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취업 전쟁을 겪으며 상처투성이가 돼 버린 20대의 정신! ‘우울해’, ‘힘들어’를 입에 달고 사는 20대의 마음을 토닥여 주기 위해 ‘훈남 의사’, 양재진 원장이 나섰다. <캠퍼스 잡앤조이> 대학생 기자들과 양재진 원장이 만나 체크해 본 대학생의 정신 건강, 그리고 그가 들려준 ‘두부 멘탈’을 ‘강철 멘탈’로 바꾸기 위한 조언을 공개한다.
[20대 정신 건강 클리닉] 말캉말캉 ‘두부 멘탈’ 단단한 ‘강철 멘탈’로 바꿔라!
최근 ‘대학생의 절반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 ‘20대 자살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는 소식 등이 들려오고 있어요.
요새 젊은 친구들 중에는 자기중심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갖는 친구들이 많아요. 상대에 대한 배려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죠.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대화를 하는 등 정서적인 교감 능력도 부족해요. 가치관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부모에게 굉장히 의존적이죠.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약해요. 그래서 우울증이나 자살 등의 문제가 생기는 거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던데, 정신적인 문제도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은가 봐요.
정신과에서 다루는 질환을 살펴보면 두 가지 원인이 있어요. 하나는 유전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죠. 유전적인 요인 외에는 스트레스가 큰 원인이 되는 셈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생각하는데 적절한 자극을 주는 긍정적 스트레스(Eu-Stress)도 있어요. 이런 긍정적 스트레스가 없다면 도태되고 나태해질 수 있죠. 문제는 지속적이고 만성적인 부정적 스트레스(Dis-Stress)예요. 이런 부정적 스트레스가 정신 질환의 원인이 되죠.


취업에 대한 불안, 긴장으로 20대는 부정적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가정환경, 본인의 노력에 의해 좌우돼요. 지금 20대가 정신적으로 약한 것은 가정환경, 즉 부모의 영향이 크죠. 부모가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았으니까요.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그 시기에 해야 할 ‘발달 과업’이란 게 있어요. 반드시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없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춘기 같은 것이요.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사춘기를 제대로 겪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부모는 그걸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에요. 사춘기는 청소년기에 반드시 겪어야 할 발달 과업인데 제대로 겪지 못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부모라면 자식이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방향만 잡아 주고, 일정 선을 넘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도여야 해요. 너무 ‘내 자식이 최고다’라고 키우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스스로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대학생이 원하는 희망 연봉이 3000만~4000만 원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그렇게 줄 수 있는 회사는 얼마 없는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어 좌절감도 더 큰 거예요.


정신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도 늘었을 것 같아요.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병원을 찾는 20대의 비율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이유가 20대의 정신 건강이 갑자기 심각해져서라기보다는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나아져서일 거라 생각해요. 영화, 드라마, 미드 등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덜 받게 된 거죠. 젊은 세대의 경우 나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정신과를 찾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과거에 귀족, 부유층 사이에서 정신과 주치의를 두는 것이 유행했고, 서민들은 그런 문화를 동경했죠. 그러다 보니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정신병이 생기면 귀신에 씌었다며 점쟁이를 불렀어요. 정신적 질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크죠.‘정신과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정신과 의사는 미쳤다’ 등의 이야기가 들릴 정도니까요.
[20대 정신 건강 클리닉] 말캉말캉 ‘두부 멘탈’ 단단한 ‘강철 멘탈’로 바꿔라!
주변에서 ‘나 우울증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해요. 우울증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증상은 어떤 것이 있나요?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마음은 뇌에 있죠. 기분을 조절해 주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분비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니까요. 우울증의 만성적인 증상은 세 가지예요. ‘기분 증상’으로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슬프고, 쉽게 눈물이 나고 의욕이 없어져요. ‘신체 증상’으로는 불면증 혹은 과다 수면이 생기고 식욕이 망가져요. 입맛이 떨어지거나 여성의 경우에는 폭식을 하기도 하죠. 머리, 관절, 배 등 온몸이 돌아가면서 아프고 명치가 답답하고 뜨거운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몸에 기운이 없고 계속 누워 있고 싶죠. 마지막 ‘인지 증상’으로는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돌고 자존감이 낮아져요. 주변 사람에 대한 죄책감이 들고 집중력이 떨어져 깜빡하는 일이 많아지죠. 소외감, 절망감이 들면서 급기야는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앞의 증상 중 6~7개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나 우울해’, ‘우울증 같아’라고 말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진료를 해 보면 우울증이라 진단 내리긴 어려운 정도예요. 급성 스트레스 반응인 경우가 많죠. 진짜 우울증은 그 정도의 증상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해요.


우울증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약물과 상담치료를 병행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약물 치료가 끝난 후에도 상담 치료를 지속해요.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감기로는 사람이 죽지 않죠. 하지만 우울증으로는 죽을 수 있어요. 국내 자살 원인의 3분의 2 이상이 우울증이거든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죠. 만약 약물 치료를 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상담을 받는 정도에서 해결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리고 밖에 나가 하루 한 시간 이상 산책을 하고, 반드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좋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신만의 건강한 방법도 반드시 하나 이상 가졌으면 좋겠어요. 취미생활을 꾸준하게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적극 권장해요.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바로바로 몸에 반응이 오니까 병원을 찾게되는데, 정신적인 문제는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병’이라고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기능이나 대인관계에 손상이 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어요. 잠을 못 자서 사회생활이 힘들다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고 가족과의 다툼이 늘어난다든가 하는 상황을 본인이 느껴야죠. 그것을 인지했다면 병원을 찾아야 해요.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아 취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가 사실인가요?
만약 취업을 하려는 회사에서 자신의 정신과 치료 기록을 알고 있다면 해당 병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중 한 곳을 고소하세요. 진료 정보는 앞의 3곳 외에서는 공개가 되지 않죠. 결국 사기업에서 그런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예요.


정신과를 찾고 싶어도 비용이 비쌀 것 같아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보통 환자당 상담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되고 진료비는 3만 원이에요. 사람들은 점쟁이한테 10만 원씩 복채 내는 것은 하나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상담비를 내는 것에는 민감해요. 정신과가 비싸다는 편견이 있지만 알고 보면 비싸지 않아요.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약 값이 함께 들어가서일 거예요. 한 달치씩 처방하기 때문에 5만~6만 원 정도를 내게 되죠.


대학생 사이에서는 ‘취업 성형’ 열풍도 불고 있어요. 원장님께서 출연한 ‘렛미인’이라는 프로그램도 성형 프로그램 중 하나죠. 성형을 찬성하는 입장이 아닌 걸로 아는데, 방송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요?
이왕 성형을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출연했어요.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최근 방송은 성형외과마다 경쟁하듯 과도하게 수술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PD랑 싸우게 돼요. 출연자들의 사연이 일정 부분 과장되고, 각색된 것들도 있지만 실제로 그 분들을 만나보면 모두 상처가 많아요. 수술로 인해 상처를 극복하고 낮은 자존감을 끌어 올릴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죠.


‘성형수술을 하기 전에 정신과 상담을 받아라’라는 조언도 하셨어요.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 중에는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남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1~2mm의 차이에 집착하죠. 양쪽 얼굴이 대칭인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얼굴이 대칭이 아니라고 계속 수술을 하는 거예요. 그럼 끝이 없어요. 본인도, 병원도 힘들죠. 유럽에서는 성형 전에 정신과를 찾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문화가 없죠. 성형외과를 찾기 전에 최소한 자신에게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이 정말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길 원하는 거죠.


대학생의 정신 건강을 위해 조언의 한마디를 해 준다면?
요즘 사람들은 ‘나’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요. 초등학생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1위가 공무원, 2위가 연예인이래요. 어떻게 꿈이 공무원이 될 수 있나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가치적인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죠. 나의 성향이 어떤지,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아야 하는데 그런 셀프 모니터링이 전혀 안 되고 있어요. 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 일기를 써 보는 것을 추천해요. 일기는 나와 대화하는 것이거든요. 그렇다고 오글거리게 ‘OO야’라고 부르라는 것이 아니에요. 오늘 있었던 일을 쓰면서 그 일과 관련해 나의 행동은 어땠는지,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거죠.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이고,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등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20대 정신 건강 클리닉] 말캉말캉 ‘두부 멘탈’ 단단한 ‘강철 멘탈’로 바꿔라!
글 박해나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