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뚫은 진짜 비결이 궁금해?”

올해는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취업시장엔 여전히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좀처럼 늘리지 않고 있고 그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는 취업경쟁자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이런 취업 혹한기에 당당하게 대기업에 합격한 3명의 ‘능력자’를 만났다. 이들은 남들과 뭐가 달랐던 걸까.
영어 성적이 뛰어나서일까? 명문대 출신이라서? 아니면 정말 운이 좋아서일까?
아직 후배에게도 들려주지 않았다는 이들의 합격 비법을 <캠퍼스 잡앤조이>가 먼저 들어봤다.



신입사원 LG 씨(28세)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배터리연구소 1월 입사예정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 소재학부(바이오소재공학과)
●학점 : 3.44점/4.5점
●토익 : 855점
●토익스피킹 : 6급
●2011년 3월~2013년 3월
제품개발 연구원 인턴십
●서류합격률 : 20%
(10개 합격/50개 지원)



신입사원 삼성 씨(26세)
삼성전자 DS부문 LSI사업부 2월 입사예정
●성균관대학교 화학과
●학점 : 3.27점/4.5점
●토익 : 845점
●토익스피킹 : 6급
●2013년 6~8월
삼성전자 DS부문 인턴십 후 정규직 전환
●서류합격률 : 25%
(3개 합격/8개 지원)



신입사원 현대차 씨(27세)
현대자동차 구매팀 2월 입사예정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편입
(전 가천대학교 관광경영)
●학점 : 3.97점/4.5점
●토익 : 915점
●2013년 7∼8월
●건설사 구매팀 인턴십
●서류합격률 : 25%
(1개 합격/4개 지원)



Part 1. 서류전형
인턴십은 필수… ‘나’만의 이력을 어필하라!

삼성 계열사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서류전형은 학점 3.0점 이상, 오픽 레벨·토스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된다면 무조건 합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 외에 특별히 준비할 건 없었어요.

LG 자기소개서는 무조건 담당자를 만나보고 나서 쓰자고 생각했어요. 캠퍼스 리크루팅에 나온 현업 선배에게 많은 것을 물었죠. ‘나에겐 이런 역량이 있는데 이걸 쓰는 게 좋나’처럼 구체적으로요. 한 선배는 이메일을 보내라고도 했어요. 꼭 합격하도록 도와주겠다고요.

삼성 LG화학은 서류전형에서 스펙을 많이 본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학점이 낮아서인지 세 번 지원했는데 전패했어요.

LG저희도 지원자들이랑 그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정작 인사담당자들께서는 스펙을 많이 안 본다고 하셨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전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에요. 함께 면접 봤던 지원자들 중에 ‘전화기(전기전자공학·화학공학·기계공학과를 이르는 말)’ 출신이 많았거든요.

현대차 제가 취업을 준비하며 느낀 점은 문과와 이과의 취업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문과 출신 지원자들에 비해 해당 전공 채용규모는 매우 작아요. 그래서 자소서를 훨씬 잘 써야 하죠. 하지만 문과생들은 자소서를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쓰는 경우가 많아요. 결과는 당연히 불합격이죠.

전 자소서 덕에 합격한 대표적인 케이스예요. 현대차는 서류전형에서 8배수만 뽑는다고 하는데 그만큼 붙기 어렵기 때문에 자소서를 정말 열심히 썼어요. 또 저 같은 편입생은 서류전형에서 특히 불리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이력서에 편입 이유를 ‘좀 더 큰 범위에서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라고 적었어요.

또 한 건설사 구매팀에서 2개월간 인턴했던 경험을 살렸죠. 후배들에게도 인턴을 추천해요.

LG 우리 모두 인턴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네요. 현장에서 직무나 회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이거든요.


현대차특이한 이력도 있었어요. ‘대학가요제’에 출전했거든요. 편입생이라는 것 때문에 기존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이 없어서 학교 대표로 나가서 주목을 받아보기로 한 거죠. 평범한 서포터즈 활동보다는 이색적인 ‘나’만의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Part 2. 인적성전형
인성은 ‘인재상에 맞게’, 적성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삼성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스터디로 대비했어요. 5~6명이 함께 한 달 동안 시간 배분에 주력해 연습했죠. 그런데 막상 시험을 보니 연습 때와는 다른 점이 많더라고요. 특히 직무상식 파트에서 삼성전자와 관련된 문제가 많이 출제돼 깜짝 놀랐어요. 평소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 관한 신문기사를 읽어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수리과목에서 경우의 수 문제가 어려웠어요.


LG LG는 이번에 5교시에 도식적추리 과목이 추가됐는데 알고리즘과 관련된 문제였죠. 4교시 도형추리도 어려웠어요. 도형과 알파벳, 숫자 등을 함께 배치시키는 형태였는데 난이도가 꽤 높았어요.


현대차 현대차는 기존의 HKAT에서 HMAT로 바뀌었죠. 정말 어려웠어요. 5교시 도식이해 파트는 아무리 풀어도 답이 안 나와서 15문제 중 3문제밖에 못 풀었어요. 나머지는 다 찍었죠. 특히 역사논술은 정말 아무도 몰랐던 예상 밖의 문제였어요. 주제는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을 고르는 것이었는데 저는 세종대왕을 썼어요. 대신 제목을 남다르게 뽑았죠. ‘훈민정음을 제외하고 바라본 셋째왕자 충령대군’.


LG저도 세종대왕 썼었어요! HMAT 봤거든요.


현대차 역사논술 문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대신 2차 면접 때 물어보시더라고요. 처음 듣는 인물을 적어낸 지원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물으시면서 ‘잘 알지 못하고 썼다’는 핀잔도 주셨죠.

적성검사는 ‘모르는 문제는 과연 찍어야 하느냐’는 얘기가 많은데 저는 찍는 게 나은 것 같아요. 답을 비웠다는 건 어쨌든 못 풀었다는 거잖아요. 찍어서 떨어지는 게 후회도 덜 할 것 같았어요. 실제로 찍어서 붙은 경우가 더 많았고요.


삼성 찍어서 붙은 적이 확실히 많아요. SSAT도 모르는 문제는 다 찍었죠. 입사 후에 보니 안 찍고 합격한 동기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찍는 걸 추천하더라고요.


LG 어떤 회사는 시험지에 ‘찍을 경우는 감점’이라고 명시해 놓고 있는데 이 경우 말고는 역시 찍는 걸 추천해요.


현대차 인성검사는 솔직하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너비’를 설정해 놓고 여기에 맞춰서 풀었어요. 현대차의 핵심역량을 늘 염두에 두고 가상의 인물을 그렸던 거죠.


삼성 ‘아바타’라고도 하죠.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보기를 골랐던 것 같아요.


Part 3. 면접전형
면접도 철저하게 준비해야…‘토론’보단 ‘토의’한다는 자세로!

삼성 삼성 인턴면접은 1차 임원면접과 인턴실습, 2차 직무역량면접 순이에요. 임원면접 때는 자기소개서 기반 문제가 주로 나와요. 과거 경험들에 대해 묻죠. 면접은 스터디로 대비하는 것을 추천해요. 면접 시의 태도나 말투는 스터디 멤버들도 충분히 봐줄 수 있거든요.

직무역량면접에서는 인턴과정에서 느낀 점, 학교에서 했던 과제나 프로젝트 경험에 대해서 주로 질문을 받았어요. 어려운 전공지식에 대한 문제는 없었습니다.

LGLG화학은 1차 토론면접, 전공면접과 2차 임원면접으로 나뉘어요. LG화학 토론면접은 실무에서 발생하는 한 개의 안건에 관한 두 개 선택지 중 최종안을 결정하는 형태였어요. 주제 선택시간 1분, 준비시간 15~20분에 나머지는 문답시간이었죠.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게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전공면접은 인성과 전공을 같이 보고 5명이 한 조가 돼 한 명당 6분씩 30분 동안 면접이 진행되죠. 면접관은 실무진들인데 질문이 촌철살인이에요. 답을 못할 정도였죠.

2차 임원면접은 비중이 크지 않아요. 거의 합격된다고 하더라고요. 입사 후 배치를 위한 면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현대차 현대차도 1차 면접에 토의면접이 있어요. 중요한 건 토론이 아닌 ‘토의’라는 거죠. 토의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를 결정하는 거지 싸우자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 조는 사전에 서로 양보하자고 합의를 봤죠. 같은 직무 지원자끼리 한 조로 배정됐고 주제는 유럽, 일본, 한국 중 한 곳의 업체를 선정하는 거였어요. 저는 한국 업체를 주장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본 쪽으로 쏠리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엔 이런 장점이 있지만 일본엔 이런 장점도 있으니 일본으로 선택해보자’며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렇게 결론을 빨리 도출했고 마침내 조원 4명 중 3명이 붙었어요.

인성면접은 인사팀, 실무진 2명의 면접관과 2대 1로 진행하는데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묻고 답하는 데다 질문도 ‘꼬리 물기’식이라 자신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LG현대차 면접을 봤던 경험자로서, 현대차 면접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취미에 대해 면접관과 10분 동안이나 얘기했어요. 이 취미를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보려고 하신 것 같았죠.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또 토론면접에서 ‘절대 싸우지 마라’는 말에도 공감해요. 현대차 토론면접 때 저희 조 4명이 서로 싸우다가 전부 떨어졌거든요.


삼성 삼성은 반대로 일반적인 질문이 많았어요. 대신 장점을 어필할 기회가 없으니 면접관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포인트를 에세이에 전략적으로 적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 답변도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에세이에 아이폰 이용자로서 갤럭시와의 차이점에 대한 사용 소감을 썼고 예상대로 여기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죠.


현대차 최종면접은 영어면접과 임원면접이었어요. 영어면접은 간단한 질문이 대부분이었죠. 특히 임원면접에서는 단점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아요. 면접관들이 단점을 말하라고 하면서 ‘장점 같은 단점은 절대 말하지 마라’고 하거든요. 단점은 무엇보다 솔직하게 말하세요.



Part 4. 후배들을 위한 한마디
경험도 전략이다!

삼성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꼭 이용했으면 해요. 경험을 일기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죠. 나중에 자기소개서를 쓸 때가 되면 기억이 잘 안 나잖아요. 그렇게 되면 아무리 좋은 경험을 해도 남들과 차별화되지 않죠.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추천해요. 지금도 ‘책을 많이 읽었다면 면접 때 더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삼성직업멘토링’도 활용하세요. 과장 이상급 선배들이 실제 현업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해주거든요.


LG 자신이 입사하고픈 기업을 미리 정하고 왜 이 기업이 나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탄탄하게 만들어야 해요.


현대차 특히 문과생들에게는 스펙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제2외국어요. 비슷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 중에 일본어 자격증을 취득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이후론 서류 합격률이 달라지더라고요.

대외활동도 중요해요. 대신 지원 직무와 같아야 하죠. 한 가지를 해도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게 좋아요. 한 가지 후회되는 건 대학에서 학점에만 신경 썼던 거예요. 화려한 꼴등밖에 안 됐던 거죠. 다시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3大 그룹 채용 프로세스

삼성그룹(인턴)

서류전형 → 직무적성검사(상황판단력 과목 폐지) → 1차 면접(인성검사·임원면접) → 인턴실습 → 2차 실무진면접


현대자동차(인문계열)
서류전형 → 인적성(HKAT → HMAT로 변경. 역사에세이 문제 추가) → 1차 면접(토의면접·인성면접) → 2차 면접(영어면접·임원면접)


LG그룹(LG화학)
서류전형 → 인적성(도식적추리 과목 추가) → 1차 면접(토론면접·실무진면접·신체검사) → 2차 임원면접

※ 2013년 하반기 공채 기준


글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