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피아니스트 윤한

온갖 미사여구로도 다 표현하기 힘든, 동시대의 가장 ‘완벽한 남자’다.
유난히 깊고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그와 마주하고서 ‘현재의 윤한’과 ‘20대의 윤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타 인터뷰] HERE COMES PRINCE CHARMING
1983년생
2006년 버클리 음대 영화음악작곡학 졸업
2010년 1집 앨범 ‘untouched’ 데뷔
2012년 뮤지컬 ‘모비딕’ 이스마엘 역
2013년 MBC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
상명대 대학원 뉴미디어음악학 박사과정 재학



‘우결’ 출연 후 매회 화제다. 인기를 실감하나.
잘 모르겠다. 예전보다 많이 알아보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다. 원래 하던 대로 반바지 입고 슬리퍼 신고 다닌다. 가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 때는 ‘너무 막 나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렇다고 술버릇이 나쁜 것은 아니다. 젠틀하다.


과거 인터뷰를 보니 공연 중에 하는 개그 멘트 하나까지 모두 준비된 것이라더라. 그런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사실 대본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전혀 없더라. ‘카페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정도의 가이드만 줄 뿐이다.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첫 방송은 아주 못 봐주겠더라.(웃음) 그래도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방송이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은 굉장히 재미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힘들다.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촬영을 하니까. 메이크업도 하루 종일 하고 있어서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여자들은 피아노 치는 남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굉장히 로맨틱할 것 같거든. 그런데 방송을 보니 운동도 잘하고 은근히 상남자(?) 기질이 있는 것 같더라.
남자 형제만 있다 보니 자상하거나 다정한 모습은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래도 ‘오빠가 말이야’와 같은 표현을 자주 쓰는 터프가이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것은 맞다. 미국에 있을 때는 헬스 중독이었다. 외국 사람들이 덩치가 좋은 게 부러워 근육질 몸을 만들었다. 근육이 얼마나 붙었는지 몸무게가 90kg까지 나갔다. 머리도 삭발하고 민소매를 입고 다니니 사람들이 ‘버클리 체대’라고 하더라. 그렇게 몸을 키워 한국에 왔는데 ‘슬림핏’이 대세인 거다. 그래서 다시 슬림핏으로…. 지금은 웨이트 말고 구기 종목의 스포츠를 즐긴다.


방송에서 이슈가 되다 보니 고정 팬들은 ‘나만의 윤한’을 뺏기는 것 같거나 ‘연예인화’ 되고 있다는 부분에서 조금은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연예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이상봉 패션 디자이너는 방송에 나와 탁구도 치지 않나. 20대 초반에 미국 생활을 하다 보니 자유분방한 미국 문화를 흡수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하는 사람은 음악만 해야 하고, 방송을 하는 사람은 방송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피아니스트가 왜 방송에 나오냐고 하는데, 그게 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우결’에 처음 나왔을 때 그런 내용의 악플도 있었다. 궁금해서 댓글을 하나하나 찾아봤다.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 하고 만다. 거기에 신경 쓰거나 마음 고생하지는 않는다.
[스타 인터뷰] HERE COMES PRINCE CHARMING
뮤지컬 도전도 하고, 이제는 방송까지 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뭔가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난 뒤 시간을 내서 스스로에게 상을 준다. 여행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맥주 한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자기에게 상을 주는 거다. 그렇게 상을 받고 나면 다시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해 놓은 결과물에 만족을 못하는데, 나는 만족을 잘 한다. 얼마 전 공연이 끝난 후에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 과정이 힘들었으니 보상으로는 다음 주에 제주도에 다녀올 계획이다.


음악하기 전에는 공부도 굉장히 잘 했다더라. 게다가 외모도 훌륭해 길거리 캐스팅도 많이 받고, 모델 제의도 받았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연예인에 대한 꿈도 있었다던데, 음악을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키가 크고 외모에 변화가 생기면서 패션에 눈을 떴다. 강남이나 압구정 일대를 걸어 다니면 사진도 많이 찍혔는데, 그걸 즐기고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막연히 ‘연예인 할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라든가 ‘멋진 가수가 되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꿈은 아니었다. 잘했던 공부도 외모에 신경 쓰면서 자연히 관심이 낮아지고, 공부가 하기 싫어 다른 돌파구를 찾았다. 그게 음악이었다. 만약 그때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디자이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늦게 시작한 편이다. 고등학교 때 막 시작해서 버클리 음대에 가려면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타고난 재능은 없다. 대신 노력은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미국 대학 입시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국내 실용음악과를 보면 이미 잘하는 학생을 뽑는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열심히 하고 대학 가서는 덜 노력하는 것 같다. 나는 피아노도 칠 줄 몰랐는데 6개월 준비해서 버클리 음대에 합격했다. 실력이 좋은 사람을 뽑았다면 절대 합격할 수 없었을 거다. 그곳에서는 잠재력을 본다. ‘4년 동안 교육시키면 재능이 있겠다’ 싶은 학생을 뽑는 거다. 그래서 10명이 입학해도 졸업은 4명 정도밖에 못한다. 그런 교육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학 가서 더 열심히 하게 되니까.
[스타 인터뷰] HERE COMES PRINCE CHARMING
버클리 음대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나는 참 평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버클리 음대에서는 입학하면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마치 한우 등급 매기듯, 1급부터 8급까지 나눈다. 8급이 제일 높은 건데, 나는 1급이었다. 타고난 재능을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은 빗소리도 음으로 들린다고 하더라. 태어날 때부터 절대음감인 천재들이다. 나는 그들 속에서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성실함뿐이었다. 천재들은 생각보다 불성실하다. 수업도 잘 안 나온다. 반면에 나는 4년 동안 개근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원에 입학해 석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총 9년을 개근했다. 성격이 보수적이다 보니 수업을 받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만약 수업을 빠지고 나서 다음 시간에 갔을 때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나만 프린트물이 없으면 정말 불안할 것 같았다.


데뷔 후 첫 단독 전국 투어 콘서트 ‘MAN ON PIANO’가 11월부터 시작된다. 감회가 어떤가.
데뷔 초 인터뷰 때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같은 대답을 했다.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 이름을 건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이번 공연은 그게 실현되는 무대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공연 준비를 하며 초반에는 ‘다 죽었어, 다 보여주겠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이 점점 다가올수록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


윤한의 꿈은 무엇인가.
이상형이 바뀌듯 꿈도 항상 바뀌는 것 같다. 지금의 꿈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세계평화’ 같은 맥락이랄까.(웃음) 나이가 들수록 ‘대박’을 꿈꾸는 물욕보다는 지인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더 관심이 간다. 20대 때는 꿈보다는 목표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었다. 꿈은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이 많으니까. 목표를 세워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편인데, 20대가 되면서 10년 계획을 세웠다. 물론 지금 돌아보면 못 이룬 게 대부분이긴 하다. 프랑스어 마스터하기, 라켓볼 마스터하기, 스카이다이빙 해보기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내 이름으로 된 앨범 내보기가 있더라. 그걸 다시 보니 새로웠다.
[스타 인터뷰] HERE COMES PRINCE CHARMING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는.
음악 감독을 해보고 싶다. 그동안 드라마 OST에 참여를 많이 하긴 했지만 감독을 해본 적은 없다. 드라마든, 영화든 도전해 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나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거나 앨범 작업을 위해 매진했는데, 이제는 다양한 콜라보 형식의 무대를 만들어 보고 싶다.


글 박해나·이동찬 기자│사진 신채영(그라피스튜디오)│스타일리스트 박정진(스타일 J)