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영화] 인생 혹은 사랑에 대한 상냥한 이야기
[영화] 인생 혹은 사랑에 대한 상냥한 이야기
감독
리처드 커티스 출연 돔놀 글리슨, 레이첼 맥아담스, 빌 나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 힐’, ‘러브 액츄얼리’의 공통점은? 영국의 제작사 워킹 타이틀과 각본가 겸 감독 리처드 커티스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은 사랑에 얽힐 때다. 누군가를 사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사람과 여생을 함께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 그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다. 워킹 타이틀과 리처드 커티스의 영화들은 모두 그런 중요한 순간을 둘러싼 남녀의 눈물과 웃음을 지극히 섬세하고 달콤하면서도, 적절하게 인생을 관조하는 자세로 바라보는 수작들이었다. ‘어바웃 타임’은 이들의 네 번째 합작품이다.

팀(돔놀 글리슨)은 21살이 되는 날 아침,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충격적인 비밀을 듣게 된다. 이 가문의 남자들에게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단, 미래는 안 되고 과거의 어느 특정 순간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팀은 런던에 정착하고, 우연히 만난 사랑스런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반한다. 팀은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멋진 인생’보다 더 소박하고 감상적이고 달콤한 21세기 버전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히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선택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엔 연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 그 힘을 사용하지만, 그 다음은 차츰 친구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 그건 대단히 편한 선택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야 할 때가 온다. 팀은 손쉽게 도망치거나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자신이 선택한 삶으로부터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것,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을 완성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럼으로써 언제나 선택의 여지가 있는 여분의 삶이 아닌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이후 팀은 아예 과거로 돌아가지 않게 됐다.

사랑의 선택이라는 주제를 이만큼 따뜻하고 상냥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근래에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바웃 타임’을 ‘어바웃 라이프’ 혹은 ‘어바웃 러브’라고 이름 붙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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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