다. 마지막 수업 때는 방을 같이 쓴 친구들끼리 펑펑 울기도 한다고.



영어원서도 읽고, 영어 교재도 공부하고
인천대 ‘English reading and listening’
[전설의 교필 강의들] 자네, 이 강의 안 들으면 졸업 못하네!
아무리 부처의 마음을 가진 인천대생이라도 한 번 듣기만 하면 머리를 싸매게 만드는 전설적인 교필 과목이 있으니, 바로 ‘잉리리’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잉리리’는 ‘English reading and listening’의 약자로 영어를 읽고 들으며 대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첫 수업 때 SRI라는 영어 레벨 테스트를 보고 각자 레벨에 맞는 영어 원서를 읽는다. 원서를 다 읽은 다음에는 15문제로 된 퀴즈를 풀어 기준점을 통과해야 한다. 원래는 영어 원서를 읽고 퀴즈를 푸는 데에서 그쳤지만, 올해부터 옥스포드 출판사의 교재 공부도 같이 병행하면서 강도가 더 세졌다.


글 정지나 대학생 기자(인천대 일어일문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