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화 한국P&G 영업부 대리

“먼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성공 취업으로 가는 첫 단계이자, 지름길이다.”

웬만한 취업 관련 칼럼이나 컨설팅, 혹은 기사에서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듣는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 게다가 돈까지 벌 수 있는 직업이 좋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한 건 아니다. 수십 개의 입사원서를 보내야 한두 곳 연락이 올까 말까한 사정 앞에, 이상향에 대한 동경은 자연스레 사라지기 일쑤다.

한국P&G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손종화(29) 대리는 “그렇게 해야만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구잡이로 원서 50개 쓰든, 명확한 방향(직종)을 정해 5개만 쓰든 결과는 같다’는 게 경험으로 체득한 그의 취업 결론이다.

“박지성, 박태환 같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잖아요. 하지만 대다수 대학생들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경영학과를 나와 뭘 해야 적성에 잘 맞을지, 좋을지 등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임감 있게 일할 때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나’라는 결론을 얻었죠. 결국 비즈니스라는 게 사람을 만나는 일이잖아요. 그런 경험을 가장 많이 하고 배울 수 있는 직군이 ‘영업’이라 생각했어요. 결론을 내린 후엔 주저하지 않았죠.”

‘잘 나가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해 부럽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겠지만 사실 이력, 소위 스펙만 본다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학점은 3.8점(4.5만점, 입사일 기준), 토익 930점, 과 내 경영학술학회 동아리 활동 등이다. 2009년 하반기에 덴마크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긴 했지만, 학교가 마련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경영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남들 다 딴다는 자격증 같은 건 아예 없다. 그렇다면 그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글로벌 기업에 당당히 합격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인턴십 섭렵하니 내 일 찾아지더라”
Profile

1985년생
2013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2012년 11월 한국P&G 입사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 교환학생

학점 : 3.8/4.5
토익 : 930점
동아리 : 과 내 경영학술학회
자격증 : 없음
인턴십 : 한국P&G 외 다수



방학 이용해 인턴십에 올인

“주로 방학을 이용해 인턴으로 일했어요. 이유는 하나죠. 내게 맞는 비즈니스 직군을 찾자는 것. 왜 따는지도 모르는 자격증 대신, 경영 분야에서 제가 원하는 일이 뭔지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기업에서 인턴십 경력을 쌓게 되었죠.”

첫 번째는 외국계 제약사로, ‘시장 개발·분석’ 업무를 맡았다. 어떤 제품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전략 상품은 무엇으로 정할지 등을 선정하고 예측하는 일이었다. IT 벤처기업에서도 일했다. 개발한 솔루션을 B2B로 판매하는 세일즈 담당이었다. 경영 컨설팅 기업도 거쳤다. 리서치 어시스턴트(RA)로 일하며 기업 전략 컨설팅을 위한 자료 조사, 데이터 정리 등의 리서치 업무가 그의 몫이었다.

“마지막 인턴이 바로 P&G예요. 2012년 여름방학 두 달간, 말 그대로 영업 인턴으로 일했어요. 주어진 프로젝트를 두 달 동안 완수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했죠. 제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실제로 당시 회사에서 고민하던 이슈였어요. P&G는 인턴에게도 권한과 책임을 동등하게 줍니다. 인턴으로 일했지만, 하루하루 정말 발전하는 나를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P&G 인턴이 끝난 후엔 아예 다른 회사에 지원해 보자는 생각을 접었죠.”


원하는 일, 잘하는 일을 찾아라
‘눈에 보이는 스펙보다는 실제 업무를 익히자’는 생각이었지만, 졸업을 앞두고는 그 길이 맞는지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노력을 쏟았던 게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영업사원은 3D 직군’이라는 선입견도 결국은 경험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

“P&G에선 영업부를 CBD라 불러요. ‘Customer Business Development’의 약자죠.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고객들의 비즈니스를 컨설팅하고 도와 함께 발전한다는 개념이에요. 캠퍼스 채용설명회 때 이런 얘기를 들으며 굉장히 끌렸어요. 우리 제품으로 고객의 발전을 돕는다는 개념이 인상적이었죠.”

인턴 때나 지금이나 영업이란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나 혼자만 잘한다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누군가를 설득해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고되고 어려운 과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어요. 결국 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품도 회사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없잖아요. 또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상대하니 사고,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하루하루 커 가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기업 CEO들 중에 세일즈 출신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영업을 통해 경영자, 즉 제너럴리스트의 자질을 잘 갖출 수 있다는 뜻이에요.”

외국계 기업 특유의 문화도 업무 만족도가 높은 배경이다. 상명하달식의 강압적인 직장문화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 근무 분위기도 자유롭다. 출근은 8~10시 사이에 자율로 정하고, 퇴근도 마찬가지다. 인턴에서 신입사원, 시니어급에 이르기까지 권한과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신 그만큼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관심사,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고민하세요. P&G 안에도 다양한 부서가 있어요. 그 중 제가 택한 분야가 영업이고요. 학창 시절, 뭐가 됐든 부딪쳐 보면 최소한 내게 맞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가 박태환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인턴십 섭렵하니 내 일 찾아지더라”
손종화 대리가 들려준 한국P&G 입사 가이드
한국P&G의 신입사원 채용 제1원칙은 ‘자사 인턴십’ 경험자다.
매년 여름 정기적으로 인턴십을 운용하는데, 상반기(보통 4월)에 모집 공고를 내고 캠퍼스 리쿠르팅도 진행한다. 두 달여의 인턴십이 종료되면 프로젝트 수행 발표와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 다음은 인턴십 선발 절차 및 가이드이다.


① 서류전형
영문이력서와 커버레터(자기소개서 개념)를 제출한다.


② 인적성 검사
온라인으로 본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맞는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절차. 주어진 상황에 대한 해결 방법이나 평소 생활습관 등을 물어본다. 적성검사는 도형 맞추기 등이다.


③ 필기시험
언어논리력, 영어, 수리 등으로 일반 대기업과 비슷하다.


④ 인터뷰(면접)
보통 면접관 1~2명에, 지원자 1명으로 ‘일대일’ 인터뷰가 원칙이다. 1~3차까지 이어지는데, 차수별로 면접관의 직급이 정해져 있거나 면접 유형이 달라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대개 자소서를 바탕으로 편안한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국P&G의 인재상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정직. 각 면접 과정에서 비슷한 질문이 편안하게 이어지므로, 자신감 있고 솔직한 대답을 하는 게 중요하다.

단골 질문은 리더십 관련 내용. 멋지게 꾸미려하기보다는 사소한 경험이라도 주도적인 마인드로 임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 손 대리의 경우, 군대 얘기로만 30분을 넘긴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원자가 써 낸 자소서글 중심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어떤 생각으로 임했는지 등을 묻는다.

회사에 지원한 이유, 직군을 선택한 이유는 면접관마다 공통으로 묻는 기초 질문. 누구나 묻는 질문이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도 하다. 회사에 들어오려는 이유조차 잘 모르는 지원자를 뽑을 면접관은 없기 때문이다.


글 장진원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