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경험과 성과만 콕 집어라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써내려간 이력서. 몇 달, 아니 1년 내내 고민하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자기소개서. 내 딴에는 산고에 비유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애지중지 키워낸 자식들이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에겐 사정이 좀 다르다. 밤을 새워가며 작성한 노고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이들에겐 그저 비슷비슷한 양식의 서류들일 뿐이다. 더욱이 수백, 수천, 때론 수만에 이르는 서류더미 속에서 인사담당자들은 흡사 바닷가 모래밭에서 진주를 찾듯 옥석을 가려내야만 한다. 해마다 공채 시즌이 끝나고 나면 야근과 철야를 반복하는 인담들의 얼굴이 누렇게 뜨는 일이 다반사인 이유다.

셀 수 없이 많은, 더구나 양식마저 똑같은 입사 지원 서류들. 취업의 여정을 시작하는 첫 단계는 바로 이 서류, 그 중에서도 이력서다. 헤드헌터의 표적이 되는 10년 경력의 베테랑이 아닌 다음에야, 대학생들의 이력이라는 게 별 볼 일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대외활동, 자격증, 외국어 점수 같은 스펙 또한 상향평준화된 지 오래여서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비스름한 활동들을 나열해봤자 인담의 눈에 띄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입 공채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이력서의 ‘경력사항’ 란은 대부분 학창시절 경험한 대외활동이나 인턴십 정도다. 초보들이 서류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대외활동은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인식. 하지만 인담 입장을 생각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방경석 KS컨설팅 이사(헤드헌터)는 “‘나 같은 인재를 몰라보는 것은 회사 손해니, 인사 부서에서 당연히 내 경력사항을 시간을 갖고 자세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무리한 기대”라고 말한다. 인담을 구매자에 비유한다면 구매자의 눈에 띄는 상품(이력서)을 만들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경력 나열이 아닌 ‘경력 포장’이 필요한 이유다.


지원 직무와 관련 있는 활동이 핵심
인담의 눈길을 잡아끌 수 있는 경력은 무엇일까? 당연히 업무 능력과 관계된 경력이나 경험, 즉 ‘직무 관련 경험’이다. 대외활동이나 인턴십 경험이 없다면 아르바이트라도 좋다. 예를 들어 유통기업이라면 택배 아르바이트 경력이 웬만한 대외활동보다 점수를 받는 경력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랜드그룹 인담은 “영어 점수는 없어도 되지만 고객을 직접 만나본 아르바이트 경험들을 학점 1점보다 더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지원하려는 직무와 관련 없는 경력은 아예 적지 않는 것이 낫다. 맘먹고 이력서를 들여다보려 했다가도, 필요 없는 장광설에 들었던 서류를 내려놓는 게 인지상정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문에 지원했다면 자원봉사나 여행 동아리 활동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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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강조

위 예를 보자. 날짜와 내용까지 상세히 적는 것은 경력사항 작성의 기본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경력이라도 직무 관련된 내용이라면 ‘진행 중’임을 알리고 작성하는 게 좋다. 또 단순한 활동 내역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얻은 ‘성과’를 강조해야 한다. 이때도 ‘3위 입상’ 등 정량적인 수치를 활용하는 게 좋다. 또 ‘20대 여성을 위한 마케팅 프로젝트에서 우수활동자로 선정’과 같이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알려야 한다.


최근 활동 중심의 역시간 순서로 작성
예로 든 경력사항 작성법 수정 전후를 비교해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이 ‘시간’ 순서이다. 가장 최근의 경력을 제일 앞에 배치한 것. 인담이 관심을 갖는 건 ‘지원자가 최근에 어떤 경험을 했는가’이다. 따라서 제일 나중에 경험한 것부터 역순으로 기재하는 것이 좋다.

지원하려는 마케팅과 관련 없는 활동은 과감히 생략했다. 여행 동아리, 더구나 여행을 통해 얻은 성과나 교훈도 없이 국내외 여행 경험만을 소개하는 건 인담 입장에선 불필요한 정보에 가깝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 인턴십도 미디어 관련 기업이라면 모를까, 마케팅 직무와는 큰 관련이 없다.


강조하고 싶은 경험은 좀 더 자세하게
특별히 내세우거나 강조하고 싶은 경력이 있다면 좀 더 자세히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때도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자기소개서에 버금갈 만큼 서술형으로 기재하는 건 피해야 한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정확히 드러내는 키워드를 되도록 단문 형식으로 한눈에 들어오게 하는 게 좋다.

위 예는 IT 기업 인턴십 경력을 강조하고 싶은 지원자의 핵심역량 소개서의 일부다. 수정 전의 내용을 읽어보면 지나치게 긴 문장 호흡과 불필요한 단어의 나열 때문에, 지원자가 보여주고 싶은 역량 자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핵심역량만 짧게 작성하는 것이 한눈에 잘 들어옴을 알 수 있다. 소소하게는 불필요한 동어 반복을 피하고, 가능한 짧은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이력서 사회활동 작성 Tip
1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하라.
2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라.
3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작성하라.
4 지원 분야와 관련 있는 사회활동을 강조하라.
5 최근 활동부터 역순으로 작성하라.

자료 : 사람인


Before
●IT 전반의 전사 기반 신규사업 발굴, 사업 기획, 사업화 론칭을 통한 핵심 성장모델 발굴
●기업의 IT 투자 적합성, 의사 결정 지원 및 리서치 업무 지원
●비즈니스와 산업 특성을 고려한 IT 중장기 전략 수립 및 정보화 실행 지원
●조직 관리 및 리더십 능력 보유 : IT 기획, 마케팅, 컨설팅, 개발 및 조직 운영 경험



After
●전사 기반 신규사업 발굴 및 사업기획 능력
●사업화 및 론칭을 통한 핵심 성장모델 발굴 능력
●조직 관리 및 리더십 능력


글 장진원 기자 | 참조 <경력기술서 작성비법>(에듀크라운, 방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