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 “학고 맞아도 학과 행사는 안 빠지는 학사모예요”
배우 강하늘

1990년 생
중앙대 연극학 휴학 중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왕세자 실종사건’
‘블랙메리포핀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몬스타’, ‘투윅스’
‘상속자들’ 출연



작가님은 은연중에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설마 이 중에 네 취향이 한 명쯤은 있겠지’라고. 한 자리에 다시 모이기 힘든 꽃미남들이 총출동한 드라마 ‘상속자들’. 얼마 전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상속자앓이’는 진행 중이다. 특히 검찰총장 상속자 이효신 역을 맡았던 강하늘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연기 잘 하는 신인배우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는 뮤지컬계에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뷔 8년차 배우.
훤칠한 키와 반듯한 외모, 검증된 연기력까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강하늘이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과 만났다.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바쁜 것 같아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인터뷰 일정도 소화하고,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촬영 때문에 하지 못한 일들도 이제 천천히 하려고요. 개인적인 일들이나 연락하지 못했던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것, 밀린 집안일 하기 같은 거요.
[스타 인터뷰] “학고 맞아도 학과 행사는 안 빠지는 학사모예요”
드라마 ‘상속자들’ 에 출연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어요.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있나요?
제가 ‘집돌이’거든요. 집에 있거나 체육관을 가는 게 생활의 전부라 별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집 앞 마트에 갔는데 채소 파는 아주머니가 저에게 양상추를 공짜로 주시더라고요. 드라마 잘 봤다면서요.(웃음)


아직도 비 맞는 취미는 여전하고요?
어떻게 아셨어요? 일부러 비를 맞고 다닌 지 8년 정도 됐어요. 비가 오면 아예 비 맞을 옷을 입고 나가요. 따로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요. 비를 맞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좋아요. 물론 다른 스케줄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쓰지만, 일정이 없을 때는 아직도 비 오면 우산 없이 다니죠.


지난해 작품 활동이 많았어요. 결과도 좋았고요. 기억나는 대사나 장면을 꼽아 본다면?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작품 후반부에 라헬이와 보건실에서 만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죠. 시청자의 입장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게 하는 신이었거든요. 그전까지는 굉장히 숨 막히게 시청자의 호흡을 끌고 갔는데, 거기서는 편하게 한숨 돌리고 갈 수 있었죠. 드라마 ‘몬스타’에서는 ‘사람, 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 촬영을 했던 시간이 새벽 5시였어요. 그리고 전날 새벽 6시부터 23시간 동안 촬영을 계속해온 상태였죠. 많이 고생을 했는데 촬영이 잘 되고,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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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천상시계’라는 뮤지컬로 데뷔했죠?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나 봐요.
사실 처음에는 뮤지컬을 싫어했어요. 부정적인 입장이 있었죠. 저는 어릴 때부터 연극을 좋아했어요. 연극배우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나 봐요. 연극은 관객이 객석에 앉아 주인공의 감정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가면 결국 마지막에 감동을 받고 교훈도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당시에 생각한 뮤지컬은 그런 연극적인 요소보다는 일종의 ‘쇼’에 가까운 것이었죠. 배우의 호흡을 가만히 따라가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호응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헤드윅’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뮤지컬도 연극만큼 깊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이후에는 연극적인 성향이 강한 뮤지컬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관람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 작품도 그런 연극적인 성향이 강한 작품이고요.


그럼 원래 꿈은 연극배우였던 거네요.
그냥 연극에 종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소품을 만들든, 무대를 만들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연기를 하게 됐고, 그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제가 연극에 취미를 들였을 때 부모님은 이미 무대를 떠난 지 10년 정도 지났을 때였지만 어릴 때 보고 자란 게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겠어요. 부모님도 제가 연기를 한다 하니 “피는 못 속인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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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더라고요. 오랫동안 뮤지컬 배우 강하늘을 응원한 팬들은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는 것에 좀 서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서운해한다기보다는 ‘드라마 같은 매체 연기를 하면서 무대로 안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계시죠. 하지만 제 고향은 연극이고 공연이에요. 저는 마지막 작품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누가 묻는다면 주저 없이 공연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만큼 무대에 대한 욕심이 있고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거든요.


공연의 매력은 뭐예요?
연기는 사실 정답이라는 게 없는 것인데, 연극을 할 때는 관객에게 이 연기가 정답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야 해요. 그러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객에게 모두 노출되니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배우는 게 많아요. 하지만 드라마는 시간에 쫓겨서 연기를 할 때가 많고,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소모해야 해요. 빨리빨리 찍어야 하니까 내가 할 줄 아는 것만 보여주는 거죠. 그렇게 연기를 하면 머지않아 제 밑천이 모두 드러날 것이라는 걸 알아요. 그래서 공연으로 돌아가 재충전하고 또 많이 배우고 쌓아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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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파, 성실파 같아요. ‘몬스타’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첼로 연습도 하고 ‘투윅스’의 자폐아 연기를 위해서는 다큐를 보며 공부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것에 성실하면 좋겠지만 저도 귀찮고 하기 싫어하는 것이 많죠. 하지만 연기만큼은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연극 무대로 치면 절 보기 위해 관객은 최소 8만 원을 내고, 자신의 24시간 중 최소 2시간을 투자하죠. 그런 분들이 있는데 연기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드라마, 영화도 마찬가지고요.


연기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할 것 같은데, 예전에는 몸무게가 100㎏까지 나갔다면서요?
고등학교 때 몸무게가 101㎏까지 나갔어요. 지금은 69㎏까지 뺐고요. 제가 식욕이 굉장히 왕성해요. 먹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계속 운동하면서 관리를 해야 해요. 5년 전부터는 6시 이후로는 물밖에 안 먹어요. 고삐 풀리면 감당 안 돼요.(웃음) 최근 작품에서 고등학생 역을 주로 맡았지만 실제 대학생이잖아요.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휴학 중이에요. 뮤지컬을 오래 했는데 학업을 병행하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뮤지컬 연습은 아침 10시에 시작하면 밤 10시까지 하거든요. 그래서 처음 한 학기는 뮤지컬하면서 학교 다니다가 학고(학사경고)를 맞았어요. 그래서 아직도 2학년이에요. 동기들은 졸업도 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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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학교생활을 거의 못했겠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제가 ‘학사모’ 소속이에요. ‘학과 행사를 사랑하는 모임’이죠. 바빠도 MT, OT, 개강총회, 종강총회 같은 행사들은 무조건 참여해요. 그래서 학교 가면 친구들이 다 알아봐요. 또 왔냐고 묻기도 하죠. 듣고 싶은 수업은 도강이나 청강도 많이 했어요. 학고를 맞긴 했지만 저는 정말 학교를 사랑해요.


‘상속자들’에서는 ‘효신 선배’ 역할로 ‘국민 선배’로 떠올랐잖아요. 학교에서는 어떤 선배인지 궁금해요.
평소에는 진지한 이야기를 잘 안해요. 그런 선배들 있잖아요. 술자리에서 진지한 이야기 꺼내면서 분위기 잡고…. 저는 연기 이야기도 술자리에서는 절대 안 하죠. 연기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인 건데, 술자리에서 이야기하게 되면 굉장히 일방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인 양 말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연기 얘기를 해야 한다면 제정신일 때, 커피 한잔하면서 하는 게 더 좋죠. 술자리에서는 재미있고 농담 잘하고 그런 모습이에요. 평소에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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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까지 맡은 배역 중 실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역할은 무엇인가요?
효신이었어요. 효신이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점은 부모님과 갈등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효신이는 자신의 아픔을 감추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밝고 능청스럽게 행동하잖아요. 시청자분들이 효신이 아픔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밝은 척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죠. 저도 개인적으로 겪은 부정적인 일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편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요. 그래서 효신을 연기할 때 편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배역이 있나요?
제가 뮤지컬을 시작하게 된 게 ‘헤드윅’ 때문이에요. 그 작품은 지금도 욕심내고 있는 거고요. 그래서 헤드윅 공연은 일부러 한 번도 안 봤어요. 제가 나중에 그 작품을 하게 됐을 때, 선배들의 연기를 따라하게 될까 봐서요. 하지만 지금은 하라고 시켜도 못할 거예요. 아직은 나이도 어리고 부족한 게 많거든요. 더 많이 공부해서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어요.


이제 스물다섯이 되었어요. 새해 계획이나 다짐을 이야기해 본다면?
작년 1월 1일에 ‘올해 많은 일이 있겠지만 그 일을 다 겪고 나서도 나의 고집이나 줏대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교적 잘 지켜온 것 같아요. 올해도 물론 같은 마음이에요. 어떤 일을 겪더라도 지금의 제 마음과 고집이 변질되거나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솔로가 된 지 1년이 넘어서 이제는 여자친구도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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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은 어떻게 되나요?
남자친구보다 자기 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요. 저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외모 이야기를 한다면, 어릴 때부터 에이브릴 라빈 같은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배우 중에서는 페넬로페 크루즈요. 조금 기가 세 보이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꿈은 뭔가요?
다른 사람에게 저를 소개할 때 “배우 강하늘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아직 한 번도 저를 배우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연기자라고 하거나 그냥 강하늘이라고 소개하죠. ‘배우’라는 호칭은 굉장히 무겁고 큰 단어인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예술하는 사람들은 답이 없는 행동을 하는 거예요. 정답이 없죠. 그런 상황에서 글을 쓴다고 해서 자신을 작가라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자신을 화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는 아직 자신 있게 배우라는 호칭을 못 붙이겠어요. 아마 시간이 많이 지나서 스스로 많이 컸다고, 많이 깊어졌다고 생각하게 되면 배우라는 호칭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스타 인터뷰] “학고 맞아도 학과 행사는 안 빠지는 학사모예요”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독자들을 위해 한마디!
사실 전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대학은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한민국의 입시제도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대학생만 누릴 수 있는 기회나 경험이 있더라고요. 중도(중앙도서관)에 가서 책을 실컷 본다거나 학생식당에서 밥 먹고 잔디밭에 누워 막걸리 마시는 일 등이요.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늦게 준비한 만큼 더 치열하게 준비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죠. 많은 친구들이 더 열심히 대학생이라는 특권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너무 몸을 사리지 않길 바라고요. 뒤로 빼고 몸을 사리면 삶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놓칠 때가 많아요. 일탈도 해보고 방황도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모든 것이 지나고 다시 돌이켜보면 배움이 되고 추억이 될 거예요.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