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 코리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빚어낸 미다스의 손
바야흐로 ‘이벤트’의 시대다. 여친의 생일이나 100일 행사를 까먹었다간 두고두고 참회의 무릎을 꿇어야 할 판이다. 기업도 마찬가지. 고객의 눈길을 잡아 끌 이벤트 없는 신제품 출시는 언감생심이다. 대학에서 매거진, 글로벌 명품 브랜드, 대형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리 이벤트’를 창조하고 있는 그룹 ‘모츠(MOTZ)’의 수장 손동명 대표가 이벤트 기획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멘토로 나섰다.모츠는 센세이션 코리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명품 브랜드 론칭 등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이벤트 기획 그룹이다. Profile
USFK AFKN TSAK 테크니컬 프로듀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듀오 쿨리즈 프로듀싱
DJ sonstar3 디제이 활동
란 정규 1집 작사, 작곡
제일기획 이벤트 PD,
에프엠 커뮤니케이션즈 팀장
(주)모츠 대표이사(현)
Q 이벤트 기획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해요.
쉽게 설명하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말해요. 예를 들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신제품 론칭 같은 이벤트죠. 언론, 관객, 소비자, 기업 관계자 등을 모두 초대해 즐길 거리를 만들어 주고, 이후의 반응 등 사후 관리까지 맡는 게 우리의 일이에요. 기업이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오프라인 이벤트라 보면 돼요. 행사에 관한 기획·장소·음식뿐만 아니라, 초청자 선정부터 영상, 홀로그램 등을 통해 뭘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등 다방면의 분야를 연구해 최신의 테크놀로지로 실현하는 거죠.
Q 모츠가 표방하는 ‘아티스트리 이벤트’란 무엇인가요?
이벤트 기획 일을 해온 지 15년째예요. 지금까지 1000번이 넘는 이벤트를 기획했죠. 하지만 영화감독이나 뮤지션처럼 무언가를 창조해 낸다는 인정을 받기 힘들었어요. 대우도 열악했죠.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를 높여 보자고 결심한 계기예요.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 이상의 디테일한 가치를 보여주자’, ‘행사장 테이블의 장식부터 소재, 복장 등 가장 세심하고 섬세한 연구로 예술에 가까운 이벤트를 만들자’,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가방 장인이 명품 가방을 만들 듯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자’. 이렇게 이벤트 자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리자는 게 모츠의 콘셉트입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두에게 극도의 감동을 주자는 거죠. 창업 초기 기업 이벤트에 초점을 맞춰 오다, 지난해 ‘센세이션(sensation) 코리아’ 같은 글로벌 대형 이벤트도 주관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Q 힙합 프로듀서 등 약력이 특이하세요. 이벤트 기획자로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공부보다 음악에 빠져 지냈죠. 랩을 너무 좋아해 1학년 때부터 음악 스튜디오를 찾아다녔어요. 홍대에서 꾸준히 공연을 하며 힙합 뮤지션들과 어울렸죠. 군 제대 후에도 미군 방송(AFKN) 프로듀서 등으로 활동하고 음반 제작과 작사·작곡 등도 병행했어요. 2001년에 강남역 인근 공터에서 무대를 꾸며 ‘힙합 애비뉴’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올렸는데, 길거리에서 디제이도 하고, 랩 공연도 하는 식이었죠. 당시만 해도 그런 콘셉트의 공연은 생소했어요. 이를 눈여겨보신 대형 광고기획사 임원이 저를 스카우트한 거죠. 처음엔 작은 기획사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그 임원 분이 계신 곳에 들어가 이벤트 프로듀서로 일했어요. 애니콜 론칭, 이효리, 전지현 등이 출연한 광고가 기억나네요. 모츠는 2007년 5월에 설립했어요.
Q 하나의 이벤트가 어떻게 시작되고 마무리되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요.
일반적으로 대형 기획사가 신제품 론칭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짜게 돼요. 여기에 이벤트 기획과 플래닝이 포함되는 거죠. 광고, 이벤트 관계자 등이 모두 모여 회의를 거쳐서 구체적인 이벤트 기획과 방법 등을 정하게 돼요. 물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가 도출되죠. 굵직한 이벤트 콘셉트가 정해지고 나면 장소, 초대자 선정, 언론 노출부터 시작해 행사 전반에 관한 꼼꼼한 준비가 시작돼요. 하나의 이벤트당 보통 800개가 넘는 체크리스트가 있어요. 대개 신입사원의 첫 임무는 수많은 체크리스트 중 ‘기념품을 뭘 줄까’부터예요.
Q 이벤트 기획사 하면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떠올라요.
당연해요. 제품에 맞는 이벤트를 연다는 건 고객으로 하여금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에요. 그러려면 무엇이 열망을 일으키는지 알아야 하죠. 평소 클럽, 호텔, 미술, 음악 같은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는 이유예요. 이런 건 타고난 ‘기질’ 없이, 스펙 좋은 사람이 책상에 앉아 야근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평소의 관심과 학습이 훨씬 중요하죠.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는 매거진을 많이 접하고, 포털 검색 대신 내 주변의 네트워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해요.
모츠가 표방하는 것도 바로 자유로움과 크리에이티브예요. 자신의 기질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것만큼 굉장한 기회도 없죠. 직원들에게 항상 “노트북에서 나오라”고 주문해요. 일과 삶을 구분하지 말라는 뜻이죠.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논다’는 말은 틀렸어요.
Q 대표님은 창의적인 발상의 원천을 어디에 두시나요?
가난한 예술가가 어떻게 대가로 성장할까요? 바로 ‘결핍’이에요. 유럽이나 미국 같은 소위 ‘문화 선진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우린 아직 무언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어요. 창조에 대한 열망이었죠. 일례로 ‘센세이션 코리아’ 같은 경우, 천장에 40톤 규모의 기구를 설치하는 초대형 이벤트예요. 국내엔 이제껏 없던 작업이었죠. 우리가 하는 일은 결국 스페셜한 경험이에요. 직원들의 해외출장을 장려하는 이유지요. 세계 최고의 패션쇼, 페스티벌, 콘서트를 봐야 가장 앞서 나가는 트렌드세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무사가 칼을 갈 듯, 항상 오감을 열어 두고 공부하세요. 비단 이벤트 기획뿐 아니라 모든 일이 마찬가지예요. Q 오감을 여는 크리에이티브한 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천재가 아니고서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들여다봐야 해요.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론칭이라면, 패션에 관한 책을 적어도 100권은 봐야죠. 책뿐 아니에요. 광고, 영상, 미술, 음악 등 닥치는 대로 관련 정보를 모으고 들여다보세요. 그렇게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팍’ 하고 떠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토가 나올 정도로 몰입해 공부한 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휴식하는 순간, 그때 비로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게 제 방식이에요. 이름 있는 광고인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과 얘기하다 보면 대부분 비슷하더군요.
Q 모츠의 직원 복지가 정말 인상적이에요.
큰 기업일수록 복지가 좋다는 인식이 있는데, 모츠에선 보여주기식 복지보다 정말로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복지를 추구하고 있어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칠 때가 찾아오게 마련이죠. 바로 그 순간 직원의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게 회사의 의무예요. 예를 들어 ‘부모님 효통장’은 매달 직원 부모님께 10만 원을 드리는 제도예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동료들과 보내야만 하니,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지 않겠어요? 감사드리는 마음을 표현한 거죠.
‘문화의 날’은 팀별 탄력 근무제예요. 매주 수요일, 지원된 팀 비용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날이죠. 결혼하는 사원이 있다면 결혼 일주일 전을 전부 반차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예요. 생일이면 오후 3시에 퇴근합니다. 즐긴 만큼 성과만 내면 되니까요. 가장 호응이 좋은 제도는 ‘인사이트 트립(Insight Trip)’이에요. 사내 경쟁 PT를 통해 한 팀을 선발해, 해외 페스티벌 답사를 위한 경비 일체를 지원하죠. 올해는 현대자동차 PYL팀이 미국 음악 페스티벌에 다녀왔는데, 1800만 원 정도를 지원했어요. 회사가 재미있는 일의 원천이 돼야 한다는 것, 가장 잊어버리기 쉬운 화두죠. Q 센세이션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해 준비해야 할 건 뭔가요?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예요. 글로벌 인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외국어 능력,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죠. 아무리 창의적이고 스펙 좋은 사람이라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말을 할 수 없으면 밥 한 끼 함께하기도 어려우니까요. 비즈니스 자체가 힘들죠. 문화도 필수예요. 어릴 때부터 우리와는 다른 문화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찾아보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에 참여하는 것도 액티브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잖아요.
액티브한 삶을 사세요. 단지 취업만을 위한 준비는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가장 먼저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고 역사, 언어, 문화 등 어떤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세요.
Q 지금까지 기획하신 이벤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역시 작년 7월에 처음 소개한 ‘센세이션 코리아 2012’가 아닐까 해요. 무대 뒤편에서 움직인 스태프만 1200명에 달하는 대형 페스티벌이었어요. 기획 기간만 18개월이 걸렸고, 최초 접촉은 무려 8년 전이었어요. 투입 인원이나 규모를 떠나서, 이벤트 자체가 8시간에 걸쳐 있었어요. 모든 이벤트가 끝난 후, 메인 스태프 120명이 샴페인 100병으로 마무리했어요. 그 순간,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울컥한 감동을 느꼈죠. 그건 뭐랄까 ‘행사를 잘 마무리해서 고맙다’거나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같은 수준이 아니었어요.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의지 하나로 극복해 냈다는 감동이었죠. Q 크리에이티브 그룹을 표방하는 모츠의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일단 어떤 분야가 됐든 노력하는 사람이 제일이에요. 여기에 더해 자기와 맞는 일, 즉 기질이 맞는 사람이면 좋겠죠. 무언가 깊이 있게 관찰하길 좋아한다거나 음악, 영화, 패션 등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갖춘 젊은이면 좋겠어요. 거기에다 글로벌한 감각과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갖춰준다면 금상첨화죠. 업무 강도가 상당한 편이거든요.
Q 이벤트 기획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문화와 창조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이벤트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면에서 전망도 무척 밝은 편이고요. 특히 다가오는 2014년에는 굵직한 글로벌 이벤트들이 많이 몰려 있어요. 브라질 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죠. 2년 후에는 올림픽이 기다리고 있고요. 2018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죠. 한국 시장의 전망을 더 밝게 보는 배경이에요.
Q 정기 공채가 있나요?
능력 있는 경력직 인재들은 수시로 채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매년 상반기에 공개 채용도 진행해요. 안타깝지만, 독립 기획사의 경우 대기업이나 메이저 기획사에서 떨어진 친구들이 혹시나 하는 맘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분들은 확실히 걸러내는 게 또 원칙이죠. 소위 명문대를 졸업했다거나 해외에서 공부한 인재라 해도 예외는 없어요. 대신 스펙을 넘어 신입이든, 경력이든 일과 삶 자체를 바꿔 보겠다는 열정과 의지를 가진 사람을 원해요.
Q 서류와 면접만으로 그런 사람을 찾아낼 수 있나요?
그래서 엄청난 양의 질문이 쏟아지죠. 모츠에 입사 지원하려면 일단 작성하기 무척 까다롭고 귀찮은 질문에 대한 답 20개를 써내야 해요. 예를 들어 ‘지구가 멸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의 방을 탁구공으로 가득 채우려면 몇 개가 필요한가’ 등이죠. 질문은 수시로 바뀌고요. 물론 ‘인생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나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싶나’ 같은 기본적인 질문도 포함되니 너무 두려워는 마세요. 직원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작성하기 짜증날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서류를 통과하고 나면 인터뷰 때 또 한 번 검증해요. 그러다 보면 진실한 사람인지,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적극적인 준비와 학습이 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죠.
Q 자기소개서나 면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게 있다면요?
입사 지원서를 처음부터 CEO가 보진 않아요.(웃음) 그러니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먼저겠죠? 다만 중요한 가치는 있어요. 회사의 가치와 지원자의 삶의 기준이 맞느냐 하는 점이에요.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내가 어떻게 이 회사에 이익과 도움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어필해야 해요. 회사에 대한 기본적 정보와 관심, 애정은 기본이죠. 하지만 출신 대학이나 전공은 그다지 중요치 않아요.
Q 이벤트 기획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액티브한 삶을 사세요. 단지 취업만을 위한 준비는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가장 먼저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고 역사, 언어, 문화 등 어떤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세요. 대학이 취업 준비만을 위한 곳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소양을 쌓아야 하는 시간이 바로 학창시절이에요. 술도 많이 먹어 보고, 도서관에서 밤도 새워 보고, 사랑도 하고, 전공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인턴십도 하고, 여행도 하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 널려 있어요. 그런 사람은 몇 마디 대화만 나눠도 빛이 나요. 내 삶의 하루하루를 침대에서 썩히지 마세요. ‘내가 하려는 일이 뭔가?,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면 뭘 해야 할까?’ 답이 보인다면 몸을 움직여야죠. 어때요, 심플하죠?
글 장진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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