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해외인턴십 파견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미국이다. 2012년 1월 기준으로 2372명에 이르는 청년들이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찾았다.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경제전선의 최전방을 직접 몸으로 겪어낸 청년 삼인방이 모여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COVER STORY] 해외인턴 청년 좌담 “이상을 현실로 바꿔 준 놀라운 기회”
Q. WEST 프로그램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이창우 4학년 2학기부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나섰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WEST 4기 모집 팸플릿을 발견했죠. 미국은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시장이잖아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일더군요. 그 당시 국내 청소년 교육 단체에서 10개월 정도 인턴사원으로 일했는데, 마침 그곳에서도 외국인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나 스스로를 좀 더 발전시켜야겠다’는 자극을 크게 받았죠. WEST 지원 자격이 졸업 후 1년까지여서, 막차를 겨우 타고 다녀올 수 있었어요.

황예은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준비 중이었어요. 막연히 해외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친구의 친구가 WEST 3기로 미국 인턴십을 경험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됐어요. 그 후 자세히 알아봤더니 제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더군요. 어학 점수 등 자격 요건을 준비해서 다녀오게 됐어요. 흔히 대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해외 경력이라 하면 교환학생,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이 일반적이잖아요. 이런 활동들에 대한 부작용이나 단점도 많이 들었던 터라, 어학연수에 인턴 기회까지 주어지는 장기 프로그램이 제게 잘 맞다 판단했죠.

곽혜신 저 같은 경우엔 2008년 WEST 프로그램이 출범할 때부터 기사를 통해 알고는 있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 1학년이라 취업에 큰 관심은 없었죠. 이후 국내 기업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 등을 경험하게 됐는데, 실무를 접하고 나니 해외인턴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어요. 대학 때가 아니면 언제 나가 보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미국 현지에서 일할 수 있다는 기회가 지금 바로 내게 필요하다 생각해 도전하게 됐죠.


Q. 미국에선 어느 기업에서 어떤 업무를 맡았나요?
이창우 워싱턴에 있는 ‘United Social Sports’라는 회사였어요. 소셜 스포츠를 주요 사업 아이템으로 하는 소기업이죠. 제가 인턴으로 갔을 때도 사장과 매니저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뿐인 스타트업 기업이었어요. 소셜 스포츠는 아직 국내에 없는 개념인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만의 스포츠리그를 개최하는 것을 말해요. 일종의 레크리에이션 개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경기 후 파티, 시즌이 끝나고 나서도 소셜 파티 등으로 연계했죠. 현재는 한국에 돌아와 같은 업종의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벤치마킹이죠. 미국 업체와는 지금도 계속 연락하며 자문을 구하고 있고요.

주요 업무는 마케팅이었어요. SNS 등을 활용한 기본적인 홍보와 새로운 홍보 채널을 마련하는 일이었죠. 또 이벤트별, 시즌별로 적합한 마케팅 수단을 찾고, 리그가 진행될 때는 직접 프로그램 운영에도 참여했어요. 사무실 청소부터 마케팅, 프로그램 운영, 사진 촬영, 홍보 등 거의 모든 일을 경험한 셈이에요. 100% 영어 사용 환경이었기 때문에 문서 작성을 통한 라이팅 능력, 회화 능력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COVER STORY] 해외인턴 청년 좌담 “이상을 현실로 바꿔 준 놀라운 기회”
지금은 한국에 돌아와 소셜 스포츠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벤치마킹이죠. 미국 업체와도 계속 연락하며 자문을 구하고 있고요.


황예은 샌디에이고에 있는 ‘Terra Eucation’이라는 교육 업체에서 일했어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11개국에서 청소년 대상 봉사활동 캠프를 운영하는 회사죠. 본사에선 20명 안팎이 일했는데, 전 주로 세일즈 팀에서 일했어요. 캠프 참가에 필요한 서류 정리부터 관련 질의응답, 이미 다녀온 학생들 관리 등 많은 일을 맡았어요. 프로그램 어시스턴트 개념이라 이해하면 쉬워요. 캠프 프로그램 정보가 담긴 홍보물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이메일로 보내는 일도 제 담당이었죠. 학생들이 이용할 항공 수속 정리도 주요 임무였어요. 인턴십 막바지에는 코스타리카를 직접 방문해, 6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과 함께 열흘 정도 직접 캠프에 참여했죠.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청소년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게 제 꿈이에요.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회사에서 업무 경험도 쌓고, 실제로 아이들도 만날 수 있었던 잊지 못할 경험이에요.

곽혜신 ‘Benelis’라는 의류 유통 업체로, 뉴욕에 있어요. 도매업체에서 구매한 제품을 미국 내 더 큰 유통업체나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회사죠. 400곳이 넘는 거래처에 우리가 책정한 가격을 알리고 시즌별, 트렌드별, 거래처 특징별로 관련 이메일을 발송하는 일을 맡았어요. 매달 한 번씩 재고를 업데이트 하고, 거래처별 룩북을 다시 모델별, 색상별, 사이즈별로 나누는 일도 제 몫이었죠. 슈퍼바이저가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본사 사무실에선 30명 정도가 일했고, 타임스퀘어 근처의 창고에서 일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200명이 넘는, 꽤 규모가 큰 회사였어요.


Q. 실제 미국에 가 보니 어떻던가요? 예상이나 기대와 차이가 있었나요?
이창우 저 같은 경우 처음엔 실망이 컸어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더군요. 다들 처음엔 글로벌 대기업, 다국적 기업에서 멋지게 일하는 상상을 하죠. 제가 일했던 회사는 할렘 같은 허름한 외곽, 반지하에 자리 잡은 사무실이었어요. 회사 규모 면에서 일단 실망이 컸죠. 그날 숙소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어요. ‘내가 이곳에 왜 왔나’, 그리고 ‘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나’ 등이죠.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과 기업 환경을 경험해 보고 싶어 미국에 온 것이었고, 스타트업 기업이라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어요. 결국 ‘여기서 잘해 보자’고 결심하게 되더군요.
[COVER STORY] 해외인턴 청년 좌담 “이상을 현실로 바꿔 준 놀라운 기회”
한국 기업과 크게 달랐던 건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회의가 아니어도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죠.


Q. 국내 기업 인턴 경험도 있었는데, 차이점이 있나요?
이창우 졸업 후 한국 기업에서 인턴으로 열 달 일했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관료주의적인 면이에요. 한국 기업은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예’ 하는 경향이 강하죠. 이에 반해 미국에선 사고 자체가 자유로웠어요. 자신감과 논리적 설득력만 갖추면 내 의견을 언제라도 개진할 수 있었죠. 중요한 건 어법이 아니라 콘텐츠니까요.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할 정도로 복장도 자유롭고, 출퇴근도 유동적이라 부담이 적었어요. 일하는 시간이 길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점심시간도 따로 없어서, 주방에서 먹고 싶은 거 꺼내 먹으면 됐죠.

황예은 미국 가기 전, 석 달 정도 인턴으로 일했어요. 제가 활동하던 동아리 멤버들이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었죠. 대학생들의 경우 사회생활에 대한 정보나 업무 지식이 적잖아요.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멘토로 섭외해 정보를 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기업이었어요. 젊은 친구들이 모인 곳이라 관료적이라거나 권위적인 건 크게 못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과 크게 달랐던 건 역시 자유로운 분위기예요. 회의가 아니어도 괜찮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죠. 반면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하고요. 저도 점심시간이 기억에 남는데, 정오쯤 되면 자기 자리에서 편안하게 챙겨온 도시락을 함께 먹곤 했어요. 고객들과 직접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복장이나 회의 분위기도 무척 자유로웠죠. 바닥에 둘러 앉아 회의를 진행한 적도 많았어요.

곽혜신 처음에는 좀 놀랐어요. 직접 가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깔끔하더라고요. 전혀 몰랐던 기업이라 큰 기대가 없었거든요. 미국 인턴은 대개 무급이에요. 거기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다 보니 모르는 게 있으면 정말 세심하게 가르쳐 주려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하다못해 팩스 보내는 방법까지 ‘모르면 무조건 물어라’고 하더군요.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은 물론이고요. 미국으로 가기 전 기업체 주관 대외활동을 경험했는데, 기업 입장에선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기대감이 커서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에선 오히려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인턴이었어요.


Q. WEST를 비롯해 해외인턴 프로그램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이창우 스타트업 회사였기 때문에 서로 배우고 가르쳐 주는 피드백이 좋았어요. 한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배웠던 문서 작업 요령은 오히려 제가 가르쳐 주기도 했죠. 그들은 제게 마케팅 소스나 방법 등을 전수해 줬고요.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지금 창업하려는 회사도 같은 아이템이니, 결국 미국 인턴십 덕분에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된 셈이에요.

황예은 큰 기업이나 널리 알려진 곳보다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외국인에다 비영어권 출신이니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규모가 작다 보니 내가 속한 팀 외의 다른 업무도 접하게 되고, 각종 회의에 참석해 조직별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배울 수 있었어요. WEST의 경우 인턴십 기간만 1년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업무 프로세스도 익힐 수 있었어요. 또 CEO와 직접 소통하며 이 기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나아갈지도 들을 수 있었고요. 한국에서 막연히 꾸었던 꿈을 더 큰 무대에서 직접 보고 배운 거예요.

곽혜신 어학연수뿐 아니라 인턴 경험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정부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신뢰도 컸고요. 저 같은 경우 무엇보다 진로 결정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어요. 미국에서 일하기 전에는 화장품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스폰서 인터뷰 때도 그렇게 얘기했는데, 좀 더 넓은 의미의 마케팅 경험을 위해 의류업체를 선정해 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일해 보니 Benelis와 거래하는 한국 벤더 업체가 굉장히 많더군요. 관련 문서를 정리하다 한국에도 이런 회사가 엄청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직접 경험해 보며 일 자체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진로도 의류 벤더 분야를 생각하게 됐고요. 먼저 해외인턴을 경험해 본 선배들의 조언 중 하나가 ‘직종이나 산업을 확실히 정하라’는 거예요. 저는 화장품과 마케팅을 선택했죠. 그 선택 덕분에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COVER STORY] 해외인턴 청년 좌담 “이상을 현실로 바꿔 준 놀라운 기회”
리스닝은 정말 중요해요. 어학연수와 실제 기업 업무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우선 말 자체가 엄청 빠르거든요.
[COVER STORY] 해외인턴 청년 좌담 “이상을 현실로 바꿔 준 놀라운 기회”
Q. 선발 과정에서 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들었어요.
이창우 국내 면접, 스폰서 면접에서 공통으로 받은 질문이 ‘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나’였어요. 또 ‘당신이 어떤 회사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대한민국에서 왜 당신을 돈 들여 미국에 보내야 하나’ 등과 같은 질문도 받았죠. “인재를 밖으로 파견해 선진문물을 배워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겠다”고 답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면접은 5명이 한 조였는데, 대부분의 면접관들이 서류를 보면서 고개를 숙이고 계시더군요. 비슷한 질문에 차별화된 답을 내 면접관의 고개를 들게 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황예은 지원 동기를 물었고 ‘희망하지 않는 분야에 배치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어요. “비록 희망 직무가 아니더라도 미국이라는 선진국의 기업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더불어 어학 능력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답했죠.

곽혜신 저도 지원 동기를 물었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특이한 질문은 없었어요. 마지막에 ‘자신을 어필해 보라’는 주문이 나왔는데, “영어 관련 수업을 많이 듣고 준비를 잘 해왔기 때문에, 언어 문제에 부딪쳤을 때 다른 사람보다 잘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답했어요. 자기 생각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


Q. 해외인턴 경험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황예은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진로에 대한 목표, 생각이 더 뚜렷해졌어요. 해외, 청소년, 국제교류 같은 키워드가 확실해졌죠. 마음속에 품었던 이상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해낼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어요. 물론 어학 능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됐죠. 여러 해외 단체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국제 교류의 방법과 매너 등을 익힐 수 있어서 제겐 정말 큰 도움을 준 경험이에요.

곽혜신 무엇보다 진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됐다는 걸 꼽고 싶어요. 이를 위해 당장 ‘국제무역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무역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은 데 비해, 무역학과는 별로 없다고 들었어요. 어문 전공이다 보니 부족한 전문지식 공부에 매진할 계획이에요.


Q. 해외인턴십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려요.
이창우 모든 게 경험자 자신의 태도 문제라 생각해요. 긍정적인 자세로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해요. 그러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생각해요.

황예은 다들 열심히 준비하겠지만, 리스닝을 충분히 대비해야 해요. 현장에서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죠. 또 인턴십에 참여하는 이유, 목표 등을 뚜렷하게 잡으세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이 많은 편인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 세워 두었던 목표를 되새겨 보세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곽혜신 리스닝은 정말 중요해요. 어학연수와 실제 기업 업무 사이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어요. 우선 말 자체가 엄청 빠르거든요. 하다못해 미드를 통해서라도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실제 현장에선 대부분 말하기보다 듣는 기회가 더 많으니까요.


글 장진원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